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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이상적인 타격폼은 존재할까

16.09.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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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타격폼은 존재할까. 그렇다면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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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이대형의 방망이가 매섭다. 그는 올 시즌 179안타(26일 기준)를 때려내며 최다 안타 부문 3위에 올라있다. 1위 최형우(삼성‧183안타), 2위 김태균(한화‧180안타)과의 격차도 크지 않고, 잔여경기 일정도 비슷해 최다 안타 타이틀 획득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대형은 “시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며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대형의 이번 도전이 의미가 있는 것은 ‘단점을 딛고 만들어낸 성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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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폼은 이대형 야구인생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는 2010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인 타격폼 수정에 나섰다. 빠른 상체 이동이 문제였다. 상체가 앞으로 빨리 열리기 때문에 방망이가 항상 뒤편에 있었고 히팅포인트가 나빴다. 타격 중심을 임팩트 순간까지 가져가지 못해 좋은 타구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의 타구가 외야를 향하기보다 내야에서 바운드 되어 안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상대 수비진들은 이른바 이대형 시프트를 펼쳤고, 이대형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스스로도 타격폼 수정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랜 기간 동안 몸에 익은 타격폼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고, 새로운 폼에 대한 적응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타격코치가 바뀔 때마다 타격법도 달라지면서 그는 혼란을 겪었다. 원래 갖고 있던 타격폼도 잃어버렸다. 이대형은 "나도 어쩔 줄 모르겠더라. 타석에 들어서면 머리가 복잡했다. 나중에는 안타가 나와도 어떻게 쳤는지도 모르겠더라.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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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폼으로 부침을 겪었던 그는 LG에서 KIA로 이적한 후 단점을 고치기보다 장점을 살리는 방향을 모색했다. 그는 자신의 기본 타격 스타일을 가져가되 자세를 최대한 뒤로 낮추면서 콘택트에 집중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침대 타격’이다. 상체를 포수 쪽으로 거의 눕히는 모습을 두고 붙여진 이름으로 이대형에게는 안성맞춤의 타격폼이 됐다. 이대형의 성장통을 지켜봐준 벤치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대형의 타격폼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과거 ‘흔들타법’이라 불리며 따라 하기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던 박정태(은퇴)의 타격폼처럼 개인 맞춤형이라 볼 수 있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타격폼이라는 얘기다. 전 kt 외국인타자 댄 블랙은 “이대형 같은 타격폼은 미국에서도 거의 볼 수 없다. 그 정도로 독특하고 놀랍다”면서도 “자신만의 장점을 살린 폼으로 완성도는 높은 것 같다. 다른 사람은 좀처럼 따라 하기 힘든 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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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이상적인 타격폼이라는 것은 존재할까. 박정태 전 롯데 타격코치는 “선수가 타석에서 편하게 느끼는 자세야말로 이상적인 타격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 흔들타법은 3년을 거쳐 만들어졌다. 체구가 작은 나로서는 방망이에 최대한 많은 힘을 실어내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고, 조금씩 단점을 보완해가면서 흔들타법을 완성했다. 폼이 워낙 독특해서 수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만세타법’으로 프로야구 역사의 한 획을 그는 양준혁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타격에는 정답이 없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야 한다. 누가 어떻게 치든 밸런스가 좋은 게 좋은 타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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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김태완이 ‘후회 없는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11년째 몸담았던 한화를 떠났다. 그는 최근까지 느꼈던 타격폼 수정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태완은 배트 끝이 투수 쪽으로 기우는 특유의 타격폼을 가진 선수로, 2008년부터 3년 연속 한화의 중심타자로 선구안과 장타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군 제대 후 타격폼 수정으로 인한 부침을 겪었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타격폼에 대한 고민은 더 커졌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제대로 된 김태완의 야구를 해본 적이 없다. 타격폼 때문에 타석에서도 투수 대신 나 자신과 싸웠다. 이제는 온전히 나만의 야구를 하고 싶다. 자신이 있다”고 전했다.

 이대형과 김태완은 비슷한 시기에 타격폼을 두고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이대형은 벤치의 믿음 아래 ‘침대타법’이라는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았고, 김태완은 생존을 위해 팀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상적인 타격폼의 기준은 결국 선수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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