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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1년 사이에 바뀐 유희관의 마음가짐

16.07.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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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이 날아오르자’(2015년)
‘정신 차려라’(2016년)

 1년 사이에 달라진 유희관(두산)의 개인 SNS 상태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자신에게 거는 일종의 최면이자 다짐이었다. 
지난해 그는 자신의 SNS 문구처럼 높이 날아올랐다. 시즌 18승(5패)을 올리며 프로 데뷔 이래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은퇴하기 전까지 죽었다 깨어나도 18승을 다시 못할 수도 있다"는 그의 말에서 뿌듯함마저 묻어났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승승장구하는 팀 내 다른 선발들과는 달리 나가는 경기마다 불안감을 노출했고, ‘예전만 못하다’는 볼멘소리를 들었다. 조급함이 생겼고,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그럴수록 부진의 사이클은 계속됐다. 
 유희관은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의 SNS 상태 메시지에 ‘정신 차려라’라는 문구를 새겨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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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사이에 바뀐 유희관의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그는 여전히 ‘편견’과 싸우는 중이다. 유희관은 “내가 야구를 잘하면 ‘그래, 잘하네’하는 것이고, 못하면 ‘그럴 줄 알았다’는 주위 시선이 여전하다. 결국 내가 마운드에서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개척해가는 그의 어깨가 더욱 무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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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캠프 때부터 올 시즌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지만, 초반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는데.

유희관  “시즌 개막하고 첫 경기에 나갔을 때는 ‘시작이 반’이라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러다가 무너진 것 같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첫 경기의 부진을 만회해보겠다는 생각에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에 원인이 있었다고 본다. 부담감을 떨치고 마음을 내려놓았던 게 이후에 좋은 결과들로 이어진 것 같다. 덕분에 올해 슬로우 스타터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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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에 시즌 시작부터 팀 내 다른 선발진들이 워낙 잘나갔기 때문에 묘한 경쟁심과 조급함도 들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유희관  “니퍼트랑 보우덴, (장)원준이 형까지 시작부터 너무나 잘했기 때문에 옆에서 자극을 많이 받긴 하더라. 나름 나도 3시즌 동안 10승을 하고 네 번째 시즌을 맞이했는데, 왜 이러나 싶었다. 나만 너무 뒤처지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더욱이 지난해 스스로 생각해도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다. 주위 기대치도 높아졌기 때문에 부담감도 있었다. 요즘에는 선발들끼리 서로 ‘너도 잘하면, 나도 잘한다’는 생각으로 시너지효과가 나는 것 같다. 니퍼트나 보우덴, 원준이 형 모두 좋은 동료이자 경쟁자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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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단 1패만을 기록하고 있다. 주위에서 ‘운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유희관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선발투수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못 던진 경기들이 많았는데, 타자들이 잘 쳐줘서 역전을 시켜주기도 하고, 뒤에 투수들이 잘 던져줘서 경기의 흐름이 바뀐 경우가 많았다. 코치님들이랑 동료들이 다들 ‘너는 진짜 운을 타고났다’고 하더라. 스스로도 경기에서 못 던지긴 해도 팀이 지진 않으니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내 복인 것 같다.”

- 올해 유희관의 가장 큰 강점은 이닝 소화 능력이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팀 내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107⅔이닝(11일 기준)을 소화했는데.

유희관  “기록 욕심은 크게 없지만, 선발 10승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특히나 로테이션 거르지 않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닝 소화능력은 선발의 자존심이나 책임감 같은 것이다. 행여 내가 나가서 컨디션이 안 좋더라도 최대한 내가 할 몫은 하고 내려와야 팀에 민폐는 안 끼칠 수 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결국 불펜에 피로가 쌓이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닝 욕심을 버릴 수가 없더라. 물론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경기 내용까지 좋으면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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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와 올해 본인 SNS 상태 메시지에 변화가 생겼다.

유희관  “상태 메시지 하나를 정해놓으면 1년 내내 가져가는 편이다. 작년에는 ‘더 높이 날아오르자’라는 문구를 써뒀었는데,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정말 문구대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서 만족했다.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야구가 생각처럼 풀리지 않아서 ‘정신 차려라’라로 바꿨다. 심리적으로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인 셈이다. 올해는 정신 차리고 살 생각이다.(웃음)”

- 대체 선발로 시작해 어느덧 리그 정상급 왼손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숱한 편견과 싸워왔고, 지금도 여전히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싸우는 중인데.

유희관  “나는 여전히 느린 공을 던지고 있고, 다른 선수들처럼 키가 크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다.(웃음)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1년, 2년 지나면서 유희관이라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내 부진을 점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내 나름대로 노력도 많이 한다. 이번 스프링캠프 때 몸무게를 10kg정도 감량했다. 덕분에 투구 밸런스가 좋아졌고, 구속도 더 나오고 있다. 결국은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편견도 사라지는 것 아니겠나. 매년 잘하다보면 결국 나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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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발로 4시즌 째다. 야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가. 

유희관  “야구는 하면 할수록 아리송하다. 야구를 알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어떤 때보면 전혀 모르겠다. 뭔가 오묘한 감정이 든다. 지난해만 해도 선발로 두 자리 승수를 채우는 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올해는 또 어렵기만 하더라. 중요한 것은 야구가 쉽든 어렵든 그냥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까지 온 것도 분명 그냥 온 것은 아니다.”

- 시즌 후에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유희관  “일단 팀이 2연패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못했다는 얘기는 안 들었으면 좋겠다. 안 좋을 때도 못 던질 때도 있었지만, 늘 기본은 해준다는 의미로 ‘역시 유희관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 결혼 생각은 없나. 

유희관  “서른 살이 넘고 나서부터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아이를 빨리 갖고 싶다. 가끔 선수들이 야구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외동아들로 자라서 외롭기도 하고 운동 선수다보니 가정을 꾸리고 조금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좋은 여자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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