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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요코하마 반쵸' 미우라의 은퇴에 떠오르는 씁쓸함

16.09.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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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마지막 길, 구단은 그를 위해 '기회'의 선물을 준비했다. 팀을 위해 외길을 고수했던 레전드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팬들이 바라고, 선수가 원하는 완벽한 '마지막 안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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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의 반쵸(番長・대장)' 미우라 다이스케(요코하마 DeNA)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미우라는 20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뜻을 밝혔다. 다카다 시게루 GM은 “지난 16일 나와 구단 사장, 감독 3명이 모인 자리에서 미우라가 은퇴할 뜻을 전했다. 팀으로서는 큰 기둥을 잃게 됐다.”고 했다.

미우라는 프로 생활 내내 요코하마의 외길을 고수했다. 그는 1992년 요코하마의 전신인 다이요 웨일즈에 입단해 1997년 처음으로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며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2000년대 초반 팔꿈치 부상으로 부진에 허덕였지만, 2005년에 평균자책점 2.52와 17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고 투수 2관왕에 올랐다. 프로 25년 동안 그가 쌓아 올린 승수는 172승. ‘요코하마의 유니폼을 입고 다시 한 번 우승하고 싶다.’는 그의 굳은 의지가 만들어낸 값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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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프로 2년 차였던 1993년부터 23년 연속 승리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등판한 2경기에서 아직 승리를 따내지 못해 신기록 달성에 실패했지만, 요코하마와 알렉스 라미레스 감독은 그를 위해 마지막 기회를 선물했다.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인 오는 24일 요미우리전에 미우라를 선발로 내세울 예정이다. 이날 미우라는 24년 연속 승리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게 된다. 라미레스 감독은 "미우라는 상징성이 있는 선수다. 그가 받아야 하는 당연한 기회다."라고 말했다.

물론 요코하마가 지난 19일 히로시마를 꺾고,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창단 이후 처음으로 클라이맥스 시리즈(CS)에 진출하게 된 것도 미우라를 잘 보내 줄 수 있는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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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에게 요코하마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이 곧 요코하마의 역사가 됐고, 그에게는 ‘반쵸’, 우리말로 ‘대장’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25년 동안 현역 생활을 유지하기 까기 우여곡절도 많았다. 미우라는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이 불투명했지만, 그는 '코치 겸 현역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구단에 전했고, 구단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연봉 25% 삭감에도 미우라가 마음 놓고 야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올해 미우라는 2군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성장한 젊은 선수들 틈에 자신의 자리는 없었고, 2군에서 묵묵히 기회를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올해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내부 경쟁은 더 심해졌다.

미우라는 포기 하지 않았다. 라미레스 감독이 ‘능력이 된다면 언제든 기용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전달했기 때문이다. 시즌 중에 그에게 주어진 1군 등판의 기회가 미우라의 힘의 원천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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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가 밝힌 은퇴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더 이상 선발로 이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 시즌 미우라에게 주어졌던 1군의 기회가 그에게는 미련 없이 은퇴를 결심할 계기가 됐던 것이다. 미우라는 “하루라도 더 (요코하마)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미우라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진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기만 한 마지막이 다른 이에게는 씁쓸하고 가혹한 현실로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의 끝자락에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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