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난 속에 한층 성장한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고 나면 얻는 것과 깨닫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두산 이원석이 그랬다.

상무 입대 전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눈물을 삼켰던 그는 군 제대 후 야구 내외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이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주전 자리를 꿰차기 위한 경쟁심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원석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원석의 방망이가 매섭다. 지난 21일 상무에서 제대한 그는 팀에 복귀해 연일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일발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로 김태형 감독은 일찍이 이원석에 대해 “한국시리즈까지 함께 간다.”고 못을 박았다. 지난해 두산의 우승을 군부대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그에게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준비도 많이 했다. 이원석은 상무 입대 1년 차 때 체중을 6~7kg 가량 감량하면서 건강한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2년 차 때에는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며 공수에서의 기술 다듬기와 실전 감각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이원석은 올해 상무에서 89경기에 출장해 9홈런 63타점‧타율0.319(273타수 87안타)를 기록했다. 박치왕 상무 감독은 “이원석은 베테랑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움직이는 선수다. 제대 후에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본인의 의지가 상당히 강해 보였다.”고 전했다.

이원석 “상무에서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정신적으로는 밖에서보다 편했다. 그렇다고 해서 군 생활이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상무에서는 야구밖에 할 일이 없으니까 모든 것을 야구에 집중할 수 있더라. 군대에 있으면서 (허)경민이나 (최)주환이 등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들을 TV를 통해서 봤다.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극을 받아서 더 욕심을 내서 야구를 했다.”

상무 입대 전 이원석은 아버지를 잃었다. 늘 자신의 버팀목이 돼줬던 큰 기둥을 잃었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슬픔에 잠겨있기도 했다. 그러다가 현실을 마주했다.

이원석 “한동안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믿었던 기둥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슬퍼할 수도 없었다. 이제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내가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말 그대로 가장이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가 더욱 절실해지고, 절박해졌다. 야구를 잘해야만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책임감들이 나를 더욱 강하게 채찍질하는 것 같다. 아버지를 잃은 후 정신적으로 더욱 강해진 것 같다.”

슬픔을 바탕으로 성숙해진 이원석의 야구인생에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있다. 올 시즌 뒤 취득하는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이다. 그는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잔여 시즌과 한국시리즈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이원석 “군 입대 전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에 동감한다. 스스로 ‘조금 나태하지 않았나’라는 반성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 나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보장된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리그 내에서 경쟁력은 내가 만드는 것이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팀에서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