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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배우에서 볼 걸 까지' 야구에 빠진 함민지

16.04.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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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올 시즌 SK의 ‘볼걸’로 활동 중인 함민지(25)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당찼다. 야구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의 직업이 본래 배우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야구에 심취해 대화를 나눴다. 함민지에게 야구는 힘든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무단히 애를 썼던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축구를 좋아했던 아버지와 오빠의 틈에서 자란 그에게 야구의 세계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관심도 애정도 없었다. 그저 공놀이쯤으로 여겨졌다. 

그런 함민지가 야구의 눈을 뜬 건 꿈을 향한 실패와 좌절에 심신이 지쳐있을 때였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외모에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했던 그의 꿈은 가수였다.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예술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한 그는 직접 극단 오디션을 치러 단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형 기획사 연습생으로 활동하며 데뷔를 꿈꿨던 그의 앞에 펼쳐진 건 자신의 처지와 같은 수많은 경쟁자들과 끝을 모르는 기다림이었다. 일찌감치 가수의 꿈을 접고 배우로 전향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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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을 따내기 위해 치렀던 여러 번의 오디션은 함민지에게 성취감 대신 좌절과 실망감을 안겨줬다.

‘꿈을 이룰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매일을 불안감에 살았던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이 야구였다. 3년 전, 친구의 손에 이끌려간 목동야구장이 그에게 신세계를 선물한 것이다. 함민지는 “처음에 야구에 대해 얼마나 알았겠어요. 처음에는 팬들의 뜨거운 함성소리와 열정적인 모습이 좋았고, 나중에는 마운드 위에서 묵묵히 공을 던지는 투수의 외로운 싸움이 뭔가 나를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후로 그에게 야구는 좋은 친구가 됐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자 연예인 야구단 한스타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SK의 홈경기 때 1루 익사이팅 존에서 볼걸로 활약하며 야구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행여 야구에 대한 애정이 왜곡될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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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를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나. 

함민지  “3년 전에 친구를 따라 목동야구장에 한 번 다녀온 이후로 야구의 매력에 빠져 살았다. 당시에 이렇다 할 작품도 못하고 오디션에서도 매번 낙방해서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세상에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도 워낙 많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그런 시기에 때마침 야구장을 가게 됐는데, 뭔가 힘을 얻는 듯한 느낌이었다. 팬들의 뜨거운 함성과 열정적인 응원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그러다 경기를 보는데 마운드 위에서 혼자 묵묵히 공을 던지는 투수가 외로워 보였다. 꼭 나를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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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해도 실제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함민지  “투수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외롭다는 생각도 했지만, 타자들을 잡아나가는 것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도 함께했다. 투수는 겉으로 보기에 타자를 상대한 것이지만, 결국 자신의 싸움에서 이긴 것 아니겠나.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나도 뭔가를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평소 운동신경이 있어서 자신감도 있었다. 한스타에 창단멤버로 들어갔지만 다들 스케줄이 바빠서 대부분의 시간을 개인 훈련에 썼다. 열심히 연습한 덕에 폼이 괜찮다는 얘기는 종종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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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라는 본업을 갖고도 올해는 SK에서 볼 걸로 활동하고 있다. 특별히 이유가 있나.

함민지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야구를 좋아하게 될지 몰랐다. 어려서 아빠와 오빠가 축구를 좋아했기 때문에 야구라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야구를 알고 나서부터는 삶의 활력소를 얻은 기분이었다. 촬영을 하면서도 시합이나 연습이 있으면 빠지지 않기 위해 잠까지 줄여가면서 다녔다. 내가 던진 공이 상대방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면서 나는 소리가 정말 듣기 좋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웃음) 때문에 SK에서 볼 걸 제의가 들어왔을 때 무조건 하고 싶었다.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보고 선수들과 캐치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진 않다.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나가고 있는데, 소풍 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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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본인의 유명세를 위해 야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는데. 

함민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부분이 가장 조심스럽다. 내가 워낙 무명 배우라 더 그럴 수도 있다. 나는 야구를 좋아해서 시작한 볼 걸 일이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 눈에는 그저 뜨고 싶어서 하는 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본다. 절대로 야구를 이용하려는 생각은 없다. 야구를 좋아하고 아끼는 팬들 만큼이나 나도 야구가 좋다. 볼 걸로 나가더라도 늘 경기에 방해되지 않게 행동에 조심하고 있으며, 원활한 경기를 위해 내 본분에 충실하고 있다. 예쁘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구장에서 눈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도 하면서 팬들과 잘 지내고 싶다. 우리는 야구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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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로서 함민지는 어떤 사람인가. 

함민지  “아직 빛을 보진 못했지만, 열심히 내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의 반대로 예고진학에 실패한 후 오디션을 보고 극단에 들어갔다. 그때 한 작품이 ‘크로스오버 비보잉-아가씨와 건달들’이었다. 이후에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까지 하면서 중국으로 공연도 다녀왔다. 일이 잘되어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기획사에 들어갔지만, 현실은 생각과 많이 다르더라. 따낸 배역이 다음 날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기도 하고, 배역 오디션에도 번번이 낙방했다. ‘넌 잘될 거야’라는 희망 고문에 몇 년을 버틴 것 같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표작도 없어 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지만, 야구라는 좋은 친구가 옆에 있고, 힘든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생길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 요즘에는 야구만 하니까 주위에서 배우 그만두고 야구만 하는 것이냐고 묻기도 한다.(웃음) 조만간 웹 드라마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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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민지가 생각하는 야구의 매력은 무엇인가.

함민지  “3년 전에 타격 연습을 무리해서 하다가 허리 디스크가 온 적이 있다. 결국 시술까지 받게 됐는데, 그것 때문에 평소에 구두를 신을 수도 없고, 가끔 날씨가 흐린 날에는 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할 때도 많다. 그래서 결국 투수로만 뛰고 있다. 내 사정을 아는 주위 친구들이 ‘그러다 어깨까지 나가면 어떻게 할 거냐’고 걱정을 하는데, 그런 건 고민하지 않는다. 그만큼 야구가 좋다. 야구를 할 때만큼은 모든 생각을 잊고 거기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 좋다. 또 경기장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야구장에서는 정말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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