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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자비로 미국연수까지 김일경 코치

16.05.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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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경 kt 퓨처스 작전코치는 서른 살 무렵부터 ‘좋은 프런트와 좋은 지도자’에 대한 물음과 욕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스물여덟 살 때 어깨 부상으로 1년 동안 재활을 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사실 그때까지도 주전급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에 야구를 오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야구 했던 경험을 살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2013시즌 후 17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35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선택한 은퇴였지만, 김일경 코치는 현역 연장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오래전부터 준비한 계획들을 시작했다. 

김일경 코치는 자비를 들여 미국으로 건너가 프런트 공부를 했다. 6개월 동안 마이너리그를 돌아다니며 각 팀의 시스템과 선수 육성 방법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익혔다. 특히 국내 야구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팅 교육프로그램까지 이수하는 열의를 보였다.

김일경 코치가 미국에서 보낸 시간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메이저리그 시스템이 모두 옳다고 할 수 없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세월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점에서 충분히 배울 것이 많았다. 지도자를 하면서 미국에서의 경험이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선수들을 보는 관점과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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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시절만 하더라도 거포에 가까운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장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프로에 들어와서 야구 스타일의 변화가 컸다. 공격보다는 수비나 주루 쪽에서 두각을 드러냈는데.

김일경  “고등학교 때부터 홈런 타자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멀리 치는 것을 잘하는 것이라고 느낀다. 나도 그때는 멀리 치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들어 왔을 때 생각보다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 알루미늄 배트를 쓰다가 나무로 바꿨는데도 큰 차이를 못 느꼈다. 형들도 ‘너 방망이 잘 친다. 물건이 들어왔다’고 했었다. 그런데, 시작을 쉽다고 느껴서 그랬는지 서서히 나태해지더라. 어느 날 2군에서 경기에서 지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형들이 막 웃으면서 장난을 하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었다. 계속 2군에서 이러고 있다가는 결국 야구 인생이 끝나겠구나 싶어서 그때부터 나만의 강점을 찾게 됐고, 그게 수비와 주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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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경과 함께 야구를 했던 사람들 모두 ‘성실하고 보이지 않은 곳에서조차 노력을 하는 선수’라고 말한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일경  “2009년 2010년에 나름 1군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스스로 쪽팔리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야구를 잘하고 못 하고의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후배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런 생각들 때문에 보이지 않은 곳에서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나를 믿고 써주는 감독님이든 코칭스태프든 도움을 못 줄지언정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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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시절 뜻하지 않게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결국 은퇴도 부상 때문에 결정하게 됐는데. 스스로를 원망하거나 자책하지는 않았나.

김일경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지’라는 생각은 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스물여덟 살 때 어깨 부상을 당하고 나서 1년 동안 재활을 하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 재활군 소속으로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데, 옆에서 경기 준비하는 선수들이 러닝을 하면서 불평불만을 토로하며 제대로 뛰지 않더라. 그때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하고 싶어 죽겠는데, 못 뛰고 있는 것이고, 쟤네들은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구나. 나도 예전에 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겠지’라는 반성이 들더라. 부상은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 그래서 적어도 공수 교대 때 만큼은 80%이상으로 뛰자라는 생각을 했다. 뛰는 것만큼은 원 없이 했던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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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택했다. 당시 LG 사령탑이던 김기태(현 KIA 감독) 감독이 '현역 생활에 대한 재고' 요청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김일경  “사실 지금에서야 말하는 것이지만, 넥센에서 LG로 온 이후에 훈련에 나섰는데, 이상하게도 방망이와 공을 맞히는 타이밍이 예전 같지 않더라. 처음에는 순발력 훈련이 부족했나 싶어 훈련양도 늘려보고 여러 방법들을 다 써봤는데, 타이밍이 늦은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미 29살 때부터 미국에 가서 프런트 쪽 공부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을 도피처로 삼고 싶지 않아 계속해서 노력은 했다. 하지만, 2013년 5월에 무릎하고 발목 수술을 하고 나서는 이제 끝이구나 싶었다. 더 이상 욕심부리고 싶지 않아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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