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김재환, 왕관을 쓰려는 자 무게를 견뎌라
16.05.26 16:38
스테로이드는 보통 2~3배의 근육량 강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구선수의 경우 타구 비거리가 평균 15m나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약물이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 일로 김재환은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와 함께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훈련중지’라는 가중처벌을 받았다. 이후 그는 4개월 만에 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동안 잠잠했던 이 일이 5년 만에 다시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약물 복용의 이력이 있는 선수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여준 것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일까. 아니면 약물 복용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일까.
올해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정확하고 세밀한 도핑검사를 위해 이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일임했다. 검사 방법도 소변검사에서 혈액검사로 바뀌면서 도핑검사 시 발생하는 여러 단점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KADA가 주관한 도핑검사는 현재 4월과 5월 각각 1차례씩 총 2차례 이뤄졌다. 4월 1차 검사 때 표본으로 삼았던 30명(한 팀당 3명씩)의 선수들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5월 2차 검사결과 발표도 조만간 있을 예정이다.
그렇다면 두 차례의 도핑검사에서 김재환은 대상자로 선정됐을까.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이규환 조사부장은 23일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인 선수를 언급하며 검사 대상을 확인해 줄 수는 없다. 이는 선수들의 사생활 보호와 관련된 부분이다. 다만, 이번 도핑검사 과정에서 과거 약물 이력이 있는 선수들의 ‘추적조사’와 갑자기 성적이 향상된다는 등 특이점이 의심되는 선수들의 ‘타깃 검사’를 병행했다. 이 정도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 결과 약물을 복용한 쥐는 근육이 30% 늘어난 반면 일반 쥐의 근육 증가는 6%에 그쳤다. 이를 토대로 이들은 ‘장기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입증할 데이터는 없지만, 약물을 통한 근육 강화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며 이는 사람에게도 적용돼 약물 효과가 10년은 갈 수 있다’고 가정했다. 군데르슨 교수는 “한 번 약물에 적응한 근육이 약을 끊은 뒤에도 쉽게 발달하는 것은 근육 세포의 ‘기억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테로이드 복용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모든 약에는 종류를 불문하고 기간에 차이가 있을 뿐 반감기(약물의 혈중 농도가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감기약을 먹더라도 약효의 지속성을 위해 일정한 시간을 두고 계속 복용하는 것이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는 스테로이드도 마찬가지다. 약으로 섭취하느냐 주사로 맞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짧게는 4~6시간에서 길게는 18일까지의 반감기가 있다. 약의 경우 주사에 비해 반감기가 더 짧은 편이다.
행여 2011년에 김재환이 스테로이드 약을 통해 근육 증강으로 효과를 봤다 할지라도 반감기에 맞춰 꾸준히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지 않는 한 효과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타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의학전문가는 이를 ‘풍선’에 비유한다. 약물을 먹고 키운 근육은 그 약효가 떨어지게 되면 풍선에 바람을 넣었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김재환은 인천고 시절 ‘괴물타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프로 입단 후 포지션 문제로 빛을 보지 못하고 상무에 입단한 그는 꾸준한 기회를 바탕으로 재능에 꽃을 피웠다. 상무 입대 첫해인 2010년에는 21홈런 101타점‧타율 0.316을 기록하며 북부리그 타점왕에 올랐다. 당시 퓨처스리그에서 100타점을 올린 건 김재환이 최초였다. 특히나 그는 그해 평생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사이클링 히트를 두 번(5월 7일 벽제 경찰청 전, 7월 27일 송도 SK전)이나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두산의 사령탑이었던 김경문 감독(현 NC)은 “김재환은 힘을 타고났다. 타격기술도 상당히 좋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오랫동안 김재환을 지켜봤던 많은 사람들은 올 시즌 그의 활약에 ‘터질 사람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빛을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만한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말한다. ‘인생 최대의 과오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고. 김재환이 알고했던 모르고 했던 약물을 복용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김재환 스스로도 과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력으로 속죄하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김재환은 “과거 잘못은 내가 평생 안고 가야 할 몫이다. 결국 땀 흘리고 노력해서 실력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