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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선수보다 사람으로' 상무 박치왕 감독

16.06.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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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군대로이드(군대+스테로이드) 효과’를 누리는 선수들이 있다. 무명 선수에 불과했던 이들이 경찰 야구단과 상무를 다녀온 후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팀 전력에 보탬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군대로이드는 군대 문제가 걸린 선수들이 병역 특례를 주는 국제 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데에서 사용하는 단어지만, 이제는 군 복무 2년 동안 야구에 대한 목마름을 느꼈던 이들이 제대 후 일취월장한 기량을 마음껏 풀어낸다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김경문 NC 감독은 “군대 갔다 온 선수들이 복귀하고 나서 잘하는 사례가 최근에 아주 많아졌다. 예전에는 군대 가서 놀다 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요즘은 야구 실력이 늘어서 오는 선수들이 많다. 상무 감독하고 경찰청 감독에게 공로상이라도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경찰 야구단고 상무는 단지 군 복무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선수들의 야구 실력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사관학교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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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경찰 야구단과 상무의 무엇이 선수들을 바꿔놓았을까. 그 답을 유승안 경찰 야구단 감독과 박치왕 상무 감독에게 직접 들었다. ‘야옹미인-군대로이드 편’은 ‘1부-유승안 감독, 아버지의 마음으로’ ‘2부-박치왕 감독, 선수가 아닌 사람을 키우는 상무’로 나눠 연재된다.

 박치왕 감독은 무려 27년째 상무와 함께하고 있다. 그는 상무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으로 코치를 거쳐 감독의 자리에 올랐다. 자신의 인생에 반이 넘는 시간을 상무에서 보내며 박 감독은 삶의 이치를 깨달았고, 인생을 배웠다. ‘상무는 곧 내 인생’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박치왕 감독은 “선수들이 상무에서 야구는 물론 인생을 배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유희관“상무에서 야구를 한 게 참 운이 좋았다. 당시 쟁쟁한 선수들과 상대하면서 기량이 많이 늘었다. '나도 하면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가 됐다.”

하주석“상무 입대 후 야구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박치왕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군대 다녀와서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다.”

구자욱“상무에서 실력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큰 의미로 남았다. 상무가 인생의 전환기다.”

홍건희“상무에서 생각도 많이 하고,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생겼다. 군대에서 보냈던 2년이라는 시간이 내게는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 상무 선수 선발 과정과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선발을 하는지 궁금하다.

박치왕  “선수를 선발하는 데 있어 내가 따로 관여하지 않는다. 상무 자체적으로 선수 선발 위원회가 있어 그쪽에서 원서를 받고 성적과 체력테스트, 기술테스트 등을 한다. 선수의 발전 가능성도 눈여겨본다. 당장의 성적이 좋지 않고 프로에서 보여준 것이 없다 하더라도 상무에 와서 얼마만큼 발전하고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구단 안배라든지 이런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못한다.”

- 평소 선수들에게 야구 외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

박치왕  "인간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야구를 하는 것도 결국엔 사회생활이다. 일반인들이 회사를 다닐 때 직장 내에서 여러 인간관계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나. 그것이 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선수는 구단과의 관계와 감독‧코칭스태프와의 관계, 동료 선수들의 관계, 팬들과의 관계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한 마디로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얘기다. 요즘 선수들의 경우 이런 부분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나만 잘났다고 해서 인정받을 수는 없다. 결국 선수는 구단에 속해있고, 감독‧코칭스태프의 결정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며, 동료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야만 야구에 온 힘을 쏟을 수 있고,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특히나 팬들이 주는 관심과 사랑을 고맙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 ‘야구만 잘하는 선수’를 만들기보다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돼라는 얘긴데.

박치왕  “그렇다. 야구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내가 상무에 20년 넘게 있으면서 참 많은 선수들을 지켜봤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는 친구들이 야구를 할 때도 즐겁게 하더라. 적어도 상무에 온 선수들만큼은 야구뿐 아니라 사회생활도 잘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어디서 욕 안 먹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잔소리도 늘어나는 것 같다.”

- 감독의 팀 운영 철학 때문인지 몰라도 상무에서 제대한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박치왕  “사실 기술 훈련은 팀에서 하는 것이나 상무에서 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훈련량과 스케줄도 비슷하다. 결국 제대 후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마음가짐, 정신력의 차이다. 상무에 감독으로 있으면서 선수들의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마음이 바뀌면 표정이 바뀌고 행동이 바뀐다.”

-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나.

박치왕  “누구 하나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다 기억에 남는다. 상무를 거쳐 간 선수들은 하나같이 다 소중하다. 제대 후에도 가끔 안부를 묻는 선수들도 있고,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연락하는 선수들도 있다. 다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은 선수들이 서운해할 것 같다.”

- 기억 속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선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박치왕  “LG에서 KIA로 간 윤정우를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다. 상무에 들어온 선수들을 지켜보다 보면 전역 후에 크게 될 선수라는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다. 유희관(두산)이나 구자욱(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윤정우도 잘될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갖고 있는 능력도 좋았지만, 본인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다. 제대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가 늘 자극을 줬다. 경기에 나가서 못 치면 중간에 교체도 하면서 내 나름대로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경기에서 윤정우가 3루 땅볼을 치고 아웃 타이밍인데도 필요 이상으로 주루플레이를 열심히 하다가 전방십자인대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했다. 이후에 ‘내가 그냥 믿고 편하게 해줬으면 선수가 무리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까지 윤정우는 내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 상무 사령탑으로 6년째 팀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박치왕  “앞서 말한 대로 부상 선수가 나오는 게 가장 힘들다. 그래서 늘 선수들에게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 번째는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시즌을 마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야구를 통해 행복해지라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상무를 나가기 전까지 각자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 한 팀의 수장이기에 시즌 성적에 대한 욕심이 들만도 한데.

박치왕  “감독이 팀을 운영하는 원칙 그러니까 투수 로테이션이나 타순, 수비 위치 등을 지키다 보면 성적은 뒤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감독이 선수들을 만만하게 키우고 원칙을 지키지 않고,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리가 없다. 그게 세상사는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성적에 대한 욕심보다는 팀 운영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먼저다.”

- 상무 감독 6년 차다. 목표가 있다면.

박치왕  "상무에서 내 임무는 선수들을 잘 케어해서 내보내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야구인으로서 프로야구가 한 단계 발전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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