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KIA 윤정우와 두 스승
16.08.10 20:20
지난 주말 삼성전에서 2경기(5‧6일) 연속 3안타를 몰아치며 프로 데뷔 이래 최고의 이틀을 보낸 KIA 윤정우. 그리고 그런 윤정우를 흐뭇하게 바라봤을 두 스승, 김기태 KIA 감독과 박치왕 상무 감독. 윤정우는 프로 6년차 임에도 여전히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성공에 대한 열망은 누구보다 강하다. 그동안 자신을 믿어줬던 두 스승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야구로 보답하고 싶기 때문이다.
윤정우 "프로에 들어온 지 어느덧 6년차가 됐지만,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 그동안 나이만 먹은 것 같아서 조급함도 생기더라. 그래도 프로에 들어와서 좋은 스승을 만났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내가 야구로 보답할 차례다."
윤정우의 프로 생활은 다사다난했다. 지난 2011년 KIA에 입단한 그는 그해 겨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당시 LG의 사령탑이었던 김기태 감독은 윤정우에 대해 "수비나 타격 능력도 좋지만, 발이 빠른 게 큰 강점"이라고 했다. 실제로 윤정우는 LG 시절 체력테스트에서 이대형(kt)보다 빠른 발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정우에게 1군 무대의 벽은 높았다. 그는 LG 이적 첫해인 2012년 1군에서 29경기에 출전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LG 부임 직후부터 외야진 세대교체를 구상했던 김 감독은 시즌 후 윤정우에게 입대를 제안했다. 상무 입대로 인한 기량 향상도 기대했다.
윤정우 "지금 생각해봐도 적절한 시기에 군대를 잘 다녀온 것 같다. 프로에 입단해서 2년 동안 뛰었지만, 나름대로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군대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상무에서 윤정우는 또 다른 인연을 만났다. 박치왕 상무 감독이다. 입대 때부터 윤정우를 눈여겨봤던 박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보장했다. 박 감독은 “상무에 들어온 선수들을 지켜보다 보면 전역 후에 크게 될 선수라는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다. 유희관(두산)이나 구자욱(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윤정우도 잘될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갖고 있는 능력도 좋았지만, 본인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윤정우의 기량이 향상되고,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박 감독은 윤정우를 더욱 다그쳤다. 제대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윤정우 "상무에 있을 때 야구를 많이 배웠다. 경기에 꾸준히 나가면서 경험이 쌓였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도 많이 불렸다. 야구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박치왕 감독님이 평소에 잔소리를 정말 많이 하셨다.(웃음) 물론 다 잘되라고 그런 것인 줄 안다. 잔소리도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상무에 안 갔으면 어쩔 뻔했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그에게 악재가 찾아왔다. 전역을 3개월 앞둔 지난 2014년 6월 초에 퓨처스 리그 경기 도중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했다. 수술 후 재활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박 감독은 “윤정우가 3루 땅볼을 치고 아웃 타이밍인데도 필요 이상으로 주루플레이를 열심히 하다가 전방십자인대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했다. 이후에 ‘내가 그냥 믿고 편하게 해줬으면 선수가 무리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까지 윤정우는 내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윤정우 "감독님이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줄은 몰랐다. 나한테 직접적으로 그런 얘기를 안 하셨다. 부상에 대해 누구의 원망을 해본 적은 없다. 박 감독님에게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내가 야구를 잘해야 감독님이 갖고 계신 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줄어들 것 같다."
부상을 털어내고 LG에 복귀했지만, 윤정우가 설 자리는 없었다. 결국, 지난 시즌 후 그는 또다시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왔고, KIA 사령탑인 김기태 감독은 윤정우를 지목했다. 팀은 달라졌지만, 윤정우에 대한 김기태 감독의 기대치는 여전했다.
윤정우 "LG에서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오는 중에 소식을 들었다. 얼떨떨하기도 했고, 김기태 감독님이 있는 KIA여서 기뻤다. 그러면서도 책임감이 느껴지더라. LG 때도 그랬고, KIA로 가게 된 것도 결국 김기태 감독님이 내게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다는 얘기이기에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를 주고, 믿어주시는 만큼 야구로 보답하고 싶었다."
지난 스프링캠프 때부터 구슬땀을 흘린 그는 시즌 시작을 2군에서 했다. 윤정우는 퓨처스리그 55경기에서 5홈런 30타점‧타율 0.317(164타수 52안타), 18도루를 기록하며 간간히 1군 콜업의 기회를 얻었고, 지난 주말 삼성전에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활약을 펼쳤다.
윤정우 "이틀 연속 3안타를 치고 나서 ‘어려운 일이 아닌데, 이걸 왜 지금에서야 했을까’라는 약간의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그전까지 1군 무대에서 안타를 치고 활약을 하는 게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 그동안 1군 경기에 나설 때마다 긴장을 많이 해서 실수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부분들을 이겨내고 싶다."
윤정우의 목표는 ‘꾸준함’이다.
윤정우 "반짝하는 선수가 되고 싶진 않다. 야구를 꾸준히 오래 하고 싶다. 언제 또 2군을 가게 될지 모르지만, 최대한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그래야 기회도 점차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그동안 믿고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