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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LG의 히트상품' 이승현이 말하는 육성군과 초심

16.08.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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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선수가 슬럼프를 겪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체력적인 부침을 느끼기도 하고,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비중도 크다. 다양한 이유만큼이나 부진을 떨쳐내기 위한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그중 LG 이승현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했다.

  지난해 LG 마운드에 혜성처럼 등장해 올 시즌 히트상품으로 불렸던 이승현은 현재 육성군에 속해 있다. 지난 8일 1군에서 말소된 후 2군에서 1경기만을 소화한 후 곧바로 육성군으로 자리를 옮겼다.육성군은 말 그대로 선수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곳이다. 2군 엔트리에도 들 수 없는 선수들이 여기에 속해 몸을 만든다. 이곳에서 이승현은 야구에 대한 절실함으로 살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승현은 2010년 LG에 입단해 이듬해 10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수행했다. 팀 복귀 후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긴 재활의 과정을 마쳤지만, 1군 무대는 멀게만 느껴졌다.

 

 인내 끝에 열매를 맺는다고 했던가. 이승현은 드디어 지난해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입단 6년 차 때 찾아온 기회로 육성군을 거쳐 2군, 그리고 1군 까지 야구공을 움켜쥐었던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올해 그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착실히 시즌을 준비를 해온 그는 지난 4월 1일 한화와의 홈 개막전에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묵직한 구위에 경험까지 더해져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기쁨도 잠시, 이승현은 쌓이는 경기 수에 대한 체력적인 부담감 때문에 지치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돌아오는 답변의 대부분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치열한 전쟁터를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가 재정비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여긴 것은 ‘초심’이었다.

 

- 2군에서 내려온 뒤 육성군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승현  “2군으로 내려온 뒤 지난 10일에 두산 전에 나갔다. 거기서 1이닝 동안 3실점을 하고 무너졌다. 밸런스가 많이 무너져있는 상태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치님, 감독님과 면담 끝에 육성군에서 처음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육성군으로 돌아오고 나니 예전에 야구가 절실했을 때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 현재 가장 크게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

이승현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즌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추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나름대로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리면서 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더라. 경기가 거듭될수록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구속이 조금씩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니까 무리하게 몸에 힘을 줘서 던졌다. 그러다보니 내가 본래 갖고 있던 밸런스가 다 무너지더라. 주위에 조언을 구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럴 때가 됐다.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적절한 타이밍에 잘 내려온 것 같다.”

 

- 육성군이 처음은 아니다. 프로 입단 후 그곳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를 것도 같은데.

이승현  “육성군에서 훈련을 하면서 옛날 기억이 많이 떠오른다. 예전에 야구를 못했을 때 가졌던 절박함과 절실함이 다시 느껴진다. 사실 지금 고민하고 힘든 것은 예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제(17일) (윤)지웅이 형이랑 통화를 했는데, 지웅이 형이 ‘지금을 즐겨라. 지금 안 즐기면 언제 즐길 것이며, 우리가 언제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즐겁게 하자’고 힘을 주더라.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 프로에 입단해서 5년 동안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당시에는 1군 무대가 꿈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이승현  “2010년에 프로에 들어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벽이 높더라. 입단하고 2군에서 시합을 뛰는데 첫 경기에서 1이닝에 10실점을 했다. 그때는 정말 던질 곳이 없더라. 어디를 던져도 타자들이 다 칠 것 같았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면서도 야구하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1군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2군에서 1승을 해보는 게 소원이었다. 다행히 군입대 하기 전인 2011년에 화성전에서 1승을 올렸다.”

- 2011시즌 후 팔꿈치 수술을 하고 곧바로 군입대했다. 제대 하고도 한동안 재활에 매진했는데.

이승현  “군대에 가기 전까지 팀에서 보여준 게 없었기 때문에 ‘방출당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안했던 것은 아니다. 공익근무를 할 때도 재활을 할 때에도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그때 정말 야구가 밥 같이 느껴졌다. 밥을 안 먹으면 속이 허전하고 힘이 안 나는 것처럼 내게는 야구가 그렇더라. 야구를 안 하고 살다보니 뭔가 속이 비어있는 것처럼 허했다. 그때 정말 야구를 하고 싶다는 절실함으로 살았던 것 같다.”

- 팔꿈치 재활 후 팀에 복귀한 2014년에 2군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이승현  “수술 후 공을 던질 때에도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다. 그때는 경기에 나가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시합에 나가서 던지고 내려왔는데, 이두근에 통증이 느껴지더라. 다음날 팔이 떨리고 숟가락도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였다. 지금은 KIA에 있는 (김)광수형이 이두근 통증을 느낀 경험이 있어서 물어보니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하더라. 투수들이라면 직업병처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2014년에는 1경기 던지고 5일씩 쉬고 그랬다. 공도 20개미만으로 던졌는데,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 팔꿈치 재활을 이겨내고 다시 온 통증이기에 많이 속상했겠다.

이승현  “당시 조계현 2군 감독(현 KIA 수석코치)님이 많이 배려해주셨다. 관리도 잘 해주시고, 조급해하지 않도록 조언도 해주셨다. 힘이 많이 됐다. 좋은 지도자를 만났던 것에 감사해하고 있다.”

- 힘든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난해 첫 1군 등판이 남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다.

이승현  “2군에서 함께 했던 윤준이 형이 당시 포수였다.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땅을 밟고 있는 느낌이 안 들었다. 하필 비도 오고 그래서 더 긴장했다. 윤준이 형 사인을 보는데, 무릎이 파르르 떨렸다. 공을 어떻게 던지지 싶었는데, 1개 던지고 나니까 무덤덤해지더라. 이전까지만 해도 1군 무대가 마치 신들이 있는 곳처럼 멀게만 느껴졌는데, 지난해 경험으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 프로 데뷔 6년 만에 빛을 본 아들을 보며 부모님도 대견스럽게 여겼을 것 같은데.

이승현  “늘 야구를 하면서 동생한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는데, 큰 아들이 운동을 한다고 우리 집 0순위는 나였다.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가 나만 데리고 나가서 고기 사주는 게 좋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동생한테 미안한 일이다. 동생은 나랑 두 살 터울인데, 지금 대학생이다. 워낙 똑똑해서 나한테는 선생님 노릇을 한다. 가끔 경기를 보다가 내가 잘 못 던지거나 하면 ‘똑바로 하라’고 문자를 보낸다.(웃음) 가족 때문에 야구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지금도 기뻐하시는데, 더 잘하면 부모님과 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올해 프로 데뷔 처음으로 스프링캠프를 다녀왔고, 완주했다. 40경기 출장에 50이닝 소화라는 목표도 세웠었는데.

이승현 “스스로도 올해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도 처음 들었다. 개막전 시작 전에 그라운드를 바라보는데 소름이 돋더라. 뭔가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개막전도 이렇게 뿌듯한데 포스트시즌에 나가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름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경험이 부족해서 겪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급하게 생각안하고 밸런스를 잘 잡고 내 것을 찾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빨리 1군에 올라가면 좋겠지만, 완벽한 상태가 중요하다. 그래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예전에 육성군 소속일 때와 지금은 위치가 달라졌다. 감회가 새롭나.

이승현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언제 이렇게 컸나 싶나.(웃음) 지금 육성군 선수들 대부분이 예전에 나와 같은 위치에 있다. 끊임없이 도전해야하고 보여줘야 한다. 나도 이번에 육성군에서 운동을 하면서 예전 기억들이 떠올라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 경험 탓인지 후배들에게는 잔소리도 많이 하게 된다.”

-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이승현  “LG 마무리 투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팀 승리를 지키는 모습이 내게는 로망이다. 삼진율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더 그렇다. ‘LG 마무리’하면 이상훈 코치님이 생각나고, ‘레전드’하면 이병규 선배님이 떠오르는 것처럼 나도 LG하면 연상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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