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형 보다 나은 아우' 되고픈 kt 박세진
16.09.01 13:56
‘형만 한 아우가 없다’지만, kt 박세진은 ‘형보다 나은 아우’이고 싶다고 말한다. 형 박세웅(롯데)은 그에게 따라가고 싶은 길라잡이이자 따라잡고 싶은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두 살 터울인 형제는 함께 야구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야구’는 동생이 형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박세진은 “형이 초등학교 5학년 때 내가 3학년 때 함께 야구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늘 형 뒤에 있었다. 서러운 일도 많았다”면서 “형을 존경하면서도 늘 따라잡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그 무대가 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프로에서 한솥밥을 먹을 뻔했다. 박세웅은 2014년 kt에 1차 지명됐지만, 지난해 5월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kt는 이후 2016년 1차 지명으로 박세진을 선택했다. 박세웅에게 남다른 야구적 재능을 발견한 kt가 동생 박세진의 가능성도 높이 평가한 것이다.
형제지만 둘은 정반대다. 형 박세웅은 오른손 투수에 호리호리한 체격을 갖고 있다.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이 매력이다. 반면, 박세진은 왼손 투수고, 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키가 작지만, 체구가 좋고 시속 140km 중반대 공을 부리는 기교파다.
박세진에게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지옥을 한 번 경험해보라’는 형의 조언이 현실이 된 셈이다. 박세진은 “생각했던 것보다 타자를 상대하거나 경기를 풀어가는 노하우, 체력 등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어렵사리 잡은 1군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있다. 바로 ‘형과의 차이’다. 프로에서 아직까지 단 1승도 신고하지 못한 박세진에 비해 3년 차 박세웅은 올해 7승을 거두고 팀 선발진에 큰 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세진은 1군 무대에서의 1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1승이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본인의 야구에 점수를 매긴다면.
박세진 “(고민 끝에)점수를 못 줄 것 같다. 아직은 많이 부끄럽고, 부족하다. 이제 막 프로에 와서 잘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던 것 같다.”
- 1군 기회를 잡았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얘긴데.
박세진 “만만하게 생각할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는 매일 공을 던져야하니까 체력관리를 잘해야 한다. 마운드 위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이라든지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기회를 얻었는데,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쉽다. 특히 1승을 거두지도 못한 게 마음에 남아있다.”
- 1승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박세진 “(주)권이형이 1승을 하는 모습을 보고 차명석 코치님이 ‘앞으로 두고 봐라. 권이는 잘 될 것이다. 지금의 1승이 권이에게 큰 깨달음을 줬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선발로 나가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잘 던져야하고, 던지는 와중에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것 같다. 1승을 하고 나면 그 맛을 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1승이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
- 그런 의미에서 프로에 안착한 형이 대단해 보이겠다.
박세진 “형이 많이 부럽다. 형이 던지는 날에는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 본다. 보면서 형이 뭐를 잘 하는지 뭐가 안 좋은지를 기억해뒀다가 얘기를 해준다. 그러면서 나도 배우는 것 같다. 사실 고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형이 그렇게까지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막상 내가 프로라는 곳을 겪고 보니까 형이 무척이나 커 보인다. 아직 따라가려면 먼 것 같다.”
- 어려서부터 형제가 함께 야구를 했기 때문에 추억이 많을 것 같다. 특히나 중・고등학교(경운중-경북고)를 함께 나왔다.
박세진 “형이 초등학교 5학년 때 내가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나는 형이 야구를 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시작하게 됐다. 야구하는 내내 형과 비교도 당하고 서러운 일도 많았다. 내가 1학년 때 형이 늘 중요한 시기를 겪어서 관심이 많이 쏠렸다.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보다 형에게 배울 점이 많아서 좋았다. 형은 나와 달리 마운드에 올라가면 차분하다. 특히나 지독한 연습벌레라 예를 들어 슬라이더가 잘 안된다 싶으면 새벽까지 혼자 연습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극을 많이 받았다. 내가 야구를 그나마 잘할 수 있었던 것이 형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 ‘형보다 이건 내가 더 낫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을 것 같은데.
박세진 “형은 약간 무뚝뚝한데, 내가 조금 더 붙임성은 있는 것 같다. 성격도 긍정적이다. 안 좋은 것은 빨리 털어낸다. 그게 내 장점이다.”
- 2군에 내려와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고민했을 것 같다.
박세진 “고등학교 때부터 투구폼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프로에 오면 으레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2군에 있으면서 차명석 코치님이 투구폼에 대해 아무 말을 안 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투구폼에 대해 물었더니 코치님이 ‘올해는 네가 가진 것을 갖고 해보고 보완할 점을 찾은 후에 고쳐나가는 것이 좋다. 무조건 고치려고 들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 시즌 후에 지켜보자’고 하시더라. 1군에 있으면서는 정명원 코치님이 이것저것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스스로 좋아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2군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가는 것이 도움은 많이 되고 있다.”
- 먼저 프로에 들어와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서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줄 것 같은데.
박세진 “kt 지명받고 나서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고 하더라. 그만큼 kt가 훈련양도 많고, 프로가 힘들 것이라는 얘기였다. 지금은 그냥 힘내라는 말 정도 해준다. 그리고 야구 외적으로 인사 잘하고 예의를 잘 지키라는 얘기도 한다.”
- 박세진에게 형은 어떤 존재인가.
박세진 “존경하는 사람이자 따라잡고 싶은 라이벌이다. 지금은 형이 마냥 부럽다.”
-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다.
박세진 “2군에 내려온 후로 확대엔트리만을 생각했다.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싶은 바람이다. 그리고 올해 배우고 느낀 것을 토대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형보다 나은 동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