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하고 싶었지만, 실력이 없어 기회를 받지 못했다. 별 볼 일 없는 지명 순위에 설움도 당해봤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밤, 낮 없이 훈련에 매진했다. 팔꿈치 수술과 재활의 시간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프로 6년차 LG 유강남이 지나온 과거의 시간들이다. 당시에는 그를 괴롭게 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 경험이 됐고, 성장 촉진제가 됐다. 유강남은 “어린 나이에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게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유강남은 LG 안방의 미래를 책임질 인물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가 FA 정상호를 영입하면서, 팀 안방 전력 상승과 유강남의 성장을 동시에 고려했다는 점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감을 느낄 수 있다. LG는 정상호의 그늘 안에서 유강남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조인성 이후 차세대 주전 포수 발굴에 실패한 LG로서는 유강남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사실 구단에서는 프로 입단 때부터 유강남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것은 아니다. LG 관계자는 “유강남의 낮은 드래프트 순번만 봐도 알겠지만, 구단에서는 터져주면 고맙지만, 안 터져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것이다. 유강남의 성장이 팀으로서는 상당히 고마운 일이 됐다”고 귀띔했다. 프로 입단 6년 만에 달라진 팀 내 존재감, 그 속에는 유강남의 남다른 땀방울이 있었다.
- 공격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점에 부상을 당해서 아쉬운 마음이 클 것 같다.
유강남 “NC전(16일)에서 1루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어깨를 다쳤다. 슬라이딩을 하고 일어났을 때부터 ‘이건 아닌데’ 싶을 정도로 어깨가 아프더라. ‘아차’ 싶었다. 걱정이 많이 됐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뼈나 인대에 손상이 없어서 2군에 내려온 후로 재활을 하면서 티배팅도 하기 시작했다. 빨리 나아져서 1군에 복귀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 지난해 FA(프리에이전트) 정상호의 영입으로 팀 내에서 입지와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더 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유강남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처음에 정상호 선배님이 오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잠시 좌절하기도 했다. 내가 지난해 많이 부족해서 팀이 나를 가지고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로 긍정적인 생각이 더 커지더라. 정상호 선배님은 어차피 오시기로 된 것이고 내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 좋은 모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지난 스프링캠프 때부터 굉장히 열심히 훈련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 확실히 포수로서의 기량도 향상된 것 같다.
유강남 “지난해에는 사실 무작정 들이댔고, 올해는 지난해 안 됐던 것들, 부족했던 부분들을 되새기면서 실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확실히 경험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만약 올해도 아무 경험 없이 시작했다면 제자리걸음을 했을지도 모른다. 경기를 하면서 지난해 안됐던 부분들이 잘되는 것들을 느끼면서 스스로도 ‘발전했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올해는 타자들을 스탠딩 삼진으로 잡을 때마다 큰 희열을 느끼고 있다.”
- 사실 프로 입단 때만 해도 유강남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 않았다. 프로 지명 순위만 봐도 7라운드 50순위(2011년)로 ‘터져주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는데.
유강남 “사실 순번에 상관없이 프로에 지명되는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물론 한참 뒤에 호명이 됐기 때문에 프로에 갓 남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도 ‘죽을 둥 살 둥'으로 해보라고 하셨다. 프로에 와서 보니 확실히 같은 신인임에도 순번에 따라 대우는 다르더라. 당연히 마무리캠프는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신인들도 4번까지만 데려가고 그 밑에 순번은 구리(전 LG 2군)에서 운동을 해야 하더라. 그때 프로는 확실히 성적으로 능력으로 평가받는 곳임을 느꼈다.”
- 뭐든 보여주고 가능성을 인정받고 싶었겠다. 그래서일까. 코칭스태프가 입을 모아서 ‘노력파’라고 얘기한다. 양상문 감독은 ‘잠을 자다가도 스윙을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유강남 “할 수 있는 게 노력하는 것뿐이다. 열심히 해야 남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연습을 할 때는 밤낮을 가리는 편은 아니다. 저번에 2군 숙소에 있을 때 어린 여자아이가 스윙하는 영상을 보고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 당장 해보고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밤에 혼자 실내연습장에 가서 방망이를 돌린 적이 있다. 확실히 배움에는 나이도 성별도 관계가 없는 것 같다.”
- 상무 시절 때만 해도 팔꿈치 수술 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잘 될까’라는 걱정이 앞섰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유강남 “2013년도에 수술을 하고 재활 속도를 일부러 늦췄다. 제대 후에 팀에 합류해서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기회를 받았고, 팔을 계속 쓰다 보니 공을 던질 때도 통증이 느껴졌다. 1년을 어떻게 참고 했는데, 올해는 캠프에 가서 통증을 이겨내자고 내 나름대로 다짐을 했다. 잘 안 쓰던 쪽의 인대를 가져왔기 때문에 강화시키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주위에서 수술을 한 형들도 그렇게 조언을 해주더라. 그래서 캠프 때 혼자 공 한 박스(300개)를 갖다놓고 전력으로 던졌다. 이후에 거짓말처럼 통증이 없더라. 지금은 별 탈이 없이 경기에 나서고 있다. 확실히 인대도 적응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 현역 포수로는 강민호(롯데)와 양의지(두산)가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포수로 평가받는다. 이들에게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유강남 “(강)민호형의 경우 송구가 짧고 간결하다. 경기 후에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서 혼자 감탄사를 내뱉기도 한다. 나도 민호 형처럼 송구 능력이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양)의지형의 볼배합은 정말 최고인 것 같다. 내가 타석에 들어서서 의지 형 볼배합을 상대할 때마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내가 생각하고 예상하는 것을 비켜나갈 때가 많다. 왜 의지 형은 여우라고 하는지 알겠더라. 나도 어떻게 하면서 저렇게 볼배합을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사실 의지 형이랑은 왔다갔다 인사만 주고받을 뿐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기회를 봐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친해지고 싶다.”
- 유강남이 생각하는 ‘좋은 포수’는 어떤 사람인가.
유강남 “투수의 신뢰를 받는 포수다. 그래야 투수리드도 가능한 것이다. 투수가 포수에 대해 의문점을 갖고 있고, 사인에 고개를 갸우뚱하면 그건 투수리드가 아니다. 만약 투수가 포수의 사인에 납득하지 못한 채 공을 던지게 되면 절대 100% 완벽한 공이 될 수 없다. 때문에 포수는 투수의 신뢰를 받아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투수도 신뢰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팀에서 내가 나이가 어린 포수임에도 투수 형들이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맙다. 물론 상황에 따라 내 사인 보다 투수가 던지고 싶어 하는 공을 던지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맞아도 투수가 후회 없이 던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투수의 의견에 따른다. 그러면서 신뢰가 쌓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프로 6년 차,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어떤 선수이고 싶나.
유강남 “살면서 좋은 스승들을 많이 만났다. 고등학교 때 김동수(LG 2군 감독) 감독님이 인스트럭터 로 오셔서 함께 운동을 했다. 그때 몸 관리나, 포수와 관련된 부분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프로에 와서는 장광호 코치님이 웨이트나 몸의 중심에 관련해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장 코치님과 함께 있으면서 지금의 몸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김정민 배터리코치님은 내가 포수 자리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어떻게 보여져야하는지, 투수들을 배려하는 마음과 볼배합 부분을 정말 꼼꼼하게 가르쳐주셨다. 세 분 모두 잊어서는 안 되는 존재고 내가 더 큰 선수가 되면 꼭 어떤 형태든 베풀어 드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좋은 포수로 성장해 성공해야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팀의 기둥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