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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LG트윈스 김광삼

16.05.1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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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Re-building), 말 그대로 ‘재건축’이라는 뜻의 이 단어가 야구장에서는 팀 체질에 변화를 줌으로써 향후 정상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겠다는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리빌딩 단계에 들어선 팀들 대부분이 나이든 베테랑 보다는 신예선수들에게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집중한다.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건물의 골조가 약해지는 것처럼 베테랑들의 기량도 조금씩 노쇠화 되기 때문이다.

리빌딩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한 베테랑은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다른 선수들과 경쟁을 해서 치고 올라가야하는 입장이면서도 팀의 선택에 좌절하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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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광삼은 지금 그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 남들은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수술과 재활을 무려 세 번씩이나 이겨내고 돌아온 마운드기에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변해버린 팀 내 위치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 속에서도 “아프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그다.

그럼에도 언젠가 자신에게 주어질 기회를 위해 김광삼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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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즌 후 야옹미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2016년)을 향한 여러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그 생각대로 잘 진행되고 있나.

김광삼  “밑그림은 잘 그렸는데, 색을 입히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2012년과 2014년에 수술을 하고나서 지난해 마운드에 올랐던 것이 내게는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재활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내게는 등판판자체가 희망이 됐다. 지난 시즌 후 처음으로 해외로 자비를 들여 개인훈련을 떠났다. 그 동안은 대부분 국내에서 훈련을 했었는데,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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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느끼고 돌아왔나.

김광삼 “투수이기 때문에 공을 받아줄 사람이 필요해 마음이 잘 맞는 후배 장진용과 함께 갔다. 둘이 순수 자비로 간 것이라 비용절감을 위해 호텔이나 리조트 대신 한인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훈련을 이어갔다. 그동안 했던 것과는 다른 훈련 방법을 활용해보기도 하고 스스로 뭔가를 찾아나가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았다. 사실 훈련 환경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비록 2군이지만, 올해 시작을 좋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이판에서 보낸 시간들의 영향이 컸다. 내가 앞으로 선수 생활을 얼마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기반을 잘 마련하면 후배들도 저비용으로 해외 개인 훈련을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싶다. 연봉 높은 선수들만 가는 것이 아니라 어린 선수들도 자신의 몸에 대한 투자 가치를 생각해보고 잘 준비한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다녀올 수 있다. 그 기반을 잘 다져놓고 싶은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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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군에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1군 콜업과 관련해 아쉬운 마음이 있을 법 한데.

김광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어떻게 얘기를 해도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보다는 주위에서 많이 안타까워 해줘서 도리어 나는 무덤덤했다. 내가 확실히 뭔가 부족했고 어설펐기 때문에 아직은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빌딩이라는 것 자체가 베테랑들에게는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다. 베테랑으로서 리빌딩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광삼 “1999년도 프로 입단 때부터 줄곧 LG에서만 뛰었다. 나도 신인으로 들어와서 팀에서 기회를 얻었고, 성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게 주어졌던 기회도 결국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보면 조금 더 절실하게 야구를 해야했다는 미안함이 들기도 한다. 팀에서 리빌딩 과정을 겪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베테랑들이 소외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야구를 놓아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어떻든 간에 야구는 준비한 자에게 기회가 오고, 기회를 잡는 것도 준비된 사람이다. 2군 스프링캠프를 다녀오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1군에 오를 날을 위해서 실망하거나 지치지 말고 다듬고, 더 다듬어야한다. 그래야 기회를 받고 있는 후배들도 긴장감과 자리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그게 진짜 리빌딩 효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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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시간들을 겪고 돌아와서 인지 과거에 비해 생각이 깊어진 느낌이다.

김광삼  “내가 적은 나이가 아닌데도 주위에서 성숙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스스로도 생각하는 것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사실 아프기 전에는 당장 눈앞에 것들만 생각하고 좁은 시야로 세상을 살았다면, 이후에는 조금 더 먼 수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야구가 안되는 후배들을 보면서 얘기를 나눌 때에도 ‘왜 못해’ ‘왜 안 되는 거야’라는 지적보다는 함께 이유를 찾거나 혹시 다른 곳이 안 좋은 건가라는 물음을 갖게 된다. 일을 대하는 생각자체가 성숙해진 기분이다.”

- 현재의 목표는 결국 1군 진입이 아니겠나.

김광삼  “여기(2군) 있는 선수들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갖고 야구를 하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건 뜻대로 되는 문제는 아니다. 결국 선수는 기회가 올 때까지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으면 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며 그건 또 다른 사람의 몫이 되는 것이 프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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