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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두 번의 육성선수' 한화 지성준 꿈

16.08.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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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미인 ‘퓨스타’] 매일 생존과 기회를 위해 싸우는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애환과 희망을 담았습니다. 퓨처스리그 스타 발굴 프로젝트, ‘퓨스타’. 언젠가 이들에게 쏟아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기대해봅니다. 

 인생에서의 굴곡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한화 포수 지성준이 그랬다. 두 번의 육성선수 경험이 ‘야구로 성공하고 싶다’는 그의 꿈의 좋은 자극제가 된 것이다. 

 지성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육성선수 신분으로 돌아갔다. 2014년 연습생 신분으로 한화에 입단한 후 정식 선수(2015년)로 등록된 지 1년 만의 일이었다. 

 예기치 못한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성준은 지난해 7월 1군에서 경기를 뛰다가 주루플레이 도중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수술과 재활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구단은 지성준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다시 연습생 신분으로 돌아간 지성준은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수술과 재활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재활을 마치고 올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그는 더 절실해졌다. 지난 6월에 정식선수로 등록되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한화는 포수 육성의 과제를 안고 있는 팀이다. 최근 몇 년간 어린 포수들이 꾸준히 유출됐고, 주전급 선수들의 활약이 임팩트 있는 것도 아니다. 지성준같은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성준의 무기는 성실함이다. 육성선수로 프로에 들어와 홀로 무인도에 떨어진 것처럼 외로운 시간들을 보내면서도 묵묵히 투수들의 공을 받아내고, 타석에서 방망이를 돌렸다. 지난해부터 지성준이라는 이름을 조금씩 알리면서 1군 출장 기회를 늘려가고 있는 이유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성준은)성실한 선수다. 뭐든지 하려고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지성준은 야구로 성공하고 싶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야구를 시작했기에 부모님께 금전적으로나 심적으로 효도하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다. 그가 오늘도 방망이를 더욱 세게 움켜쥐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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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정식선수로 등록됐지만, 1년 만에 다시 연습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지성준  “어려서부터 포수를 했기에 쪼그려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뼈가 기형으로 자랐는데, 그게 연골을 계속 찔렀다. 일종의 직업병 같은 건데, 지난해 1군에서 경기를 하다가 2루타를 치고 슬라이딩을 잘못해서 연골이 찢어졌다. 처음에는 참으려고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하게 됐다. 정식선수가 되고 1년이 안돼서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속상했지만, 그게 현실 아닌가.”

 

- 다행히 지난 6월에 정식선수 등록과 함께 1군 출장 기회도 잡았었는데.

지성준  “사실 올해는 1군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안했다. 그저 2군에서 시합을 뛰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생각보다 일찍 정식선수로 등록됐고, 수비 1이닝이긴 하지만 1군에 등록되기도 했다. 잠깐 이긴 했지만, 1군 경험이 뭔가 즐거운 소풍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수술과 재활을 하면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고 느꼈던 불안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 평소 굉장히 성실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손바닥의 굳은살이 터질 정도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지성준  “사실 중학교 때에는 방황을 많이 했다. 집안에 안 좋은 일이 겹치면서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됐다. 그러면서 야구를 하고 싶지도 않더라. 훈련도 열심히 안했고, 절실함도 없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코치님 한 분이 ‘너 야구를 하고 있긴 한거냐. 너 혼자 뒤처지고 있다’고 따끔하게 혼내셨다. 정신 차리고 주위를 보니 나만 빼고 다른 친구들은 다 한 단계씩 성장하고, 실력도 늘었더라. 안되겠다 싶어 중학교 3학년 때 유급을 선택하고 훈련에 매진했다. 한 번 방황을 하고 나니까 야구가 내 인생에 있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겠더라. 그래서 그때부터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했다. 내가 뛰어난 선수도 아니었기에 훈련을 통해서 발전할 필요도 있었다.”

 

- 육성선수로 프로에 들어왔기에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컸을 것 같다.

지성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육성선수는 온전한 한화 선수도 아니니까 서러운 일도 많았고, 불안감도 많이 느꼈다. 그래도 지난해부터 1군 경기도 나가보고 2군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으면서 나름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 프로 입단 후 2군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지성준  “슬럼프가 오거나 부상을 당했을 때다. 부상이라는 것은 정말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다. 이번에도 그랬다. 부상을 당하면 잘못하면 야구를 못하게 될 수도 있고, 그동안 해왔던 노력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무서운 것 같다. 슬럼프는 1군이나 2,3군 선수 모두 겪는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한 두 번씩 오게 된다. 어떻게 잘 빠져나오느냐가 관건인데, 머리를 비우는 것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 좋은 포수란.

지성준  “묵직하고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하면서 팀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해주는 선수다. 투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두산 양의지 선수가 좋은 포수라고 생각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할 일을 한다. 타석에서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친분이 전혀 없는데, 기회가 된다면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 1군은 지성준에게 어떤 의미인가.  

지성준  “아직은 바라만 보는 무대다. 매 경기가 치열하고 전쟁터 같은 곳이지만, 아직 내 자리가 없기에 내 무대가 아닌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못 오를 나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2군에서 경험을 쌓고 내 것을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 야구를 시작할 때 어떤 꿈을 꿨고, 지금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성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꿈은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아버지께서 사시는 집이 단열이 잘 안돼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야구 잘해서 돈을 벌면 아버지 집부터 사드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1군에서 자리부터 잡아야 할 것 같다.”

- 어떤 선수이고 싶나.

지성준  “포수로서는 팀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선수로는 그라운드에서 항상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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