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이태양에게 새삼스러웠던 '1승'의 의미
16.07.30 14:11
새삼스럽다는 말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느껴지는 감정이 갑자기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 이태양에게 ‘1승’의 의미가 새삼스러웠다. 간절하게 원했지만,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았기에 여느 때와 같은 1승이지만, 그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던 것이다.
이태양은 지난 28일 SK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이는 2014년 8월 27일 이후 무려 702일 만에 올린 선발승이다. 이태양은 “1승을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어려웠던 1승이었던 만큼 그 가치도 크게 느껴졌다. 1승을 하기까지의 기다림이 그를 성숙하게 했고, 1승 후 밀려드는 미안함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태양에게 1승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결과였다.
2014년, 한화 마운드에 이태양이 떠올랐다. 시즌 7승을 올리며 팀 마운드에 활력소가 된 그는 그해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 금메달을 획득하고 병역 특례까지 받으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2015시즌을 준비하던 중 팔꿈치 이상을 느꼈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마운드에 복귀한 그에게 쏟아졌던 기대와 관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복귀 후 계속해서 선발 등판의 기회를 얻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 패전 투수가 되는 경기가 늘어갔고, 선발로 올라 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팀에 대한 미안함과 스스로에 대한 창피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포기할 수 없어 좋은 감을 위해 매번 고민하고, 훈련했다. 결과는 13전 14기 끝에 첫 승이었다.
- 오래 기다렸던 1승이다.
이태양 “1승을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오래 기다렸기 때문에 1승을 하고 나면 마냥 기쁠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더라. 뭔가 생각이 많아졌다.”
- 그만큼 이번 1승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얘긴데.
이태양 “1승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정말 힘든 일이었다. 2014년에는 도대체 7승을 어떻게 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부진했던 경기에서는 1이닝을 버티는 것도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쉽게 승을 못하니까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더 신경 쓰고 뭐든 안 풀리니까 예민해지더라. 힘든 시간들을 겪어봐서 그런지 요즘에는 공 한 개, 1이닝에 집중하게 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번 1승도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 얘기를 들어보니 복귀 후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이태양 “선발로 나가서 던지는데 1이닝도 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선발 로테이션 상 5일에 한 번씩 던지는데 그동안 준비해온 부분이 한순간에 물거품 되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화도 났다. 무엇보다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민폐가 된 기분이었다.”
- 복귀 시점에 대해 ‘이른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준비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태양 “야구는 결과론 아닌가. 주위에서 빨리 복귀했다고 말은 하지만, 만약 결과가 좋았다면 충분히 납득이 될 만한 부분이다. 결국 복귀 후에 내 성적이 안 좋다보니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내가 빨리 복귀해서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성적이 안 좋아서 팀에도 개인적으로도 마이너스가 된 것 같다.”
-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름대로 원인 분석을 했을 것 같은데.
이태양 “일단 직구 구속이 떨어졌다. 원래도 빠른 투수는 아니었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걱정이 되기는 한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후에 구속이 떨어지기도 올라오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것을 찾아가기 때문에 한계치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꾸준히 단련시키면 좋아진다고 하더라. 수술 후에 폼이 작아진 부분도 있는데, 훈련을 통해 좋아지고 있다.”
이태양 “프로 입단 후 2군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2014년도에 야구가 잘됐다. 그동안 꾸준히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2014년에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그 다음부터는 이태양이라는 투수에 대해 확신을 줘야했다. 결국 2015년도에 팔꿈치 부상으로 쉬어가면서 흐름이 끊긴 듯한 느낌이었다. 스스로도 그 부분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구속을 100% 회복하진 못했지만, 2014년에 경험이 있다고 경기를 풀어가는 감은 있다. 계속해서 좋은 감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올해 복귀해서 심적으로도 힘든 시간들을 겪었다. 위로가 됐거나, 힘이 돼줬던 사람이나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나.
이태양 “주변에서 ‘너무 욕심내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팔꿈치 수술하고 복귀 첫 해니까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 올해는 과도기라고 생각하고 네 것만 제대로 만들어 놓아라. 마운드 올라가서 너 할 것 만해라’는 선배들의 조언도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프로에 들어와서 2군에서 경기도 못나갈 때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1군에서 꾸준히 선발로 기회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잘 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 어느덧 프로 7년 차다. 쌓이는 연차와 팀 내 위치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것도 같은데.
이태양 “프로 입단은 7년차지만, 야구는 1년 했다.(웃음) 계속 신인들은 들어오고 적은 나이도 아니기 때문에 활약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늘 긴장을 풀지 말고 흐트러지지 않고 꾸준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 그토록 기다리던 1승을 했다. 앞으로 남은 시즌에 대한 각오가 달라졌나.
이태양 “빨리 1승을 하고 싶었는데, 1승을 한 그 순간만 좋은 거고 자고 일어나서부터는 다음을 생각하고 있다. 승리를 하는 과정 속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보완을 해나가야 한다. 일단은 좋은 밸런스를 찾는 게 급선무다. 올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준비를 잘 해둬야 내년이 있는 것이고, 내 자리도 있는 것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