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타이거즈 외야를 호령하다! 김호령 가을의 기억
16.10.25 14:35
결국 그의 노력과 재능을 눈여겨본 김기태 KIA 감독은 신인 김호령에게 기회를 선물했다. 데뷔 첫 해 1군에서 103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은 그는 올해 눈에 띄게 성장했다. 뛰어난 수비실력 뿐 아니라 약점으로 지적됐던 타격 면에서도 좋은 능력을 뽐냈다. 특히나 LG와의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누가 봐도 끝내기 안타 코스였던 LG 김용의의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잡아내는 김호령의 수비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장면이다. 이날 KIA의 패배가 뼈아프게만 다가오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짧지만, 강렬했던 가을의 기억은 김호령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그는 “시즌이 끝난 것 같지 않다. 내년 시즌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시즌이 끝나고 일주일가량 휴식기를 가졌는데, 어떻게 지냈나.
김호령 “잠 푹 자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와일드카드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다른 팀들이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것을 보니 나도 빨리 야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 시즌을 앞당겨서 했으면 좋겠다.”
-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끝내기 안타가 될 법한 마지막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잡아내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김호령 “이기고 싶었다. (9회말) 1아웃에 만루다 보니 땅볼이든 뭐든 점수가 안 나는 방향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타구가 떴을 때 ‘무조건 잡아서 빠르게 송구하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말 죽기 살기로 따라가서 잡았던 것 같다. 팀이 진 게 너무 아쉽다.”
-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와일드카드에서 보여줬던 KIA 선수들의 플레이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김호령 “시리즈가 끝나고 나서 하이라이트로 우리 팀 경기를 자세히 봤다. 정말 잘하더라. 특히나 수비는 최고였다. 보면서 ‘앞으로도 이런 야구를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이 뭔가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 대부분의 선수들이 단기전, 큰 경기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하는데, 어땠나.
김호령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확실히 정규시즌과는 다른 느낌이다. 처음 하는 가을야구라 긴장이 많이 됐는데, 시합에 들어가니까 긴장감 대신 집중력이 상당히 높아지더라. 사실 재미있고 설레기도 했다. 올해 가을야구 맛을 보고 나니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뭔가 끊을 수 없는 마약같은 느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야구를 더 잘해야 될 것 같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군에서 100경기 이상을 뛰었다. 수비나 타격 모두 성장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데.
김호령 “확실히 지난해 1군에서 경험을 해봤다고 안 보이던 게 보이는 부분은 있더라. 지난해에는 1군 적응으로 인한 부침과 스트레스로 시즌 중에 4~5kg가량 빠질 정도로 힘들었는데, 올해는 1kg 선에서 왔다 갔다 했다. 적응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타격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선구안이 뛰어나지 않고 변화구에 쉽게 속는 경우가 많아서 어떻게 하면 볼넷을 늘리고 삼진을 줄일지 고민하고 있다. 시즌 중에 체력적으로 약간 힘든 부분도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더라. 이 부분도 보완을 해야 할 것 같다.”
- 신인 때부터 꾸준히 기회를 줬던 김기태 감독에게 남다른 마음이 들 것도 같다.
김호령 “나는 실력이 안 돼서 늦게 지명을 받았다. 프로는 냉정한 곳이기 때문에 잘하면 좋지만, 못하면 생각보다 일찍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남들과 같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야구를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잘하는 선수들, 이름값 있는 선수들만 쓰실 수도 있는데, 나같이 어린 선수들에게도 골고루 기회를 주시려고 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기태 감독님을 만난 것이 복인 것 같다.”
- 앞으로 어떤 김호령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김호령 “부모님께서 ‘세상을 호령하라’는 뜻에서 김호령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어렸을 때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름을 정말 잘 지어주셨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더 많은 선수지만, 그만큼 발전 가능성도 높다.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는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가 되겠다. 올 겨울 내년 시즌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 그래서 내년에는 가을야구 오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