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하늘이 준 기회'가 찾아온 롯데 김동한
16.07.26 14:50
프로 입단 후 줄곧 두산의 유니폼을 입었던 김동한(롯데)이 동료들의 선물에 눈물을 쏟았다. 김동한의 등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에 동료들이 그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애써 웃으며 집으로 온 그는 동료들의 정성이 담긴 선물을 보며 울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김동한은 트레이드를 통한 롯데행을 “하늘이 준 기회”라고 했다.
김동한은 지난 23일 김성배(두산)와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11년 프로 입단 때부터 타고난 공격력과 뛰어난 주루플레이로 주목받았던 그는 팀 내 두터운 내야진으로 인해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지난해 상무 제대 후에는 내야 백업요원으로 활약했다. 늘 기회의 목마름을 느꼈던 김동한에게 이번 트레이드는 그의 말대로 ‘하늘이 준 기회’가 될 수 있다.
김동한의 강점은 뚜렷하다. 2루와 유격수를 포함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으며, 빠른 발을 활용한 대주자로 활용도도 높다. 시즌 전반기에 내야진의 부상으로 시름했던 롯데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특히나 그를 아는 지도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성실하고, 매사에 노력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김동한은 “롯데와 조원우 감독님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처음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동한 “야구를 하면서 트레이드는 늘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얼떨떨했다. 신인 때 처음 팀에 온 느낌같이 어색하고 떨리고 하더라. 두산은 야수 층이 두터운 팀이라 기회를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팀에 가서 기회를 받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어디를 가나 못 살아남는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했다. 막상 다른 팀에 가게 돼서 시원섭섭한 마음이 든다.”
김동한 “잠실구장에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러 갔는데, 동료들이 유니폼에 사인을 해줬다. 집에 와서 짐을 싸려고 그것을 다시 보는데, 울컥했다. 눈물이 나오더라. 두산에 있으면서 좋은 사람들을 알았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합류해 팀 우승을 함께 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어지지 않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정이 많이 들었던 팀이라 떠나기도 힘든 것 같다.”
김동한 “고등학교 때 가고 싶었던 팀이었다. 팀 분위기도 좋고, 특히나 팬들의 응원이 대단한 팀이기에 롯데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야구선수로서 복 받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트레이드된 팀이 롯데라 기쁜 건 사실이다.”
- 새로운 팀과 적응하는 게 숙제다. 롯데에 친한 선수는 있나.
김동한 “사실 걱정은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생활을 했기 때문에 타지에 간다는 것에 대한 낯설음이 있다. 야구 뿐 아니라 환경 면에서도 적응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롯데에 김상호 선수가 고등학교 후배이자 상무 동기다. 평소에도 친하게 잘 지내서 이것저것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트레이드 발표 난 후부터 계속 연락하고 있다. 아직 살 집을 구하지 못해서 일단 부산에 내려가서 상호 집에서 지낼 생각이다.”
김동한 “체구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때문에 노력으로 신체적인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군대에 있으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코어 운동을 꾸준히 했다. 몸집이 큰 수준은 아니지만, 몸에 비해서 공을 때려내는 순간적인 힘은 떨어지지 않는다.”
- 프로 입단 6년 차지만, 아직까지 1군에서 별다른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군복무도 마쳤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들었을 것도 같은데.
김동한 “군대 가기 전 나이가 26세였다. 적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무를 제대하고 나니 벌써 29세더라. 내년이면 벌써 서른이다. 상무를 제대하면서 스스로 이제는 야구 인생의 기로에 섰다고 생각했다. 야구선수로 성공하느냐 못하느냐가 1년 안에 결정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안했고, 초조했다. 다행히 주변에서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줬고, 부모님도 힘을 주셨다. 그 와중에 트레이드가 됐기 때문에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한다.”
김동한 “그나마 상무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면서 수비 능력은 향상됐다. 예전에는 수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수비 고민이 몇 년째 반복되다 보니 스스로 ‘고민만 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결국 그게 다 스트레스더라. 수비를 놓지는 않되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기로 했다. NC 박민우의 경우에도 수비 쪽에서 불안감은 있지만, 주루나 공격에서 좋은 능력을 보여주면서 주전이 됐다. 나라고 못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 트레이드 특성상 구단의 손익에 대한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선수 입장에서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자 부담감이 될 수 있는데.
김동한 “결과가 나와 봐야 아는 것이지만, 서로 잘했으면 좋겠다. 24일에 잠실에 인사를 하러 갔다가 (김) 성배형과 마주쳤다. ‘서로 잘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정)재훈이 형처럼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누가 손해고, 이득이라는 말 대신 둘 다 잘 될 수 있도록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김동한 “25일 저녁에 롯데호텔에 있는 선수단에 합류했다. 지난 경기에서 두산 유니폼을 입고 LG와 경기를 했는데, 트레이드되고 맞붙는 상대가 우연하게도 또 LG다. 팀 분위기도 좋고, 다들 잘해줘서 적응하는데, 걱정은 없다. 조원우 감독님이 두산에 주루코치님으로 있을 때 눈여겨 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한테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영입했다는 생각이 든다. 롯데에서도 또다시 경쟁이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
- 바뀐 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각오는.
김동한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공격과 주루플레이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겠다. 악착같이 야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특히나 이번에 부산에 내려가면서 약혼식까지 마친 여자 친구와 동행하기로 했다. 내가 롯데로 이적하면서 결혼 전에 함께 하게 됐는데, 자기 일까지 옮겨가면서 나를 배려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야구를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