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행복하자, 아프지말고' 8년차 유망주 조승수의 희망찬가
16.05.11 16:40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다.”
데뷔 8년 차지만, 여전히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두산 조승수의 말이 묵직하게 들렸다. 그간 그가 수술과 재활로 써버린 4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기에 더 그랬다. “동기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인정받을 때 뒤에서 재활만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어쩌다 보니 데뷔 8년 차가 됐다. 이제는 보여줄 일만 남았다”는 그의 각오에서 절실함이 느껴졌다.
휘문고 졸업 후 지난 2009년 두산에 2차 3순위로 입단한 조승수는 일찍부터 싸움닭 스타일의 투구와 고교 선수답지 않은 예리한 코너워크로 팀 내 기대를 모았다. 한때 팀 내에서는 그의 체형이 다르빗슈 유(텍사스)와 비슷하다고 해 ‘조르빗슈’로 불리기도 했다. 김경문 전 두산 감독(현 NC 감독)은 "조승수가 마른 편이라 마운드에서 가볍게 보이긴 하지만 컨트롤이 좋다. 계투진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191cm의 장신임에도 70kg대 초반의 체중으로 인해 구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특히나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은 그의 1군 무대에서의 성공을 방해했다. 결국 그는 2012년 3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그해 12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해 병역의무를 수행했다. 이후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어깨와 허리 통증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결국 그는 재활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조승수 “처음 팔꿈치 수술을 했을 때에는 희망이 있었다. 재활이 힘들긴 했지만, 재활하고 나면 아프지 않으니까 야구를 잘할 수 있겠다는 기대만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픈 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로 시작된 재활이 그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만약 그때 누군가가 ‘4년 동안 재활해야 해’라고 미리 말했다면 야구를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야구를 할 만하면 아프고, 또 아프고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름을 바꿔 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도 들었다.”
그 사이 90년생 그의 입단 동기들은 승승장구했다. 정수빈이 팀에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으며, 허경민과 박건우도 존재감을 뽐냈다. 허준혁도 유망주의 꼬리표를 뗐다.
조승수 “재활하면서도 종종 팀 경기를 챙겨 봤다. 보면서 동기들은 입단해서 점점 잘하고 있는데, 나만 이게 뭔가 싶을 때가 많았다. 부모님도 옆에서 지켜보면서 굉장히 안타까워하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죄송스럽더라. 정말 재활을 하는 내내 공을 너무나 던지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만큼은 아프지 않은 몸으로 꼭 1군 무대에 서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지난 스프링캠프 내내 조승수는 김태형 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풍족해진 왼손 불펜 자원과는 달리 빈곤한 오른손 불펜 쪽에서 조승수가 큰 힘이 돼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승수는 재활 후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페이스가 빨라 동료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늘 아쉬운 부분이었던 체중도 해결했다. 입단 때 71kg에서 90kg까지 몸을 불린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조승수가 많이 좋아졌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승수 “스프링캠프 때부터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다. 팀에서 배려를 잘 해준 덕분에 걱정 없이 몸을 만들 수 있었다. 늘 체중을 늘리는 일이 숙제였는데,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90kg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확실히 공을 던질 때 힘이 느껴졌다. 기술적으로도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변화구가 슬라이더인데, 떨어지는 변화구를 장착하기 위해 체인지업을 연마했다. 실전에서 활용했을 때 결과도 좋았다.”
하지만, 조승수는 개막전을 앞두고 지난 kt와의 시범경기 도중 부상을 당하면서 또 다시 1군 마운드의 꿈을 미뤄야 했다. 현재 그는 2군에서 재활을 마치고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조승수의 목표는 하나다.
‘더 이상 아프지 않는 것’이다.
조승수 “아프지만 않는다면 공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몸 상태만 괜찮다면 마운드 위에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 부상이 이어지다보니 ‘또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까지 생기는 것 같다. 그건 스스로 잘 컨트롤해야하는 문제다. 잊혀지는 선수가 되기는 싫다. 꾸준히 1군에 잔류해서 가을야구도 하고 싶다. 노래가사처럼 행복해지기 위해서 안 아파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