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꼴찌후보' 넥센 상승세의 티 나지않는 버팀목
16.05.25 16:34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라는 노래가사가 있다. 이는 아무리 가파른 고개를 올라가는 수레라 할지라도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면 못 올라갈 데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올 시즌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순위싸움에서 선전하고 있는 넥센 마운드에 가장 어울리는 노랫말이다.
넥센의 고전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전력 누수에 비해 보강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마운드는 마무리 투수 손승락(롯데)을 비롯해 에이스 앤디 밴 헤켄(세이부), 불펜의 핵심자원이었던 한현희와 선발 전환을 준비했던 조상우(이상 팔꿈치 수술)까지 이탈해 그 공백이 상당했다. 한 야구 전문가는 “넥센이 그 전에도 마운드가 풍족한 편은 아니었는데, 팀 마운드의 구심점 역할을 한 알짜배기들만 빠져나가서 더 없는 살림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넥센 마운드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재영, 박주현 등 신예들의 활약과 새로운 마무리투수 김세현의 연착륙 등을 마운드 강화의 비결로 손꼽을 수 있지만, 손혁 투수코치 그 누구보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베테랑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손혁 “올해 우리 팀이 이렇게까지 할 것이라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의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투수코치 입장에서 선수들을 볼 때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마음이 더 쓰이는 손가락은 생기기 마련이더라. 올해는 (마)정길이와 지금은 1군에 없는 (오)재영이가 그렇다.
누구나 궂은일 하기를 꺼려한다. 특히나 야구 선수의 경우 한 경기 성적이 곧 자신의 기록으로 쌓이기 때문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팀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모두가 다 이기는 경기에 주인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팀에서는 마정길과 오재영 등 베테랑들이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희생하고 있다.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는 경기에 등판해 공을 던져주기도 하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이끌어준다.
나도 야구를 해봤고, 큰 점수 차에 등판을 해봐서 알지만, 집중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다음을 위해 점수까지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상당히 곤욕스러운 순간이다. 막상 올라가서 잘 막았다고 해도 크게 티가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 불만 없이 잘 따라와 주고 있음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투수코치로서 가끔씩 지고 있는 경기에서 너희들에게 불펜에서 몸을 풀라고 얘기를 할 때마다 나조차도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다.
정길이의 경우 승리를 챙긴 적도 있지만, 재영이는 투수 조장이면서도 단 1승도 없이 제 역할을 했다. 베테랑들의 활약을 단순히 수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재영이는 좋은 상태에서 1군에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마운드 위에서 베테랑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박주현, 신재영 같은 선수들이 꾸준히 기회를 받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후배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팀에서 한 선수가 기회를 받고 성장 하기까지 누군가의 희생과 배려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고 더 절실하게 매달려야 한다. 화수분 야구라는 것도 결국 바탕이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올해 넥센 마운드가 ‘모두가 안 된다고 못 한다’고 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고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