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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팬들이 준비한 임재철의 '뜨거운 안녕'

16.07.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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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때문에 행복했고, 당신 때문에 야구장을 찾았고, 당신 때문에 두산 베어스를 응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팬들이 임재철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임재철은 긴말 대신 ‘감사하다’는 묵직한 말로 자신의 마음을 대신했다.
지난 15일 두산 팬들이 임재철의 은퇴식을 준비했다. 그라운드가 아닌 작은 호프집에서 열린 은퇴식이었지만, ‘뜨거운 안녕’을 나누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은퇴식을 준비했던 베어스의 원년팬이자 허슬두 특공대의 카페지기 최창순씨는 “선수는 떠나지만, 팬들은 남는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지난해 김동주의 은퇴식을 준비했던 이들이 또 한 번 자신들의 방식으로 선수를 떠난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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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철은 지난 시즌 후 17년간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현역 시절 6차례 팀을 옮기며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음에도 임재철은 늘 한결같았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꾸준한 자기발전을 도모하며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팬들에게도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만큼은 언제나 자랑스러운 선수였다.

 이날 은퇴식에는 최재훈과 박건우, 유희관(이상 두산) 등이 참석해 선배의 마지막 길에 박수를 보냈다. 팬들은 임재철의 헌정 영상과 대형 유니폼 액자, 은퇴기념 티셔츠를 제작해 선물했다. 임재철은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웠던 순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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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이 준비한 은퇴식 소식을 듣고 어땠나.

임재철  “처음에는 내가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김)선우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고사했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됐다. 나는 현역 시절에 팀을 많이 돌아다녔고 마지막에 롯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아니었기에 은퇴식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나마 두산에서 오래 있었기 때문에 두산 팬들이 나서서 해주시겠다고 얘기하길래 고마운 마음 반, 미안한 마음 반이었다. 집사람한테 물어보니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해서 고민 끝에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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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팬들이 은퇴식에 참가해 임재철의 마지막이 외롭지 않았을 것 같다. 헌정 HK 유니폼 액자 등 팬들이 준비한 이벤트도 있었는데.

임재철 “전국각지에서 올라온 팬들이 함께해줘서 깜짝 놀랐다. 제주도에서 오신 분도 있더라. 다들 남다른 팬이라고 느껴졌던 것은 정말 두산에 관해 모든 것을 꿰고 있더라.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관심도 컸다. 팬이 아니라 동반자같이 느껴졌다. 팬들이 준비해준 영상이나 선물들을 받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많이 울었다. 한 사람으로 태어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야구를 하기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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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나 팬들이 응원가를 불러줄 때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이었다. 

임재철 “그 응원가를 들으면서 ‘이제는 어디가도 더 이상 못 듣겠구나’ 싶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뭔가 슬프기도 하고, 기억해주시니까 감사하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했다. 역시 야구 선수는 그라운드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 후배들도 지금 팬들에게 받는 사랑을 늘 감사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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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식 자리에 박건우, 최재훈, 유희관(이상 두산) 등이 참석했다. 올스타전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민병헌(두산)은 와이프를 대신 보내기도 했는데.

임재철  “사실 후배들에게 연락을 안 하려다가 얼굴이나 볼까 싶어서 불렀다. (민)병헌이는 와이프를 대신 보내서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되는데 선배라고 마음 써준 게 고맙다. 누구는 부르고 누구는 안 부른 것 같은 모양새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괜히 여러 사람 신경 쓸 것 같아서 그랬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 임재철에게 두산은 어떤 의미인가. 

임재철  “두산은 내게 느낌이 남다른 팀이다. 현역 시절 6차례 팀을 옮겼지만, 가장 오래 몸담았던 팀이기도 하고, 두산에 있으면서 좋은 추억이 많다. 선후배 감의 유대관계도 좋고, 애들이 워낙 착하고 잘 따라줘서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은퇴하기 직전까지 LG나 롯데에 있었지만, 사람이 버릇이 무섭다고 아침에 일어나서 야구 관련 기사를 검색해도 꼭 두산을 먼저 보게 되더라.(웃음) 두산에서 야구를 했다는 것이 내게는 행복이었다.”

- 여전히 은퇴 시기를 결정하는 일은 선수들에게 가장 힘든 숙제다. 경험한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임재철   “모든 선수는 나이가 들어도 자기는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단이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한다. 그때는 결국 선수 몫이다. 내가 잘 이겨내고 버티면 야구를 계속하는 것이고,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내려놓는 게 좋다. 유니폼을 벗을 때도 ‘감독이 기회를 안줬다’ ‘구단이 나를 서운하게 했다’ 등의 잡음은 만들지 않는 게 좋다. 선수는 나이가 들면 노쇠화하기 마련이고 자연스럽게 기량도 예전만 못하다. 선수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드릴 필요가 있고, 구단도 선수와 소통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일을 누구의 의해서 결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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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후 스포츠 매니지먼트 일을 하고 있다. 유니폼 대신 양복을 입고 일터를 누비는 것도 익숙해졌을 것 같은데. 

임재철   “양복은 이제 적응이 됐다.(웃음) 야구를 했을 때에는 야구만 잘하면 됐는데, 매니지먼트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하는 일이여서 쉽지는 않다. 일을 하는데 있어 나름대로 나만의 룰을 정해놓고 움직이고 있다. 늘 하는 생각은 어떤 일을 하던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 지도자로서의 현장 복귀에 대해서는 생각이 어떤가. 현역 때에는 지도자로서의 욕심도 있었는데. 

임재철   “매니지먼트 일로 들어섰으니까 여기서 뭔가 내 나름의 성과를 내고 싶다. 지금 하는 일에 애정도 있고, 욕심도 있다. 아마 쉽게 돌아가지 못할 수는 있다. 가끔 사회인 야구를 하는데, 은퇴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서 야구하는 게 힘들더라. 선수 그만 두고 5kg이 쪘는데, 나이를 들었다는 게 느껴졌다. 지금 사회인 야구를 하기도 힘든 것처럼 현장과 오래 떨어져있다 보면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감각적인 부분을 무시 못 하기 때문이다. 어디에 있든 ‘임재철’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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