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2010년에 멈춰버린 성영훈의 야구 시계
16.04.28 15:40
두산 성영훈의 야구 시계는 2010년을 끝으로 멈춰있다. 두 번의 수술과 오랜 재활로 그에게 마운드를 오르는 일은 꿈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성영훈은 “꿈속에서 나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 타자를 잡아낸다. 공을 던지고 난 뒤에 아무런 통증도 불안감도 없다. 꿈속에서 나는 안 아픈 사람이다”고 말했다.
2016년, 성영훈의 야구 시계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군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부활의 날갯짓을 하더니, 현재는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차근차근히 해나가고 있다. 늘 그를 괴롭혔던 어깨와 팔꿈치에 통증이 없다는 것이 가장 고무적이다.
끝을 알 수 없는 긴 어둠의 터널을 묵묵히 지나온 성영훈. 그가 앞으로 마운드에서 던지게 될 공의 스피드는 단순한 빠르기가 아닌 인고를 통해 여물어진 열정의 무게일 것이다.
성영훈의 ‘재활 그리고 희망’, 그 마지막 이야기다.
- 1군 기록은 2010년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진 적이 없는데. 마운드가 그립지는 않았나.
성영훈 “왜 안 그리웠겠나. 이천에서 재활을 하기 때문에 1군 경기는 일부러 안 볼 수는 있지만, 2군 경기의 경우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재활 초기에는 경기에 나가서 공을 던지는 선수들을 보면서 ‘쟤네들은 안 아픈데, 왜 나만 아픈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근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까 무감각해지더라. 다만, 재활을 하면서 야구를 놓지 않으려고 자기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데, 얼마나 골똘하게 생각했으면 꿈속에서 경기를 뛰고 있더라.”
-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가.
성영훈 “재활이 길어지면서 ‘내가 다시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할 만하면 다시 아프고, 됐다 싶으면 또 아파서 재활을 반복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야구를 놓지 않기 위해 자기 전에 빼먹지 않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경기의 한 상황을 떠올리면서 타자를 정해놓고 승부를 하는 것이다. 가끔은 꿈속에서 공을 던지기도 한다. 근데 그게 뭐라고 꿈속에서 공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 깨지 않으려고 다시 눈을 감은 적도 있다. 꿈속에서 나는 아무리 공을 던져도 안 아픈 사람이었다.”
- 뭔가 마음이 짠해지는 이야기다. 재활이라는 것이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할 만큼 힘든 일인데.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 있었다면 그걸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하다.
성영훈 “공익근무 후 2013년도에 어깨가 아팠을 때는 ‘내가 오랫동안 공을 안 던졌는데, 욕심을 부려서 아프구나’라는 생각에 나름대로 위안이 됐다. 하지만 이듬해 캐치볼을 하고 점점 재활 속도가 붙어 가는데, 다시 통증을 느껴 처음부터 돌아가려고 하니 희망이라는 게 없더라. 재활 자체가 늘 같은 일상의 반복이고 당장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라 굉장히 지루하다. 그때는 재활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잠시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온 것은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한 번쯤은 1군 마운드에서 공을 던져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 동기들의 활약과 후배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성영훈 “(정)수빈이나 친구들처럼 나도 1군에서 쭉 잘하면 좋았겠지만, 이게 내 운명인 것 같다. 그냥 받아들였다.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은 편해지더라. 재활 오래 하면서 철들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이)원재 형부터 (조)승수까지 오랜 시간 동안 재활하는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 힘이 됐다. 우리끼리 ‘이천 불사조’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다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뒤처진다는 불안감은 없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안 아프면 자신 있다’는 생각이다. 또 그만큼 노력도 많이 했다.”
- 겨울 끝에 봄이 온다고, 올해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고 있다. 현재 진행 상태는 어떤가.
성영훈 “사실 1군 스프링캠프 합류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처음에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 가서 힘을 얻고 왔다. 몸도 많이 좋아져서 이제는 재활군에서 벗어나 잔류군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하프 피칭을 하고 있고, 다다음주 정도에 포수를 앉혀놓고 공을 던질 예정이다. 이광우 코치님이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고 해주시고 김태형 감독님도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셔서 마음 편히 하고 있다. 아프지 않고 일정을 잘 소화하면 2군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은 곧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동안 잘 되다가도 어긋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거짓말쟁이가 되는 기분이었다. 나름 징크스기도 한데, 아무튼 올해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