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세 번째 PS' 박민우, 오지환을 통해 배우다
16.10.20 15:27
“(오)지환이 형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NC 박민우는 LG 오지환에게 감정이입을 했다. 그리고 배울점을 찾았다.
지난 2년간 박민우에게 가을은 가혹한 계절이었다. 팀 창단 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쁨을 누렸지만, 그는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박민우는 첫 가을 무대였던 2014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떨어트리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해 내주지 말아야하는 점수를 내줬다.
이후 김경문 감독은 신인 박민우의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시리즈에 출장시켰지만, 그는 끝내 수비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하고 4차전에 지석훈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에도 수비에서 불안감을 노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민우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3차전에서 두 차례나 악송구를 했다. 평범한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책이었기에 팀도 본인도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 일로 박민우의 ‘송구 공포증’은 깊어졌다. 올 시즌 초반에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후 구단에서 제공하는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복귀해서는 경기 중 그라운드에 심리적 안정을 위해 불교를 상징하는 '卍'(만)자를 그려 넣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박민우 “올 시즌은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못 줄 것 같다. 부상이나 부진으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도 못했다. 그나마 소득이라고 한다면, 수비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다. 그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오)지환이 형을 보면서 더 느끼고 있다.”
LG 오지환은 경험과 노력을 통해 성장한 케이스다. 프로 입단 때부터 유격수로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홀로 감수해내며 자리를 지켰다. 결정적인 실책으로 경기를 그르치는 일도 잦고, 찬스에서 호수비와 타격으로 팀을 살리는 일도 있어 ‘오지배(오지환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뜻)’라는 웃지 못 할 별명도 얻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포스트시즌을 지배하고 있다. KIA와의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으로 팀에 패배를 안기더니 이후 다음 경기부터는 실책을 만회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오지환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MVP에 오르기도 했다.
박민우 “와일드카드 1차전 때 지환이 형이 실책하는 것을 보고 내 머릿속이 다 새하얘졌다. 그 기분을 같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그 이후였다. 속으로는 마음이 복잡했을지 몰라도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더라, 다음 플레이도 안정적으로 해내고 안타도 쳤다. 단기전 특성상 부담감도 있고, 한 경기 승패에 따라 팀 운명이 바뀌기 때문에 더 긴장되는 게 있는데, 지환이 형은 그 것을 스스로 잘 극복해내더라.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인상적이었다. 이전에 수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모습을 봤는데, 그런 시간들이 지환이 형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던 것 같다. 지환이 형을 보면서 많이 배우게 됐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면서 박민우는 ‘비우기’에 돌입했다.
박민우 “수비 불안감은 내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만큼 내가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만, 선수입장에서는 없애고 싶은 상처이자 숙제다. 수비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나로서는 마냥 조심스러워진다. ‘잘 하겠다’고 해놓고 실수가 나오면 더 면목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실수 할 테니 봐 주세요.’라는 말도 할 수 없다. 다만 긴장하거나 욕심 부리지 말고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싶다. 만약 실수가 나오더라도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하다보면 좋은 결과도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