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 김태군
16.06.22 14:47
그라운드 위에서의 성장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알을 깨뜨리고 나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다. 알을 깨뜨리고 껍질을 부수는 것 자체가 선수에게는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알을 깨뜨리고 세상 빛을 본 선수만이 높이 날아갈 수도 있다.그런 의미에서 NC 김태군은 지독한 성장통을 이겨내고 성장했다. 이제 그의 커다란 날개에 힘까지 붙어 마음껏 날아오를 수도 있다. NC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 강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8년 LG 입단 후 1군보다 2군에서 지낸 시간들이 더 많았던 그는 NC 이적 후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애초 주전 포수라는 자리를 두고 벌어졌던 그를 둘러싼 자질 논란도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과 믿음을 바뀌었다. 김태군이 보여준 집념과 노력,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전히 김태군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지난해 포수 중 유일하게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면서 그는 또 성장했다. 체력 부담이 큰 포수로서 전 경기를 소화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서 박경완(1996년·쌍방울)과 강민호(2006년·롯데)가 전 경기를 뛰었지만, 당시 경기 수는 126경기였다. 뿐 아니라 그는 2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 자리를 노리며, 마운드 안정세에 일등공신 노릇까지 하고 있다.
프로 입단 때와 비교해 자신의 역할과 위치는 달라졌지만, 그의 가치관은 여전하다. ‘나보다는 팀, 돈보다는 사람의 마음’이다.
- 6월에 들어 팀 상승세가 무섭다. 특히나 선두 두산과 팀 평균자책점 공동 1위(20일 기준)라는 점에서 포수 김태군의 역할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김태군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한 것 같다. 사실 아직도 미숙한 부분이 있는데도 주위에서 (이)호준이 형이나 (이)종욱이 형, (손)시헌이 형이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고 힘을 준다. 특히나 ‘팀에 뭐가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움직이라’는 얘기가 내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팀을 위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얘기다. 창단 첫해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선수들끼리 잘 뭉쳤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팀원들끼리 잘 뭉쳐있다. 그런 부분이 내게도 큰 힘이 된다.”
- 벤치에서 볼 배합이나 작전 관련 사인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 포수들이 경기 중에 더그아웃을 쳐다보는 경우가 많은데, NC의 경우 그런 모습이 거의 없다.
김태군 “포수마스크를 쓰면 볼 배합 관련 사인은 모두 내가 낸다. 더그아웃을 전혀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믿고 맡겨주시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말 겁 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해주신다. 주장인 (이)종욱이 형은 ‘게임에 나가면 우리 팀 주장은 너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힘을 북돋아 준다. 내‧외야에서 내 사인을 잘 받아 주고 움직여주니까 책임감이 더 생긴다. 때문에 경기를 잘 풀어나가기 위해서 배터리코치님과 상대팀 분석을 더 꼼꼼하게 하게 된다. 정말 철저하게 준비한다.”
- 아무리 준비를 잘한다고 해도 경기 중에는 변수가 많아 막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김태군 “물론 있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질 만큼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손)시헌이 형과 (박)석민이 형이 내야에서 많이 도와준다. 다들 경험이 많아서 내가 보고 배울 부분들이 많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김태군이 생각하는 투수리드란 무엇인가.
김태군 “투수리드란 마운드 위에서 투수의 심리를 얼마만큼 빨리 파악하고 대처하느냐다. 포수로서 투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편하게 던져라’하는 백 마디 말보다 위기 상황 속에서 헤쳐 나갈 수 있는 답을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수의 심리적인 변화를 파악해야하고, 거기에 맞는 대처방안을 내줘야한다. 결국 야구는 멘탈 싸움이 아닌가. 메이저리그 관련 서적에도 '야구 선수는 심리가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더라. 특히나 에이스들은 어떤 포수를 만나도 에이스지만, 2군에서 갓 올라와서 1군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경우 실점을 하거나 위기 상황에 몰렸을 때 심리적으로 더 위축될 수 있다.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 2008년 프로 입단 후 지금까지 수비 부분에 있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김태군이 이제 고비를 넘어 성장했다’고 칭찬했는데.
김태군 “김경문 감독님을 만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인 것 같다. 처음부터 부족한 나를 믿고 맡겨주시고, 때로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아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또 최기문 배터리코치님과 (용)덕한이 형 등이 있어줘서 잘 보고 배웠다. 지난해 풀타임을 뛰고도 타율이 좋지 않아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들지 못해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 공격적인 부분은 아직 부족하지만, 수비에서만큼은 인정받는 포수가 되고 싶다.”
- 늘 공격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도 공격 쪽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모습인데.
김태군 “2012년부터 100경기 이상을 꾸준히 치르면서도 늘 팀에는 타격 쪽에서 도움이 못됐다. 타격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내가 포수로서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수비다. 김경문 감독님도 ‘팀에서 네게 바라고 내가 바라는 것은 포수로서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와의 호흡, 경기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다. 공격적인 부분을 아예 버릴 수는 없지만, 그걸 신경 쓰기보다 너는 네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생각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이 큰 힘이 됐다.”
- 지난해 형편이 어려운 할머니를 위해 식당에서 한 달 치 식비를 계산해준 것을 비롯해 평소 마음이 훈훈해지는 일들을 많이 한다.
김태군 “야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반대하셨다. 아들이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 못내 걱정이 됐던 것 같다. 결국 아버지께서 야구를 허락하시면서 ‘운동을 하면서 나름의 가치관을 가져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서든 돈에 얽매이지 말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라'고 하셨다. 그 말 때문에 늘 베풀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또 내가 프로에 들어와서 몇 년 동안은 빛을 보지 못하고 힘든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낮은 곳에 더 마음이 쓰인다. 누군가에게 칭찬받기 위해서 좋은 일을 하진 않는다. 그저 내 만족일 뿐이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지난해 144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기록이었지만, 더 배우고 성장한 것 같다. 올해 시즌 전에 감독님과 ‘아프지 않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풀타임 약속을 지켰으니 올해도 안 아파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 내 개인적인 성적에 대한 자부심보다 계속해서 게임을 나가고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인 성적 욕심은 없다. 물론 팀 우승은 꼭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