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80도루는 이제 꿈의 숫자일까
16.07.01 14:34
80도루는 이제 꿈의 숫자일까.
올 시즌 많은 팀들이 ‘스피드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성적은 예전만 못한다. 현재 도루왕(6월 30일 기준)은 이대형(kt)으로 71경기에서 25도루를 뛰었다. 그 뒤를 삼성 박해민(73경기 22도루)과 롯데 손아섭(73경기 22도루)이 잇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이 페이스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50도루 안팎의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도루왕이었던 박해민의 60도루에 못 미치는 기록이다.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은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이라 불렸던 이종범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이 보유하고 있다. 그는 1994년에 해태(KIA 전신)의 유니폼을 입고 무려 84도루(124경기)를 뛰었다. 당시 리그 타율이 0.257(리그 통산 타율 0.264)로 ‘투고타저’의 양상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종범의 발은 팀에 득점과 승리를 안겨줬다고 볼 수 있다.
이종범 위원의 기록 이후 80도루는 고사하고, 70도루 이상을 뛴 사람도 없다. 최근 2년 동안 리그가 ‘타고투저’의 양상으로 흘러갔음에도 도루왕들의 발은 과거를 쫓아가지 못했다. 프로야구의 역사가 쌓이면서 여러 기록들의 주인공이 바뀌었지만, 도루 부문에서만큼은 이종범 위원의 84도루가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흔히들 '다리에는 슬럼프가 없다'고 말하지만, 타이밍을 잡고, 달리고, 거침없는 슬라이딩을 해야 하는 도루에서는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
도루의 매력은 상대팀 투수를 견제하면서 득점의 유리함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발이 빠른 선수가 1루에 나갈 경우 상대팀 배터리의 집중력은 분산된다. 1루 주자의 도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타자를 상대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볼배합까지 달라진다. 만약 1루 주자가 도루에 성공한다면 주자는 단숨에 득점권에 들어간다. 팀 득점력 해결책을 도루에서 찾으려는 팀들도 있다.
팀 입장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많이 뛰어주면 좋겠지만, 도루는 아무나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루의 4S라 불리는 스타트(Start)와 스피드(Speed), 슬라이딩(Sliding), 센스(Sense)를 모두 갖춰야만 대도(大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장에서 ‘도루도 결국엔 타고나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후천적인 노력으로 진화는 가능하다.
전준호 코치“도루에 대한 열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코치도 어떤 방법으로든 가르쳐줄 수 없는 부분이다. 선수가 뛰고자 하는 욕심을 갖고 덤벼야만 도루 능력도 향상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도루 능력은 얼마든지 발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