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연천의 아버지 김인식 감독, "토끼보다는 거북이가 되라"
16.07.15 18:03
프로야구가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했지만,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 선수들의 열정에는 쉼이 없다. 팀 출범 2년째를 맞이한 연천 미라클의 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열정으로 기적을 만들겠다’는 포부답게 선수들의 땀방울은 한 층 더 농도 짙어졌다. 여전히 이곳은 실력 향상 및 재기를 꿈꾸는 선수들의 ‘희망의 무대’가 되고 있다.
14일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연천 베이스볼파크에서 만난 김인식 감독은 “팀에 기분 좋은 변화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구단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아는 이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와 비교해 늘어난 프로팀과의 연습경기 덕분에 선수들의 눈빛부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좋은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연천 미라클은 지난해 이케빈(삼성)과 이강혁(NC), 김원석(한화) 등 3명의 선수를 프로에 보낸데 이어 올해 포수 조용성이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몇몇 선수들은 프로팀과 긍정적인 얘기가 오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구단의 재정 상황은 열악하다.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확실한 답을 듣진 못했다. 몇몇 선수들은 회비를 충당하기 위해 낮에는 야구를 하고 밤이나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그런 선수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김인식 감독도 다방면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배우는 것이 많다”고 했다. ‘연천 시리즈’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연천의 아버지’ 김인식 감독편이다.
- 지난해와 올해 팀을 운영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인식 감독 “올해는 다행히 프로 구단과의 연습경기가 많이 늘었다. 7월까지만 해도 LG, SK, 두산, 한화, KIA, 삼성의 육성군과 20경기 가까이했다. 내가 직접 구단에 전화를 걸어 연습경기를 부탁하거나 우리 팀 매니저가 애를 써주고 있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팀과의 경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래야 선수들도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팀과 경기에 나서면 선수들의 눈빛부터가 달라진다.”
- 그래서일까. 포수 조용성이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데 이어 몇몇 선수들도 프로팀과 긍정적인 얘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인식 감독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지원이다. KBO측에 직접 문의도 해보고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독립야구단 출신의 프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된다. 프로와 독립야구단이 큰 의미에서 상생한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부분이 미흡한데, 결국 현장에서 도와줘야만 독립야구단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독립야구단이라는 것 자체가 여러 면에서 운영하기 힘든 조건이긴 하다. 감독이라고 해서 큰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닌데.
김인식 감독 “처음에는 선수들이 회비를 내고 야구를 한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들도 있었다. 돈을 벌 목적으로 선수들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들어봤다. 하지만, 내가 떳떳하니 그런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는다. 야구인이기 때문에 가진 재능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다. 봉사하고, 재능일 기부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나를 알고 연천 야구단의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그런 얘기는 못 하더라. 어디서나 진실은 통하지 않나.”
- 연천 미라클 선수들이 ‘팀 분위기만큼은 프로팀 못지않게 좋다’고 얘기한다. 감독님의 역할이 크다고 하던데.
김인식 감독 “아들이 야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연천 선수들 모두가 아들같이 느껴진다. 지금 KIA에서 뛰고 있는 김준이 내 아들이다. 아들이 힘들어 할 때마다 ‘너보다 더 절실한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늘 한다. 때문에 연천 선수들이 다 잘 됐으면 좋겠고,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도 인성 면에서만큼은 욕을 안 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잔소리도 많이 한다. 선수들이 잘 받아들여줘서 고마울 뿐이다.”
- 평소 선수들에게 어떤 부분들을 강조하나.
김인식 감독 “선수들에게 토끼가 아니라 거북이가 되라고 말해준다. 연천에 온 이상 모두의 목표가 프로인 것은 맞지만, 당장의 결과에 목을 매게 되면 마음도 급해지기 마련이다. 연천에서 내실을 다지고 프로에 가더라도 1년짜리 선수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쓰임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꼭 야구판이 아니더라고 사회에 나가서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지금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하다 보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 지난 2월 말에 열렸던 트라이아웃에 선발 예정 인원 25명에 훨씬 웃도는 62명이 참가했다. 그만큼 기회가 필요한 선수들이 많다는 얘긴데.
김인식 감독 “조금 더 많은 인원을 받아주지 못한 게 미안할 따름이다. 구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원에 집중해 최대한 많은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프로야구가 지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1군에 비해 그 밑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수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 연천 미라클의 감독으로서 그리는 목표는 무엇인가.
김인식 감독 “연천 미라클의 감독직을 수락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마음은 한결같다. 더 많은 선수들이 프로에 갔으면 좋겠고, 행여 프로에 가지 못하더라도 연천에서의 도전을 발판삼아 더 큰 사람이 되길 바란다. 지난해에도 그랬고, 올해도 여전히 가는 길이 쉽지 않지만, 자그마한 변화에 행복함을 느끼고 희망을 본다. 계속해서 부모의 마음으로 선수들을 보듬어 주고, 잘못된 것은 따끔하게 지적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