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경은이는 여전히 야구를 하고 싶어 한다"
16.05.11 18:34
“(노)경은이는 여전히 야구를 하고 싶어 한다.”
노경은의 은퇴 소식이 전해진 뒤 그와 전화 통화를 나눈 두 측근의 공통된 말이었다. A씨는 “오랫동안 (노)경은이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경은이의 말을 들어보면 마음이 어떤가를 느낄 수 있다. 경은이는 여전히 야구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B씨도 “경은이가 이렇게 야구를 그만둘 선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 노경은의 마음은 어디로 향해 있는 것일까.
두산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노경은의 은퇴를 발표했다. 두산 관계자는 “노경은이 은퇴 의사를 밝힌 뒤 만류하고 일주일의 시간을 줬다. 그러나 그때에도 마음에 변화가 없었고, 다시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받아드리게 됐다"고 전했다. 두산은 이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노경은의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
은퇴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의 시간은 짧지 않았다. 노력한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한 노경은은 지난 4월 22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다음날 그는 2군 야구장 대신 구단 사무실로 찾아와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했다. ‘신중하게 생각할 일’이라는 구단의 말에 한발 물러선 그는 다음 미팅에서 조심스럽게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두산은 몇몇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지만, 카드가 맞지 않아 성사 되지 못했다. 결국, 노경은은 ‘은퇴’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투수로서는 한창인 32살이라는 나이에 선택한 은퇴. 그의 측근들은 노경은의 은퇴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B씨 “은퇴 발표가 난 그날 밤에 (노)경은이와 통화를 했다. 사실 그전부터 ‘힘들다’고 얘기를 해서 잘 타이르기는 했는데, 은퇴라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본인도 막상 야구를 그만둔다고 말은 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는 듯 보였다. 경은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야구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야구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았다면, 그는 왜 은퇴를 선택했을까.
A씨 “(노)경은이는 굉장히 마음이 여린 선수다. 그만큼 상처도 쉽게 받는다. 슬럼프에 빠졌던 지난 2년 동안 남들보다 더 많이 힘들어했다. 2년 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구단에서 요구하는 것을 대부분 맞춰주고 했던 것 같다. 폼이라든지 여러 가지 주문에 대해서도 마운드에서 편하게 던질 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왔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결국, 트레이드까지 요구하게 됐고, 구단에서는 최선을 했다고는 하지만 선수는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소통에 대한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지금 노경은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A씨 “‘내가 뭐를 잘못해서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나’부터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경은이는 여전히 야구를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임의탈퇴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 보인다.”
KBO 관계자는 “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 공시 요청이 들어와도 처리하기 전에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이 직접 (신청서에)사인한 것이 맞는지 확인 절차를 거친다. 임의탈퇴 처리로 인해 잔여 연봉을 받지 못한다는 점, 1년 동안 복귀도 안 되고, 복귀를 해도 두산에서만 뛸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한다. 하지만 아직 노경은과 연락이 닿지 않아 임의탈퇴가 처리된 것은 아니다”면서 “만약 입장을 번복해 임의탈퇴 공시를 철회할 경우 관련 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고, 선례도 없어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노경은은 2016시즌을 위해 겨우내 농도 짙은 땀방울을 흘렸다. 그는 지난 시즌 후 젊은 야수와 투수들을 중심으로 1.5군급 전력이나 신예들 위주로 꾸려지는 일본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몸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전체적인 투구밸런스를 점검하고, 시즌을 위한 체력 단련에 나섰다. 이후 노경은은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웨이트 훈련의 강도를 높여 체중을 88kg에서 93kg까지 늘렸다. 불어난 체중만큼이나 공에 힘이 붙었고, 컨디션도 상당히 좋았다. 물론 시즌 시작이 좋지 않았지만, 그가 야구를 놓아버릴 만큼 가능성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노경은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있고, 그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