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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은퇴, 권용관이 전하는 '마지막 인사'

16.10.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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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관이 고민 끝에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야구를 잘했던 사람도 아니고, 그냥 조용하게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권용관이 ‘은퇴’라는 단어를 꺼냈다. 비록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선택한 마지막은 아니지만, 그는 그라운드에서 생존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웠던 자신에게 박수를 보냈다. 권용관은 “예전에는 은퇴라는 단어가 두렵고 겁이 났는데, 지금은 홀가분하다”고 웃어 보였다.

 권용관의 야구인생은 세 번의 방출과 두 번의 기회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성근 한화 감독과 특별한 인연을 맺기도 했다.

 

 

1996년 LG에 입단한 권용관은 2002년 당시 LG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을 만나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안정된 수비와 특유의 성실함이 돋보이는 선수였다. 이후 2010년에 SK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아 3대4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이적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2시즌 후 SK로부터 방출당한 그는 친청팀 LG의 부름으로 2년 간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2014년에 또 한 번 방출의 아픔을 겪었지만, 김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후 권용관을 불러들이면서 기회를 얻게 됐다. 한화에서 베테랑 내야수로 최선을 다했던 그는 지난 9월 웨이버공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은퇴 수순을 밟게 됐다.

 시즌 중간에 유니폼을 벗게 되면서 마지막 모습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그는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권용관은 “묵묵히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해달라”며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 시즌 막판에 웨이버공시가 된 후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됐다.

권용관  “예전에는 은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걱정이 됐다. 언젠가 찾아올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두렵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2014년에 LG에서 방출됐을 때에는 야구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 것 같다.”

- 김성근 감독은 웨이버공시 이유에 대해 ‘본인이 계속 보내달라는 의사를 표현했다. 2군에서도 의욕을 상실한 모습이었다’고 했는데.

권용관  “의욕은 있었다. 선수가 의욕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올 시즌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고, 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선수가 야구를 그만둘 때에는 누구나 아쉬움을 갖고 있다. 시즌이 끝나고 그만뒀어도 아쉬웠을 텐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진 않았다. 조금만 더 좋게 나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프로라는 게 결국 필요에 의해서 쓰임을 받는 것 아니겠나. 감독님이 팀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서 내 필요도가 적어졌기 때문에 그만두게 됐다. 원망 같은 것은 없다. 감독님과 면담을 하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 면담에서는 어떤 얘기를 했나.

권용관  “감독님께서 ‘너도 미래를 생각해야 하니, 2군에 내려가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 2군에 있어도 선수로서 내가 할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팀에 속해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올 시즌 전부터 올해나 내년쯤에 은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터였다.”

 

- 생각보다 은퇴를 담담하게 받아들인 모습이다.

권용관  “적은 나이도 아니고, 젊은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내 자리는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결정적인 실책으로 팀이 5강 진출에 실패한 게 마음에 남아서 괴로웠다.(권용관은 지난해 9월 16일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팀이 3-1로 앞선 7회말 2사 1, 3루에서 신종길의 땅볼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한화는 이 경기에서 패하면서 사실상 5강 싸움을 포기해야했다.) 이전에 성적이 좋았던 팀도 아니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을야구를 기다렸을지 알기에 죄책감마저 들었다. 특히나 한화에 붙박이로 있었던 선수도 아니고 감독님이 불러서 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눈치가 더 보였다. 선수들뿐 아니라 팬들, 감독님께도 죄송한 마음이 컸다.”

-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권용관  “팬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고, 스스로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마음이 힘들다 보니 모든 게 다 힘들어지더라.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 우여곡절이 많은 그라운드의 삶을 살았다. 그 속에서 김성근 감독과의 인연은 특별해 보인다. 김성근 감독이 준 기회를 통해 주전으로 발돋움하기도 했고, 김 감독 밑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냈다.

권용관  “감사한 사람이다.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다. 나를 이 자리까지 있게 해준 사람이다. 양아들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회를 많이 받았고, 덕분에 성장했다. 마지막 모습이 아쉬웠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지금은 그저 감독님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다.”

 

-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권용관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는데, 생각보다 힘들다. 특히나 운동하는 아들 뒷바라지를 며칠 했는데, 보통 일이 아니더라. 우리 와이프가 여태껏 혼자 했다는 게 고맙고 자랑스럽다. 내가 운동하는 내내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조심하고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면서 뒷바라지를 해줬는데, 좀 더 잘난 남편이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내가 야구를 조금 더 잘했으면 아내가 보람을 느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까지 들더라. 앞으로는 많이 도와줘야 할 것 같다.”

- 제 2의 인생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 같은데.

권용관  “지도자의 삶을 살고 싶다. 스타급 선수는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웠고,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했다. 후배들이 기술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내가 더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권용관  “나는 야구를 잘한 것도 아니고 기량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필요로 하는 팀에서 묵묵히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되길 원한다.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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