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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김용의의 가을, 그리고 아버지

16.10.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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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김용의에게 가을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는 계절이다. 그만큼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르다. 김용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늘 아버지와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큰 경기에서는 그 마음이 더 커진다”고 했다. 그의 무한한 밝음 뒤에 감춰진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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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용의는 주전은 아니지만, 시즌 109경기에 출장해 백업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며 팀 플레이오프 직행(2위)에 기여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그의 마음은 부풀었다. 김용의는 “예전에 야구를 그만두려고까지 생각했었는데, 살다보니 꿈만 같은 일도 일어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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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아쉬웠다. LG는 두산에 1승3패로 일찌감치 무릎을 꿇었다. 김용의도 처음 서보는 큰 무대에서 재미를 보진 못했다. 가을야구가 아쉬움으로 끝나자 그에게는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아버지의 대장암 말기 판정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김용의  “포스트시즌 전에 아버지가 대장암 말기판정을 받으셨는데, 내가 경기를 하는데 지장을 줄까 싶어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비밀로 하셨다. 본인이 아프셔도 아들 걱정만 하시던 분이다. 아버지가 아프신 줄도 모르고 처음 나가는 포스트시즌에 설레고 기분 좋아했던 내가 바보 같더라. 이후에 사실을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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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의에게 아버지는 특별한 존재였다. 김용의의 아버지 故김문수씨는 실업야구 한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병마와 싸우기 전까지는 초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활약하며 평생을 야구인으로 살았다. 김용의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신의 야구 인생을 설계했다.

김용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야구와 가까워졌고, 프로 선수로 꼭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프로에 와서 힘든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버지께서 버팀목이 돼주셨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다.”

 김용의의 바람과 달리 그의 아버지는 이듬해 1월 세상을 등졌다. 당시 미국에서 전지훈련 중이었던 그는 비보를 듣고 중도 귀국해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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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의 “말기 암 환자는 치료를 받는 과정이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하더라.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할 정도다. 결국 아버지께서 병마와 싸우시다 2014년 1월에 돌아가셨는데, 내가 이제까지 야구를 하면서 겪었던 그 어떤 일보다 힘들고 슬펐다. 아버지를 잃으면서 야구를 대하는 태도나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이후 김용의는 그라운드에 설 때면 늘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라운드에서 치고, 달리는 아들의 모습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아픔까지 숨겼던 아버지의 마음을 늘 가슴 속에 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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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본인이 직접 팀에 요청해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대신 2군 대만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든 후 본진에 합류했다. 팀 내에서 확고한 자리가 없는 이상 선수에게 스프링캠프는 기량 발전은 물론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자리다. 하지만, 김용의는 그 자리를 스스로 마다하고 확실한 변화를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김용의는 올 시즌 후반기부터 톱타자로 활약하며 LG의 반등을 이끌었다. 특히나 KIA와의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는 9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때려내며 팀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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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아버지는 살아계실 때 칭찬에 인색하신 분이셨다. 가끔은 서운한 마음도 들었는데, 돌이켜보면 누구보다 나를 생각하는 분이셨다. 매번 아버지가 그립지만,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그리움이 더 커진다. 특히나 큰 경기에 나서게 되면 아버지가 더욱 생각난다. 하늘에서 지켜보시고 계실 텐데 도와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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