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새로 태어난 노경은 "존 스몰츠 덕분"
16.04.14 21:48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전성시대를 이끌며 빅리그를 호령했던 존 스몰츠. 지난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며 선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런 그도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슬럼프의 늪에 빠진 적이 있었다. 잘못 던진 야구공들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으며 그를 괴롭혔고, "왜 그렇게 던졌지?"라는 물음에 갇혀 벗어나지 못했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반성했지만, 도리어 늪은 더 깊어만 갔다.
결국 그는 더 이상 컨트롤 할 수 없는 야구공과 몸을 이끌고 정신과 병원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의사는 존 스몰츠에게 주사나 약물 처방이 아닌 동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그 영상 속에는 존 스몰츠가 그동안 퍼펙트로 공을 던졌던 경기들이 2분 동안 이어졌다.
존 스몰츠는 이후에도 그 동영상을 수없이 돌려봤다. 그 영상 속에서 그는 경기 도중 실수를 하더라도 '다음은 문제없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떠올랐다.
그렇게 존 스몰츠는 슬럼프를 극복하고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누렸다.
두산 노경은은 깨달았다. 그동안 슬럼프라는 틀 속에 갇혀서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지인으로부터 존 스몰츠의 슬럼프 극복기가 담긴 메시지를 받은 그는 “뭔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노경은은 다시 뛸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함께 했던 대부분의 선수들이 개인 시간을 가졌던 것과는 달리 그는 마무리캠프 합류를 선택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체력과 기술을 갈고 닦았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노경은은 누구보다 농도 짙은 땀방울을 흘렸다. 이제 그의 머릿속에 ‘왜 안 되지’ ‘왜 그랬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없어진 지 오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본인도 지난해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지 열심히 준비했다. 올해 경은이만 잘해준다면 선발 마운드는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경은 “시즌을 앞두고 체력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기존 체중 88kg에서 93kg까지 늘렸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에 몸에 힘이 붙은 느낌이다. 올해로 벌써 프로 14년 차다. 사실 시간이 지나가는 것에 대해 무감각한 편이었는데, 14년 차가 되고 나니까 뭔가 굉장히 많이 지나온 느낌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렸을 때 조금 더 야구에 대한 욕심을 갖고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가 많이 든다. 그냥 흘려보낸 것 같은 시간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후배들에게 더 잔소리가 많아지는 것 같다.(웃음) ‘14년 차가 될 동안 나는 프로에서 뭘 했나’라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절실하게 느껴진다. 올해는 이 마음을 가지고 야구를 할 것이다. 공 하나도 허투루 던지지 말자는 내 나름의 다짐이다.”
노경은 “작년만 하더라도 구위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150km는 던지고 싶은 욕심 때문에 늘 ‘더더더’를 외치면서 스스로를 괴롭혔다는 생각이 든다. 유희관(두산)이나 윤성환(삼성)의 피칭 모습을 보면서 많이 깨달았다. 특히 성환이의 경우 구속이 빠른 투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꾸준히 야구를 잘 해왔다. 투구의 볼이 좋다는 것은 무조건 스피드를 내는 것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138km를 던져도 타자가 145km같이 느낄 수 있는 공 끝의 힘이 중요한 것이다. 결국, 스피드를 올리는 것은 내 만족이었고, 결국엔 종속과 제구력을 무기로 타자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노경은 “부진했을 때 정말 이런저런 방법들을 다 사용해봤다. ‘왜 내 마음대로 안 될까’를 시작으로 ‘이렇게도 했는데 왜 안 되지’ ‘다른 방법을 써볼까’ 등 계속 부진에 대해서만 생각하다 보니 스스로 슬럼프라는 깊은 늪에 빠졌다. 나중에는 위축되고 자신감도 떨어지더라. ‘나는 이제 뭘 해도 안 되는구나. 이제까지 헛수고 했다’는 부정적인 생각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이 보내준 존 스몰츠의 슬럼프 극복방법에 대한 메시지를 보게 됐다. 그걸 보는데 뭔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좋았을 때를 떠올리면서 마음을 비우고 못 던졌으면 그냥 ‘그랬나 보다’라고 넘길 수 있는 여유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결국에는 생각의 차이였다. 존 스몰츠 덕분에 나도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노경은 “5선발이라는 자리가 노경은이라는 이름값 때문에 얻어지는 것은 싫다. 후배들도 있고 이제 스스로 위기감을 느낄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선발 자리 구멍안내고 내 역할 정도는 해내고 싶다. 노경은이 나갔을 때 적어도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피칭을 하고 싶다는 얘기다.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도 못하면 ‘야구를 그만 둬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준비했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 안 되면 뭔가 노경은이라는 사람에 대한 한계를 느낄 것 같다.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