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이순철 아들'이 아닌 선수 '이성곤'으로
16.06.21 14:36
야구 선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뒤를 따라 그라운드의 삶을 선택한 아들. 아들에게 아버지는 여전히 높은 산이자, 반드시 넘고 싶은 숙명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이성곤(경찰청)은 아버지 이순철 SBS Sports 해설위원에 대해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분”이라고 했다.
경찰청에서 2년째 군 복무 중인 이성곤에게 올 시즌 퓨처스 무대는 좁게만 느껴진다. 홈런 부분 1위는 물론 공격 부문 각종 지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제대를 앞두고 1군 무대 진입을 노리고 있는 그의 기분 좋은 상승세다.
이성곤은 대부분의 야구인 2세들이 그렇듯 야구 팬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 세 글자보다 ‘이순철 아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아버지 이순철 위원과 아들 이성곤은 많이 닮아있다. 내야수로 프로에 들어와 외야 전향을 선택한 것과 힘든 상황 속에서도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이 말이다. 이성곤은 “키가 큰 어머니 덕에 내가 아버지와 겉모습에서 차이가 있지만, 야구만큼은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때문에 그는 20대의 아버지가 그랬듯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에게 여전히 아버지의 명성과 야구는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지만, 있는 힘껏 겨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아들에게는 행복이다.
때문에 그는 20대의 아버지가 그랬듯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에게 여전히 아버지의 명성과 야구는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지만, 있는 힘껏 겨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아들에게는 행복이다.
- 입단 때부터 ‘이순철 아들’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생각만큼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해 그 타이틀이 부담스러웠을 법도 한데.
이성곤 “예상 가능한 반응이었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이성곤’보다는 ‘이순철 아들’로 더 유명세를 탔다. 예를 들어 같이 야구하는 동료들과 비슷한 실수를 해도 ‘이순철 아들이 저것밖에 못한다’ ‘아버지보다 못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렸을 때에는 위축되고 더 조심스럽기도 했는데, 커서는 신경 안 쓰려고 한다. 다만 프로에 들어와서 몸으로 느껴지는 실력 차이에 소심해지긴 했다.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야구 좀 한다고 했는데, 프로에 오니까 여긴 내가 제일 못하는 축에 끼더라. 신인 때에는 현실을 깨닫고 살아남기 위해 고민만 했던 것 같다.”
- 경찰청 입대 2년째다. 주위에서는 이성곤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는 평가들을 하는데, 이는 성적이 말해주고 있다.
이성곤 “지난 겨울에 타격폼을 수정했다. 확실히 군대에 와서 생각이 많아지면서 제대까지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전까지 타석에서 공에 갖다 맞추기 급급한 스윙을 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스윙궤적을 바꾸고 공을 때리는 타이밍도 앞에 뒀다. 다행히 타격폼 수정 작업이 잘 이뤄져서 시즌 초반부터 좋은 타격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타격폼 수정이 내게는 큰 도전이었기 때문에 만약 시작이 안 좋았다면 지금쯤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주위 형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 주위 형들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이성곤 “경찰청에 입대하자마자 (전)준우 형, (안)치홍이 형과 함께 방을 썼다. 두 형들 모두 1군에서 오래 뛰었던 선수들이라 경험이 많다. 형들과 평소에 얘기를 나누면서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들과 경기 상황에 따른 노하우를 배웠다.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나 치홍이 형은 지금가지 한 방을 쓰고 있는데, 평소에 워낙 열심히 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이 확고한 사람이라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운다. 나한테는 두 형들과 함께 했던 게 복이었던 것 같다.”
-프로 입단 후 외야로 전향했다. 아버지인 이순철 위원은 ‘1군에서 뛰고 싶은데 실력이 안 되니까 외야로 전향했다’고 독설가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는데.
이성곤 “프로에 입단한 해인 2014년 5월 말에 외야전향을 선택했다.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격능력을 극대화시키는 편이 유리하다고 봤고, 그러기 위해서는 외야수로 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산의 경우 내야진이 워낙 두텁고, 사실 내가 내야수로 대성할 만큼의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밀려난 것 아니겠나. 아버지의 말씀이 맞다.(웃음)”
-수비 위치에 있어 확실한 내 자리가 없다는 것이 기회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비 위치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이성곤 “수비까지 다 잘하면 좋겠지만, 하늘이 나한테만 공평한 것인지 남들보다 나은 공격력은 주셨지만, 아직까지 수비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에 와서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1루수까지 보고 있다. 외야의 경우 아직까지 전문 외야수와 비교해서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내가 못하는 것에만 매달리면서 잘하는 것을 소홀하게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잘하는 부분을 충분히 갈고 닦고, 수비에 대한 고민만 놓지 않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안 되는 것에 스트레스 받고 신경 쓰다가 잘 되는 것까지 망치고 싶지 않다.”
- 신인 때와 비교해 체격도 좋아지고 멘탈적인 부분도 성숙한 것 같다. 군대 효과인가.
이성곤 “군 입대 전에 (민)병헌이 형이랑 (허)경민이 형이 ‘경찰청에 가면 야구밖에 할 게 없다. 가서 많이 늘어서 오라’고 했는데, 진짜 와서 보니 야구밖에 할 일이 없더라. 야구에 대한 생각부터 앞으로 어떻게 살지 인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 병헌이 형이랑 경민이 형의 경우 경찰청 제대 후 야구의 꽃을 피웠다. 나도 마지막까지 준비 잘해서 제대 후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오는 9월 제대를 앞두고 있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이성곤 “은퇴 후에 모교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다. 모교에 대한 애정도 많고 야구를 하면서 좋은 것 중에 하나는 야구로 남에게 베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랑 가끔 만나도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버지도 그런 부분을 강조하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아버지만큼 야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선수 생활하는 내내 최선을 다하는, 야구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제는 ‘이순철 아들’이 아니라 ‘이성곤’이라는 이름을 찾아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