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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라오스 아짱' 이만수 감독의 나누는 삶

16.08.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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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헐크라는 별명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이만수 전 감독은 이제 라오스 아이들의 ‘아짱(라오스 말로 선생님)’이 되어 받은 사랑을 나눠주고 있다. 라오스의 야구 보급을 시작한지 어느덧 3년 째, 이만수 감독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그의 품속에서 라오스 아이들의 꿈도 단단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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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이 구단주로 있는 라오스 최초의 야구단 '라오 브라더스'가 23일 한국을 방문했다. 라오 브라더스는 지난 2013년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 창단한 청소년 야구단으로 국제대회 참가를 목표로 이만수 감독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부산 국제교류재단과 헐크파운데이션이 지난 봄부터 준비한 것으로 라오스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이자 희망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오 브라더스의 유니폼을 입고 한국 땅을 밟은 아이들 모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야구를 통해 미래의 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의 ‘나누는 삶’에는 연일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고 있다. 그는 라오스 아이들을 비롯해 국내 유소년과 중·고·대학 야구팀, 사회인 야구팀, 여자 야구팀 등을 찾아다니며 재능 기부에 힘쓰고 있다. 말 그대로 이만수 감독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사단법인 헐크파운데이션 창립해 더 많은 사람들과 야구로 소통하고 나누는 일에 힘쓰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감독은 ‘라오스 20년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삶을 살면서 꿈마저 잃고 살 아이들을 위해 야구장과 숙소를 지어 희망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감독은 “몸이 부서지지 않은 한 힘이 닿는데 까지 나누고 살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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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현역 시절 별명이었던 ‘헐크’대신 ‘아짱’이라는 말이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다.

이만수  “라오스 아이들과 인연을 맺은 지 횟수로 3년이 됐다. 처음에는 ‘이런 곳에서 과연 아이들이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안 왔으면 큰일 날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아이들과 가까워졌고,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다른 꿈을 키워나가는 것이 대견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국 방문을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라오 브라더스’ 아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만수  “지난 봄에 부산 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라오스에 재능 기부하는 것을 보고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더라. 이후 헐크파운데이션과 함께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부산시에서 적극 지원을 해주면서 아이들의 한국 방문이 성사됐다. 모든 아이들이 어려운 형편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여권도 없고 비행기도 처음 타본다. 아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부산시와 국제교류재단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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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일정에 SK 홈경기 시구와 시타, 감독님의 시포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이만수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팀이기에 SK에 부탁을 했다. 라오스에서 야구를 하는 아이들이 오는데, 좋은 추억을 남겨줄 수 없느냐고. SK쪽에서는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아이들에게 내가 감독으로 있었던 SK라는 팀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이들의 시구, 시타 뿐 아니라 선수 입장 때 포지션 별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기회까지 있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 이번 행사도 그렇고 SK 사령탑에서 물러난 후 꾸준히 나누는 삶을 살고 있다. 자선골프대회 개최와 한국‧라오스 친선 야구대회, 재능 기부, 재단설립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이는데.

이만수  "선수 시절부터 재능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했다. 은퇴 후 메이저리그로 코치 연수를 가서 보니 그곳 선수들은 봉사하고 재능을 나누는 일이 생활화돼 있더라. 한국에 돌아와서부터 재능기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재단도 그때 고민했던 일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계속해서 나누며 살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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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한 곳이 많은데, 굳이 라오스까지 손을 뻗칠 필요가 있냐는 시선도 있다.

이만수  "앞서 말했던 것처럼 라오스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동남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그곳 아이들은 그저 한 끼, 하루 먹고 사는 문제만 고민한다.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그 아이들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 나눔은 국경과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라오스 야구센터에서 먹고, 자는 아이들이 12명 정도 된다. 야구를 하고 싶지만, 차비가 없어서 센터까지 3시간 거리를 걸어오는 아이들도 있다. 여전히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처음보다 작년이 낫고, 작년보다 올해가 더 나음에 감사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국내에서의 재능기부 활동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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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이만수  "체력이 안 따라주는 게 힘들다. 내일 모레가 되면 나도 60세다.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라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특히나 포수다 보니까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여준다고 블로킹하고 슬라이딩을 하다 보니까 허리랑 무릎이 많이 안 좋아졌다. 지난해에는 공을 너무 많이 던져서 어깨 통증이 심해져 주사를 맞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건강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나누기만 하다 보니 재정적인 문제를 무시하지 못한다. 라오스를 비롯해 국내에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 찾아다녀야 할 곳도 많다. 마음 같아서는 아낌없이 다 해주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차를 사서 전국을 다니다보니  65,000 km를 탔더라.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앞으로 더 많이 나눠줄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 조금 더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을 텐데, 굳이 기부에 나서는 이유가 있나.

이만수  “47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 최정상에 서기 위해서 잠도 줄여가면서 야구를 했다. 그리고 정상에도 올라가봤다. 그런데, 그 기쁨은 일주일도 안 간다. 라오스에 처음 가서 재능기부를 할 때 애들이랑 운동하면서 땀을 흘리는데, 이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야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을 유니폼을 벗고 난 후에 느끼게 되는 것 같았다. 줄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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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들을 이루고 이 자리에 왔지만, 또 다른 꿈을 꾸는 것 같다.

이만수  “재능 기부는 일회성이 아니라 내 몸이 움직여지는 한 끝까지 해나가고 싶다. 한 가지 큰 바람이 있다면, 라오스 20년 프로젝트를 꼭 성사시키고 싶다. 라오스에 야구장과 숙소, 연습구장 등을 만들어 더 많은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꿈을 갖고 미래의 인재가 됐으면 좋겠다. 특이한 것이 라오스 아이들이 야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꿈이 다들 야구선수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어떤 아이는 선생님이, 또 다른 아이는 자기 나라를 잘 살게 만들기 위해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 아이들이 땀을 흘리고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는다는 게 야구를 전파하는 진짜 의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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