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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헤드샷 도태훈 그 후, '1군 기회 다시 잡겠다'

16.08.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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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NC 도태훈에게 가장 즐겁고 행복해야 할 프로 첫 선발 데뷔전이 아이러니하게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됐다. 이미 두 번의 실패를 통해 성장했던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졌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나 NC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정식선수 등록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도태훈에게 지난 7일 한화전 첫 선발 출장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기회’였다. 도태훈은 “그날 타격훈련 순번이 앞으로 당겨지면서 선발 출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쁘기도 했고, 떨리기도 하더라. 훈련을 마치고 경기 전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했다. 부모님도 기뻐하시면서 경기를 꼭 보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던 그에게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7회 상대투수 한화 권혁이 던진 공에 머리를 강타당한 것이다. 도태훈은 헤드샷의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당시 상대팀 의료진의 대처가 늦어지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도태훈은 “그때 기억은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찔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운수 좋은 날’인줄 알았던 선발 데뷔전의 끝이 힘든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방망이를 움켜쥐었다. 그동안 잔류군에서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면서 사구의 기억을 떨쳐낸 도태훈은 지난 24일부터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기회는 또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도태훈은 성공보다 실패를 먼저 배웠다. 부산고 3학년 때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프로 지명에 실패했고, 이후 희망을 갖고 진학한 동의대에서도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해 드래프트에서 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프로에서 보내는 한 타석, 한 경기가 소중하다고 말한다.

 

- 마냥 행복해야 할 프로 첫 선발 데뷔전에서 아찔한 상황이 나왔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도태훈  "처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을 알고 마냥 기뻤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더라. 김경문 감독님이 ‘2군에서 하던 대로만 해라’라고 격려해주셔서 팀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훈련을 마치고 경기에 들어가기 전 부모님께 전화해서 ‘선발로 나가게 됐다’고 말씀드렸더니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TV 중계를 통해 경기를 보시겠다고 하시더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실책을 하고, 이후 안타를 쳤을 때만 해도 상당히 기뻤는데,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 경기를 보고 있던 부모님도 깜짝 놀랐을 것 같다.

도태훈  "7회까지 팀이 지고 있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몸 쪽 공이 오면 절대 안 피한다. 맞고라도 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공이 머리 쪽으로 날아올지는 생각도 못 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피할 틈도 없었다. 처음 공을 맞고는 머리가 멍했다. 누워있는데, 트레이너님이 계속 조치를 취하시려는 움직임이 보이더라. 병원으로 이동해서 검사를 받고 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친척들도 다 중계를 보고 있었던 터라 걱정을 많이 하셨더라."

- 상대 팀 의료진의 늦장 대처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도태훈  "당시 공을 맞고 누워있었을 때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머리가 멍하더라.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나중에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영상을 통해서 봤는데, 늦긴 늦더라. 큰 문제는 없었으니 된 거다. 이후에 권혁 선수가 직접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걱정을 많이 해주시더라. 고의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 이후 1군에서 말소됐다. 지난 24일 SK 2군과의 경기 전까지 별다른 기록이 없는데, 어떻게 지냈나.

도태훈  "팀에서 무리하지 말라고 하더라. 이후에 어지럼증이 있어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잔류군에 합류했다. 팀에서 작은 부분까지 배려를 해줘서 완쾌할 수 있었다. 이후 3군에서 3경기 정도 나갔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서 2군에 합류하게 됐다."

 

- 사구로 부상을 당한 경우 타석에서 몸 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등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어떤가.

도태훈  "내가 공을 맞은 장면을 다시 보는데, 보는 것만으로 몸 쪽 공이 무서워지더라. 병원에 있으면서 걱정을 하긴 했다. 타석에서 나도 모르게 위축되진 않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하지만, 막상 훈련을 시작하고 경기에 나서다 보니 두려움은 옛말이더라. 지금은 걱정을 하진 않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 기다렸던 1군 첫 선발 데뷔전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겠다.

도태훈  "다시 생각해봐도 아쉬움이 크다. ‘조금 더 보여줬거나 잘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아쉬워한들 바뀌는 것은 없다. 다시 1군에 합류해서 기회를 잡으면 된다."

- 과거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도태훈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둘 때 지고 대학교 때 지명이 안됐을 때에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NC에 와서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떨어진 게 내 인생에서는 도리어 좋은 경험이었다. 스스로 프로에서 안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현실을 깨달았고,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실패를 통해 오히려 더 성숙해진 것 같다."

 

- 올해 NC 육성선수로 입단해 지난 5월 정식선수로 등록됐다. 육성선수라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그만큼 2군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얘긴데.

도태훈  "육성선수 신분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대신 야구를 즐기면서 하려고 했다. 지난 두 번의 드래프트 실패 후 스스로 ‘부담감을 갖고 해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난 미국 스프링캠프 때 박석민 선배랑 함께 방을 썼는데, 야구를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즐기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NC 였기에 육성선수임에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 같다. NC는 육성선수와 정식 신인 선수들의 대우를 달리하지 않는다. 지난해 입단 후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까지 함께 했다. 그때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 특히나 삼진율이 적은 게 인상적이다.

도태훈  "장점이라면 장점인데, 야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고등학교 때부터 삼진을 많이 안 당했다. 그전까지는 투수의 꿈을 갖고 있었다. 확실히 볼넷 비율이 삼진보다 월등히 높다.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데, (볼 카운트)2스트라이크 이후에 방망이를 공에 맞춘다는 생각보다는 타격 자세를 낮춰서 정확도에 신경을 쓴다. 자세히 보면 2스트라이크 이후에 내 타격 자세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리를 더 벌린다. 야구를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물론 주위의 조언도 있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갈고 닦아야 한다."

 

- 짧은 시간이었지만, 1군 경험이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도태훈  "1군 선수들이랑 연습만 해도 도움이 된다. 수비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많이 배운다. 사실 5월에 처음 1군에 올라갔을 때는 긴장도 되고 여유도 없어서 타석에서 정말 막 쳤다. 마음만 앞섰던 것 같다. 그리고 8월에 올라갔을 때에는 두 번째라고 확실히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 그리고 옆에서 형들이 해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나)성범이 형은 운동을 할 때도, 쉴 때도 오로지 야구만 생각한다. 몸 관리도 굉장히 철저히 하는데, 배울 부분인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싶다."

- 최근 몇 년 동안 육성선수 출신 스타급 선수의 수가 줄었다. 욕심을 내 볼만한데.

도태훈  "시즌에 들어가기 전까지 신분이 육성선수다 보니 정식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지금은 1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는 것이 목표다. 지금 당장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면서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 나가고 싶다. 그렇게 내실을 다지면서 올라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차근차근 올라간다면, 한 번에 떨어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도태훈  "그라운드에서 절실하게 야구하는 선수로 비춰졌으면 좋겠다. 스스로도 나에게 주어진 한 타석, 한 경기가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 그리고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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