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권희동의 마음가짐을 바꾼 김경문 감독의 엽기
16.05.31 16:42
‘돌아왔을 때에는 팀에 기둥이 될 수 있도록 해라.’
상무 권희동(NC)은 군 입대 전 김경문 NC 감독이 건넨 엽서 한 장에 마음을 다잡았다. 감독이 직접 손 글씨로 작성한 엽서에는 2년 동안 팀을 떠나 있는 그에 대한 애정과 바람이 들어있었다. 권희동은 “사실 군대에 입대하면서 2년 만 잘 보내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는데, 감독님의 엽서를 받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지난 2013년 NC에 입단한 권희동은 그 해 15개의 아치를 그려내며 54타점을 기록, '차세대 거포'로서 가능성을 비쳤다. 김경문 감독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던 권희동은 2014시즌 후 군 입대를 선택했다. 당시 그는 “돌아와서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오는 9월 제대를 앞두고 있는 권희동은 퓨처스리그에서 매서운 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4일 kt 전에서는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은 권희동의 사이클링 히트 소식에 웃음 지으며 “축하받을 일”이라고 뿌듯해했다.
현재 NC는 김종호-이종욱-나성범으로 이어지는 외야 라인을 구축했다. 여기에 김준완, 김성욱 등 젊은 피들의 성장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권희동이 제대하면 NC 외야 주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권희동은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지난해 수술을 했다. 지금은 몸상태가 어떤가.
권희동 “작년 5월 말 쯤 경찰청 게임에서 송구를 하는데 팔꿈치에서 안 좋은 소리가 나더라. 바로 보고하고 정밀검사를 받았다. 결국 7월 1일에 팔꿈치 내측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그전부터 팔꿈치 쪽이 불편했는데, 결국 못 버텼던 것 같다. 상무에 와서 수술을 하게 돼서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서 트레이너 코치님들이 잘 챙겨주시고, 재활도 체계적으로 해주셔서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수비는 안 하고 지명타자 또는 대타로만 경기에 나가고 있다. 지난해 경기는 반도 못 뛰어서 올해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 수술하고 재활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권희동 “사실 수술한 후에 운동을 할 수 없어서 방에만 있었다. 군대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가만히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조울증 비슷하게 기분 변화가 심해지더라. 평소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여자친구나 가족들한테 짜증도 많이 냈는데, 다 받아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치유되더라. 여자친구랑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힘든 시기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줘서 이제는 내가 지켜줄 차례인 것 같다.”
-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서인지 올해 타격감이 매섭다. 지난 4일 퓨처스리그에서 달성한 사이클링히트는 축하한다. 김경문 감독은 소식을 듣고 ‘권희동이 사이클링 할 얘가 아니다’며 웃기도 했는데.
권희동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처음에 3루타와 2루타 쳤을 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다음 타석에 들어가는데 (조)무근(kt)이가 올라오더라. 그냥 배트 중심만 맞추면 된다는 생각으로 휘둘렀는데, 그게 홈런이 됐다. 그때부터는 단타 하나면 됐으니까 꼭 치려고 마음을 먹었다.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한 직후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경기 끝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보니 실감이 나더라. 평생 한 번 해볼까 말까 한 기록을 달성해서 기분이 좋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1군에서도 한 번 더 해야겠다.(웃음)”
- 박치왕 상무 감독은 ‘권희동이 군 입대 후 많이 성장했다’고 칭찬했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권희동 “확실히 정신적으로는 성장한 것 같다. 특히 다양한 팀에서 모인 것이라 야구 이야기도 하면서 정보도 공유한다. 예를 들어 (문)우람는 (강)정호형이나 (박)병호형이랑 함께 뛰어봤기 때문에 그 형들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하고 훈련을 하는지도 물어보고 배운다. 같은 기수인 (이)상호형이랑 (이)원석이석 (한)동민이형 (김)재민이와는 이야기도 더 많이 한다. 확실히 자기 발전에 도움이 많이 된다. 또 부대에 있으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해보니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님의 말씀 때문이라도 준비 잘 해서 나가야한다.”
- 김경문 감독의 말이라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권희동 “군 입대 전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엽서 한 장을 주시더라. 거기에는 내가 상무에 와서 했으면 하는 일들과 힘을 낼 수 있는 말들을 적혀있었다. 군대에 입대하면서 2년 만 잘 보내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는데, 감독님의 엽서를 받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특히 그 안에 ‘돌아왔을 때에는 팀에 기둥이 될 수 있도록 해라’라는 말이 있었는데,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제대 후에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감독님의 말대로 확실히 해서 팀에 돌아가고 싶다.
-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권희동 “연습량이 많이 지면 질수록 자신감도 높아지는 것 같다. 감독님 말씀을 듣고 군 입대하면서 ‘2년 동안 스프링캠프에 왔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타격의 정확도와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서 기술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몸통 회전이 좋아졌다고 얘기를 해주시는데, 제대 전까지 긴장 늦추지 말고 준비 잘 해야 할 것 같다.”
- NC외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제대 후 뚫어야 할 김종호-이종욱-나성범으로 짜여진 주전 외야 라인업이 만만치 않은데.
권희동 “다행인 게 나는 왼손 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세 사람과 겹치지 않아서 좋다. 특히 나는 (이)종욱 선배님이나 (김)종호형와 달리 중장거리 타자로 장타를 칠 수 있다. 내 나름대로의 색깔로 어필한다면 자신 있다.”
- 제대 후 어떤 평가를 듣고 싶은가.
권희동 “일단은 안 아파야하니 건강이 첫째다. 부상 없는 몸으로 나가서 ‘많이 발전됐다. 준비 잘했다’는 얘기 듣도록 하겠다. 기다려 달라. 마산구장에서 내 응원가를 빨리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