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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1할 타자' 한화 강경학의 성장통

16.07.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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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정한 얘기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누군가의 아픔이 곧 나의 행복이 되기도 한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한정된 자리를 두고 치열한 주전 경쟁이 펼쳐지며, 이때 뜻하지 않은 경쟁자의 공백이 다른 이에게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를 통해 주전 자리를 굳힌 선수들의 사례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한화 강경학은 절실했다. 올 시즌 유격수 경쟁에서 자신보다 앞섰던 하주석이 부상으로 전력 이탈하면서 그에게 기회가 찾아 왔기 때문이다. 기회를 잘 살린다면 하주석 복귀 이후에도 유격수 자리를 내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이미 강경학은 지난해 120경기에 출장하며 타격과 수비면에서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인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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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야구는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시즌 초부터 올라오지 않는 타격감이 강경학의 발목을 잡았다. 타율은 여전히 1할 대에 머무르고 있고, 삼진은 크게 늘어났다. 경쟁자 하주석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을 다독일 여력조차 없어졌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더 작아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강경학은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일등이든 꼴찌든 전혀 상관하지 않을 수 있는 큰 마음이라는 것을. 그리고 ‘강경학만의 야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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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을 앞두고 포지션 경쟁자 하주석의 팀 합류로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전 자리에 대한 욕심이 강했는데.

강경학 "(하)주석이가 제대하고 팀에 합류한 후부터 계속 긴장을 했다. 지난해에도 열심히 했지만, 올해는 조금 더 욕심을 내서 했다.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뭐라도 하나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석이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것도 내게는 좋은 기회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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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타격감이 좋지 않다 보니 타석에서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강경학 "확실히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삼진을 당해도 속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자'라고 다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안 되더라. 속상하고, 왜 이렇게 안 풀릴까 고민도 많이 된다. 타율 1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고민이다. 안타 한 개 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타격에 있어 나만의 것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나만의 것’이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나.

강경학 “아직까지는 ‘내 것’이라고 부를 만큼의 타격 밸런스를 찾지 못했다. 지금도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타격 부진의 가장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님이나 코치님께 조언을 듣고 다듬어나가고는 있지만, 쉽지는 않다. 지난해 한창 좋았을 때의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쳤고,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타자들에게는 누구에게나 타격 사이클이 있는데, 안 좋을 때 얼마나 빨리 극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확실한 내 것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지난해 타석에서 끊어 치고, 볼을 많이 보면서 좋은 결과를 냈다. 올해 부진하면서 정근우 선배님이 ‘강하게 돌리지 말고 맞힌다는 느낌으로 해봐라’라고 말해줬다.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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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면에 수비는 지난해와 비교해 더 좋아진 모습이다.


강경학 "타격 쪽에서 팀에 보탬이 안 되다 보니 수비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타구를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한다. 주위에서도 ‘타격을 잘 못 해도 수비에서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 수비가 먼저다’라고 조언해준다. 그 말이 큰 힘이 된다. 수비를 할 때만큼은 공이 날아오면 몸을 날려서라도 잡겠다는 의지다.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나한테 오는 타구는 확실히 처리하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이다. "

- 하주석과의 포지션 경쟁으로 인해 시너지효과를 누리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강경학 “그건 맞다. 비슷한 나이대의 경쟁자이기 때문에 의식하면서 더 노력하게 되고, 긴장하게 된다. (하)주석이는 내가 봐도 유격수로서의 능력이 좋은 선수다. 주석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고, 느끼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야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팀 입장에서도 주석이와 내가 서로 경쟁하면서 성장하는 것을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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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강경학이 겪고 있는 슬럼프가 성장통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경학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 스스로 무너지지 않도록 컨트롤을 잘해야 될 것 같다. 아직 나는 내 자리라는 게 없는 사람이고,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서 야구가 잘 풀리지 않는 건 큰 걱정거리다. 특히나 (하)주석이가 돌아왔을 때 팀 내 입지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때문에 주위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강경학 만의 야구를 찾아야 한다. 감독님도 지금은 시행착오 중이라고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

- 시즌 후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강경학 “여기서 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치고 올라갈 것이다. ‘강경학은 어디 내놓아도 제 몫은 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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