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구원왕' 김세현, "기억에 남는 포스트시즌을 만들겠다"
16.10.11 16:13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김세현은 마무리 보직을 맡은 첫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구원왕’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시즌 성적은 2승 36세이브‧평균자책점 2.60.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부터 무패 구원왕은 2011년 삼성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이후 두 번째다. ‘만년 유망주’라는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을 ‘확신’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숙제 중 하나는 마무리투수로 맞이하는 첫 포스트시즌에서 팀 승리를 지켜내는 일이다.
-지난해와 올해, 포스트시즌을 맞이하는 기분이 다를 것 같다.
김세현 “지난해에는 몸이 아파서 하고 싶었던 경기를 못 했고, 그 직전 해에는 포스트시즌에서 성적이 안 좋았다. 아직까지 개인적으로 떠올리고 싶을 만한 가을의 추억이 없다. 부진하거나 아팠다. 하지만 올해는 개인적인 성적도 따라 와줬고,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게 돼서 만족스럽다. 원래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경기를 잘 안 봤는데, 올해는 와일드카드 1차전부터 꼼꼼히 챙겨보고 있다. 양 팀 타자들을 분석하면서 내가 올라가면 어떻게 상대할지에 대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올 시즌 목표로 내세웠던 30세이브를 넘어섰다. ‘구원왕’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는데.
김세현 “인터뷰에서 시즌 목표를 30세이브라고 했지만, 스스로도 ‘할 수 있을까’라는 믿음이 반반이었다. 그만큼은 하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즌에 들어갔을 때는 그걸 잊고 ‘하나씩 쌓아나가자’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니 좋은 결과가 따라왔던 것 같다.”
-시즌을 돌이켜봤을 때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
김세현 “롯데와의 2, 3차전(4월2일~3일)이 약이 된 경기라고 생각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시즌 시작하면서부터 마무리라는 보직에 얼어있었는데, 그 긴장감이 풀리는 경기였다. 스스로도 ‘아, 나는 아직 마무리 투수로서의 마음가짐이 부족하구나. 내가 몰려있거나 분위기에 말리면 안 되는데 잘못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돌아보게 된 계기였다. 그 경기 이후로 흐름이 잘 풀렸던 것 같다. 아마 그 경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마무리 보직에 대한 압박감과 책임감이 상당한 것 같다.
김세현 “보직에 대한 압박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 어깨에 팀 승패가 걸려있다.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압박감이 되기도 한다. 블론에 대한 스트레스는 최대한 안 받으려고 한다. 오늘 블론 했는데, 내일 안 나갈 수는 없으니까 바로바로 잊으려고 한다. 다음 경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계속 가져갈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실패를 통해 성공을 알아간다고, 8개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배운 점도 있나.
김세현 “물론이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좀 더 신중해야겠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아무리 여유가 있는 상황에도 한 타자 한 타자를 상대하는데 있어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공 하나에도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들 하는데, 이전과 비교해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
김세현 “버리는 공, 보여주는 공이 없어졌다. 어떤 볼카운트든 타자가 쳐야만 승부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타자가 치게끔 공을 던진다. 그전에는 내 구위가 아무리 좋아도 내 공에 믿음이 없어서 도망가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맞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그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구위에 대한 자신감도 더 커지고, 내 공을 의심 없이 던질 수 있게 됐다.”
-포스트시즌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까.
김세현 “큰 틀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단기전에서는 타자들의 집중력이 더 좋아지고, 까다로워진다. 그만큼 나도 더 집중하고 공 한 개에 허투루 던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투수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후 선보이는 세리머니가 이슈가 되기도 한다.
김세현 “세리머니에 대한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 포스트시즌이 끝난 후에 ‘리그 현 최고의 마무리는 김세현이구나’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아직까지는 내 활약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 의심들을 지워내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본다. 성적으로 결과를 보여 줘야 할 것 같다.”
- 지난 인터뷰에서 ‘올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막다른 골목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어떤가.
김세현 “올해 잘했다고 해서 크게 바뀐 것은 없다. 그저 막다른 벽에서 한 발 물러난 정도다. 그저 한 발이라는 여유가 생긴 것뿐이다. 아직 나는 정상반열에 오른 것도 아니다. 피안타율이나 블론세이브 등 줄여야 하는 것들이 남아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도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숙제들을 풀어나가야만 한다. 아직도 나는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는 쉽지 않은 일정이다.
김세현 “그래도 목표는 우승이다. 넥센은 이제 강팀이다. 선수들 개개인 모두 기량도 뛰어나다. 우리 팀이 뭉치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포스트시즌 경험도 있다. 올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