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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정주현의 부름, 응답 없는 이병규

야옹다옹l16.04.1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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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취재 후기 또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즐기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스프링캠프 특집으로 준비했던 ‘내가 너에게 묻는다’는 컨셉의 ‘5to5 릴레이 인터뷰’가 끝이 났습니다. 한화 정현석을 시작으로 윤규진-최진행(이상 한화)-최형우-김상수(이상 삼성)-오지환-정주현-김용의(이상 LG)-민병헌-허경민(이상 두산)-손아섭(롯데) 등 총 11명의 선수가 함께했죠. 틀에 박힌 질문에서 벗어나 선수가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대화의 장을 만들겠다던 애초 취지가 잘 맞아떨어진 코너였습니다. 

릴레이 인터뷰 특성상 어렵고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요. 인터뷰를 해야 하는 선수의 스케줄이 맞지 않아 몇 시간씩 대기 상태에 있어야 했고요. 지목을 당한 선수가 인터뷰를 거절할 때의 당혹함은 이로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얻은 것도 많았습니다. 평소 기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았을 때의 쾌감이 상당했으니까요.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즐거워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5to5 릴레이 인터뷰’의 취재 후기. 차마 기사에는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와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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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사로 만났다시피 한화 최진행은 세 번의 거절 끝에 릴레이 인터뷰를 받아들였습니다.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사실에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설득 작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LG 이병규(등번호7)입니다. 정주현(LG)의 지목을 받았던 이병규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스프링캠프 내내 그 어느 곳과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어요. 올해는 그냥 조용히 시즌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라고 거절의 이유를 전했습니다. 평소에도 인터뷰를 잘 하지 않은 성격이기에 완곡한 거절에 선뜻 설득 작업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결국, 정주현이 이병규를 위해 만든 질문 5개는 기자의 가슴 속에 고이 묻어뒀습니다. 언젠가는 이병규가 이 질문에 답을 하는 순간이 왔으면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병규의 인터뷰 거절에 선수 지목과 질문 만들기, 영상 촬영 등을 불평 없이 두 번이나 소화해준 정주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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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는 쓰지 말아 주세요.” 인터뷰를 하다 보면 종종 듣는 부탁입니다. 소위 말해 ‘오프더 레코드’죠. 취재원 보호와 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활용되는 일종의 약속 같은 개념인데요. 가끔은 ‘알려졌으면…’하는 훈훈한 상황에서도 약속을 하기도 합니다. 

절친 정현석에게 릴레이 인터뷰의 바통을 이어받았던 윤규진(한화)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윤규진은 정현석의 위암 수술 직후 아내와 병원에 찾아갔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병원에 들어가서 (정)현석이를 봤는데,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 내가 알던 현석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너무나도 아파 보였어요. 그날 현석이를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라고 힘겹게 입을 뗐습니다. 

이어 윤규진은 “현석이가 돌아와서 이렇게 뛰고 있는 것이 말할 수 없을 만큼 기뻐요. 그때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서 인터뷰에 현석이가 아팠던 이야기는 넣지 않았으면 합니다. 더 이상 그때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물론 제가 울었다는 얘기도 쓰면 안 됩니다”라고 부탁했습니다. 

부탁을 받고도 이렇게 글로 알리는 이유는 두 사람의 우정이, 친구를 생각하는 윤규진의 따뜻한 마음을 혼자 알고 넘기기에 너무나 감동스럽기 때문입니다. 당시 기자와 얘기를 나누면서도 눈가 주변이 촉촉해졌던 윤규진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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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민병헌이 다음 주자로 지목했던 허경민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부진을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연습경기가 있었던 날로 시간 제약 상 허경민이 안된다면 바로 다음 주자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기에 덩달아 민병헌이 바빠졌습니다. 

훈련을 마치자마자 허경민의 인터뷰 거절 소식을 전해 들은 민병헌은 부랴부랴 다음 선수로 오재원을 지목하고 질문을 만드는 작업과 영상 촬영을 마쳤습니다. “질문이랑 영상 촬영을 두 번 한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평하던 민병헌은 그 길로 곧장 허경민을 찾아갔습니다. 

평소 애정이 깊은 후배에게 심사숙고 끝내 건넨 질문이었기에 인터뷰 불발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형이 너를 위해 만든 질문을 거절하냐”며 허경민을 설득했고, 끝내 “하겠다”는 말을 이끌어냈습니다. 민병헌이 허경민의 인터뷰 성사에 일등공신인 셈이죠. 

이후 민병헌은 “질문도 두 번이나 만들고, 영상도 두 번이나 찍고 인터뷰하라고 설득도 시켜주고 이 정도면 나 혼자 개고생”이라며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기자는 그에게 수고로움을 찬양하는 박수를 치며 위로를 건넸죠. 결국, 민병헌이 만든 오재원을 위한 질문 5개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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