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성장통을 딛고 일어난 하주석의 '오늘만 사는 야구'
16.06.15 14:38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야구하고 있다.”
한화의 아킬레스건으로 손꼽혔던 유격수 자리에 새로운 주인이 등장했다. 예비역 하주석(한화)이다. 시즌 초반의 보였던 모습과 달리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며 팀 센터라인의 힘이 되고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많이 좋아졌다”며 하주석을 향한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프로 입단 당시 메이저리그에서도 탐낼 만큼 뛰어난 재능과 가능성을 갖췄던 하주석(한화). 내야수로서 뛰어난 수비 감각과 강한 어깨, 센스있는 주루플레이, 펀치력 있는 공격력이 그를 빛나게 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결코 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주어진 기회만큼 능력치를 뽐내지 못했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감에 빠졌다. 하주석은 “주변 기대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결국 하주석이 선택한 것은 군 입대였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무에서 외야수로도 뛰었을 만큼 그는 간절했다. 매일 운동했고, 야구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하주석은 성장했다. 그는 “상무에 있으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했다. 프로 5년차 하주석이 겪었을 성장통은 어떤 것이었을까.
프로 5년차 하주석이 겪었을 성장통은 어떤 것이었을까.
- 올 시즌을 앞두고 '달라진 하주석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가.
하주석 “확실히 군대 가기 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경기를 준비하는 것도 그렇고 예전에 안 좋았던 모습들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들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스스로도 잘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 ‘예전에 안 좋았던 모습’이라 함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하주석 “사실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기술적인 부분에서 바뀐 것은 없다. 타격폼에 있어서 오른팔이 들리는 부분과 상체 활용도에 대해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그 부분에 신경 쓰는 게 외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태도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안일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고, 뭐랄까 신인이기도 해서 경기를 준비하는 방법이라든지 평소 스스로를 관리하는데 소홀했던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을 많이 바꿨다.”
- 프로 입단 때 전체 1위로 계약금만 3억 원을 받았을 만큼 기대주였다. 하지만, 실상 프로에 들어와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하주석 “프로에서 직접 부딪치기 전까지 벽이 높을지 몰랐다. 입단 후 상무에 가기 전까지 주변 기대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만 느꼈다. 부족한 게 많다는 것을 깨달은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군 입대 후 야구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상무에 있으면서 박치왕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야구에 대한 생각부터 야구를 떠나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까지 많이 배웠다. 군대 다녀와서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다.”
- 성장통을 겪었다는 얘기인데.
하주석 “그렇다. 야구 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굉장히 여렸다가 어른이 된 기분이다.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했고, 깨달았다.”
- 상무에 있으면서 외야수로도 잠시 뛰었다. 제대 후 경쟁이 치열한 내야에서 기회를 잡기 어려울 시 외야수로 기용하고 싶은 김성근 감독의 요청이 있었는데.
하주석 “상무 2년 차 전반기 이후부터 간혹 외야수로 뛰었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한 번 도 외야수로 뛰어 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긴 했다. 하지만 새로운 포지션을 경험하면서 나름 재미를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팀에서 출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떤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더라도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했다.”
- 그래도 본인의 강점을 살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할 텐데.
하주석 “그건 맞다. 외야수로 뛰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제대해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캠프 때부터 열심히 했다. 포지션을 바꿔서 기회를 얻는 것보다 내가 잘하는 위치에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고 싶었다. 지금은 과정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놓고 있지는 않다. 지금은 유격수 자리가 내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 아직은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 군 제대 후 첫 시즌에 데뷔 동기인 양성우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힘이 될 것 같다. 더욱이 두 선수 모두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
하주석 “힘이 많이 된다. 같이 프로에 입단을 했고, 힘든 시기를 겪어서 그런지 서로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응원하고 있다. 경기를 할 때나 연습을 할 때에도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고, 안 좋은 점이 있으면 즉각 말해준다. 함께 있으면서 시너지효과를 누리는 것 같다. 다만, (양)성우는 안타를 치든 볼넷을 얻든 잘 나가는데, 내가 1루 땅볼을 자주 치는 바람에 많이 죽었다. 그게 미안할 따름이다. (웃음)“
-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뭐라고 하는 것인가.
하주석 “상무에 있었을 때 이영수 타격코치님께서 타석에서 머리가 복잡한 것 같다고 차라리 중얼거려보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좌중간, 우중간 홈런’ 이런 식으로 중얼거리게 됐다. 하다 보니까 진짜 잡생각이 사라지고 타석에서 집중력이 높아지더라. 이제는 나만의 루틴이 됐다.”
- 국가대표 2루수이자 베테랑인 정근우와 키스톤콤비로 호흡을 맞춘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떤가.
하주석 “굉장한 운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대표 2루수랑 같이 플레이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된다. 사실 처음에는 어색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선배님이랑 얘기도 많이 하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편해지고 있다. 선배님이 나한테 맞춰주는 부분이 많다. 내가 선배님 덕에 편하게 수비를 한다. 평소에 경기 중에도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는데, 잘 답해주신다. 늘 감사할 따름이다.”
- 자극이 되는 선수가 있나.
하주석 “다른 팀이긴 하지만, (구)자욱(삼성)이 형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 상무에서 같이 있다가 먼저 제대해서 굉장히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형을 보면서 ‘나도 제대한 후에 자욱이 형처럼 잘해야지’라는 생각을 수십 번 했던 것 같다. 자욱이 형이 늘 ‘너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말해줘서 힘을 얻고 있다. 자욱이 형은 자극제이자 내가 따라가고 싶은 선수다.”
-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하주석 "아직까지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다. 올해는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다. 그래야만 수치에 대한 목표도 생길 것 같다. 정근우 선배님이 ‘지금은 고민하지 말고 앞만 보고 마음 편하게 달리라’고 했다.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지금은 그저 오늘만 산다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야구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