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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윤성환-안지만, 뭐가 미안한데?

16.04.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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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파문’으로 홍역을 앓았던 삼성의 안지만과 윤성환이 돌아왔다. 이들은 1군 복귀에 앞서 지난 3일 취재진 앞에 섰다. 윤성환은 “그동안 야구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 야구에만 전념하겠다”고 사과했다. 옆에 있던 안지만은 윤성환과 함께 허리를 꺾는 것으로 대신 용서를 빌었다. 이후 두 사람은 취재진의 어떠한 질문도 받지 않았다. 도박파문으로 시끄러웠던 반년이라는 시간이 1분도 채 되지 않는 사과로 끝이 난 셈이다. 사과를 받은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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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자는 버스정류장에서 다투는 연인을 발견한 적이 있다.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미안해”라는 말로 화해의 손길을 내민 건 남자였다.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뭐가 미안한데. 정확히 말해봐”라며 따져 물었고, 여자의 반격에 남자는 “그냥 다 미안해”라고 응수했다. 남자의 말이 답이 되지 않았는지 여자는 “뭐가 미안한지 정확히 말해. 대충 넘어가려고 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한동안 두 사람은 ‘미안해’라는 말을 두고 옥신각신했다.

남자와 여자 사이를 떠나 핵심이 없는 ‘미안해’라는 사과는 어떤 경우든 역효과를 낳는다. 상대방은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감 있는 사과를 원한다. 적어도 어떤 일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밝히고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성환은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사과에는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과를 받는 야구팬들이 원했던 진실이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가 미안한데’라는 물음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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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태도도 아쉽다. 현재 이들의 도박관련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윤성환과 안지만이 마카오에서 도박을 한 것은 사실처럼 보여 진다. 지난해 10월 도박 파문 이후 두 선수 감추기에 급급하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삼성이 이들의 1군 복귀 시점을 정해두고 부랴부랴 사과의 자리를 마련한 것 같은 생각을 지워내기 어렵다. 물론 안지만과 윤성환이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냥 그라운드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다만, 삼성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 해명하고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임창용 방출로 끝낼 문제는 아니었다. 

일본은 지난해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야구 도박으로 홍역을 치렀다. 사건과 관련된 카사하라 마사키와 마쓰모토 타츠야, 후쿠다 사토시(이상 요미우리)가 지난해 10월 무기한 실격 처분을 받은 가운데 이후 발각된 다카키 쿄스케는 1년간 자격이 정지됐다. 이 사태에 책임을 물어 지난 11일에는 요미우리 와타나베 쓰네오 최고고문을 비롯해 구단주, 사장 등 최고직 3명이 사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야구기구(NPB)는 6일부터 25일까지 ‘야구 도박 자진 신고 기간’으로 설정하고 야구 협약 180조 1항의 내용을 들어 '유해행위를 자진 신고한 자에 대한 특별 조치'를 통보했다. 기간 내에 승부조작이나 도박 관련 위반 사실을 직접 알린 사람에 한해 처분을 경감한다는 내용이다. 일본 야구기구 실행위원회는 “특별조사팀을 꾸려 야구 도박을 철저히 조사해 근절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일이 국내 사례와는 차이가 있지만, 사건에 대한 일본의 발 빠른 대응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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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한국시리즈 준비가 한창이었던 대구구장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진행했던 안지만과의 인터뷰 기사는 얼마 뒤 터진 도박파문으로 빛을 보진 못했다. 문득 안지만이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그는 “삼성은 강하다. 5년 연속 통합 우승도 자신 있다. 팬들이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을까.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강한 삼성’이 아닌 어떠한 의혹에도 자유로운 ‘건강한 삼성’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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