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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이종범의 자식교육, '성공'보다 '실패'를 먼저 해라

16.06.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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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앞에서 부모는 팔불출이라지만, 이종범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달랐다. 잘하는 것을 칭찬하기보다 자만해지지 않을까를 먼저 걱정했고, 자신과 달리 넉넉한 환경 속에서 운동하는 아들에게 절실함을 가르치고자 했다. 주변인들이 보내는 아들 이정후의 칭찬에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라운드에서 ‘신’이라 불렸던 사나이는 아들이 자신의 그늘 밑에서 자라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종범 위원 “나는 (이)정후에게 야구를 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야구 뿐 아니라 다른 종목을 봐도 부모가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경우 자식들이 뒤를 이어 아무리 운동을 잘 하더라도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더라. 나는 정후가 내 그늘에서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이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일을 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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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따라 야구를 선택했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치고, 달리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영웅을 봤기 때문이다. 자식의 선택에 아버지 이종범 위원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평생 본인의 이름이 아닌 누군가의 아들로 살 수도 있을 아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종범 위원 “평생 본인의 이름으로 살기보다 누군가의 아들로 살 수 있는데 내가 ‘후회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안한다’고 하더라. 대견스럽게도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아들이 단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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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을 키우면서 이종범 위원은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였다. 행여 아들이 나태해지고, 겉멋이 들까 싶어 잔소리꾼이 됐다. 특히나 야구에서만큼은 좋은 스승이 돼주지도 않았다.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이 아들에게는 족쇄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종범 위원 “내가 야구 선수로 기록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하는 방식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정후에게는 엄연히 학교에서 야구를 가르쳐주는 감독이 있고, 코치가 있다. 내가 옆에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한다면 아이는 혼란을 겪을 것이고, 정후 학교 지도자들도 좋게 볼 리 없다. 그런 부분은 늘 내가 조심했다. 다만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잔소리를 많이 했다. 나는 집안 살림이 힘들어서 남들보다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야구를 했다. 때문에 성공에 대한 절박함과 절실함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환경 자체가 나를 강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지금 우리 아들은 나보다는 풍족한 환경 속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그 아이에게 나만큼의 절실함과 절박함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야구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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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이정후는 지난 27일 넥센에 1차 지명됐다. KBO 리그 역대 최초로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1차 우선지명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이정후의 1차 지명은 예상 가능했다. 10살 때 야구를 시작한 그는 남다른 기량으로 일찍이 주목을 받아왔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경기에 출장한 이정후는 고교 리그 3년 통산 타율 0.397로 뛰어난 타격 능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아버지를 빼닮은 빠른 주력과 주루센스, 강한 어깨가 돋보인다. 이정후가 가진 185㎝, 78㎏의 신체조건은 아버지를 뛰어넘는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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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위원은 아들이 큰 무대에서 ‘성공의 단맛’보다 ‘실패의 쓴맛’을 먼저 깨닫기를 바라고 있다. 

이종범 위원 “나는 실패를 한 야구 선수다. 국내에서 다양한 타이틀을 땄지만, 일본에 진출하고 부상을 당하면서 스스로를 컨트롤 하는데 실패했다.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후 거기에 취해서 안주하는 삶을 살게 됐다. 삶에 안주하면서 게을러졌고, 발전이 없었다. 내가 했듯이 실패를 해봐야 스스로 깨닫는 것도 생긴다. 아들이 지금은 많은 실패와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 야구 선수는 늘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패는 인생이 좋은 교과서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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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도 여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아들이 자신을 뛰어넘는 훌륭한 선수가 돼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종범 위원 “(이)정후가 나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되길 바란다. 내 기록들을 아들이 깨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가능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웃음) 정후가 프로에서 야구를 하다 보면 아빠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힘들게 야구를 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훗날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서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그게 어떤 식이 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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