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대답 없는 여자야구의 외침, "내부고발자라는 말도 두렵지 않다"
16.09.08 15:41
지난 6일 야옹미인을 통해 세계여자야구월드컵 개최 관련 여자야구 연맹의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기금 사용에 대한 문제가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최수정 전 여자야구연맹 전 국제이사(나인빅스 감독)를 포함해 김세인 여자야구연맹 감사, 윤은주 여자야구연맹 이사(위너스 감독) 등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한 41명의 대의원(여자야구팀 감독)들이 한 목소리로 연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노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맹은 이와 관련해 묵묵부답이다. 비대위가 요구한 임시대의원총회도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여자야구연맹 내홍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면서 지켜보는 이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문제가 잘 해결되기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있는 반면, ‘누워서 침 뱉기다’ ‘편 가르기 싸움이다’ ‘가뜩이나 관심 없는 여자야구가 문제까지 일으킨다’ 등의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최수정 전 국제이사를 비롯한 비대위 측은 여전히 연맹의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있다. “오죽하면 집안 얘기를 밖에다 하겠냐”는 그의 말이 가슴에 꽂혔다.
- 여자야구연맹과 관련한 기사가 나가고 주위 반응은 어떤가.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았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다. 여러 응원의 말들도 있었고, 여러 곳에서 전화가 오기도 했다. 힘이 됐다. 그런 반면에, 가슴 아픈 얘기들도 들었다. 그중에서도 ‘실력은 안 되면서 소프트볼 선수들이 나가니까 시샘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가장 가슴이 아팠다. 우리는 여자야구와 소프트볼의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여자야구 선수들 중에는 소프트볼 선수 출신들도 많다. 종목은 다르지만, 선수들끼리는 동질감 같은 게 있다. 연맹 내부적인 문제가 그런 식으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우리는 집안 얘기를 밖에다가 하겠나.”
- 연맹은 여전히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연락도 없다. 연맹은 언론을 통해서 ‘비대위에서 요청한 임시총회 자체를 거부한 게 아니고 유보한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에게 했던 것과 말이 다르다. 연맹 쪽은 세계여자야구월드컵 이후에 비대위 관련 사람들에게 대한 징계까지 거론했다는데, 기가 막히다. 지금 징계를 받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정진구 회장은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 연맹 내부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는 이런 일이 누워서 침 뱉기라는 것을 왜 모르겠나. 다 안다. 내부에서 고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몇 번이고 세계여자야구월드컵 국가대표 선발 결정과 원칙과 기준 없는 재정운영에 대한 임시총회 요청을 했지만, 매번 묵살 당했다. 연맹은 그저 이 자체를 논의하고 싶지 않은 모양새를 취했다. 우리도 노력하다 하다 안돼서 결국 도움을 청한 것이다. 기금 지출 내역 등 자료를 공개한 것도 마찬가지다. 내부고발자라는 말도 두렵지 않다. 많은 분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관심을 갖고 여자야구가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감시자의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 2007년에 여자야구 연맹이 출범했다. 내년이면 10년째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겪게 된 내홍이라 더 뼈아프게 느껴진다.
“2007년에 연맹이 창단할 때만 해도 대략 10개 팀밖에 안 됐는데, 지금은 40개가 넘으니까 양적인 면에서는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연맹이 처음에는 팀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후에 여자야구의 발전 방향성과 국위선양에 대해 고민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지금도 연맹은 그저 1년에 전국대회 몇 번 치르고, 이번에 세계대회 치르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다. 여자야구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단체가 아니라 대행사 같은 느낌이다. 물론 그동안 여자야구 관련 대회가 늘어났고, 특히나 LG배가 생겨나면서 TV 중계도 하고, 관심도 많이 받게 됐다. 이때 연맹이 좀 더 제 역할을 해줬다면 지금처럼 안방에서 치르는 국제대회를 소프트볼 선수(엔트리 20명 중 10명)들로 꾸려서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번 일을 통해서 여자야구연맹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길 바라나. 국내 여자야구의 비전과도 관계가 깊은데.
“먼저, 지금 문제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벌을 받을 부분이 있다면 받아야 한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보자면, 여자야구 발전에 대해서 이제는 연맹과 대의원이 서로 공감되는 목표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예 생활체육에 집중할 것인지, 생활체육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저변확대에 힘을 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는 국가 간의 교류전을 생각해서 국위선양의 목표도 필요하다. 연맹에는 대한야구협회에 있었던 사람들도 있다. 야구와 관련된 일들에 대해서는 더 잘 아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여자야구를 위해 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자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서른 살이었던, 2004년 9월에 야구를 시작했다. 벌써 야구를 한 지 13년이 됐지만, 아직도 야구를 하러 갈 생각만 하면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설렌다. 야구장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서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주위 사람들이 ‘너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 평일에 일을 하는 사람 같다’고 할 정도다. 야구를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야간자율학습을 하면서 라디오를 통해 중계를 들으면서다. 나는 야구를 라디오로 배운 사람이다.(웃음) 야구에 빠지면서부터 줄곧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팀이 없었다. 그래서 뒤늦게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여자야구 초창기 멤버다.”
-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여자가 야구를 한다는 게 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야구한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여자가 무슨 야구를 해’와 ‘신기하다’는 시선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 아버지도 ‘좀 하다 말겠지’ 생각하셨다. 근데 그게 벌써 13년이 됐다. 예전에 결혼한 친구들은 집에 눈치 보이니까 유니폼을 친구 집에 맡겨두는 경우도 있었다. 한 친구는 야구를 하다가 부상을 당해서 부모님이 못하게 하셨다. 도저히 야구를 그만둘 수 없어서 집에서 그냥 사복을 입고 나와서 운동장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다시 집에 갈 때 말끔한 차림으로 들어가고를 몇 년 동안 했다. 지금은 다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