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KS 우승 반지 노리는 두산 베어스 부자(父子)
16.10.28 18:03
야구선수 아들에게 아버지는 늘 넘고 싶은 산이었다. 박철우 코치는 해태와 쌍방울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12시즌 통산 372타점 59홈런 0.278(2519타수 701안타)의 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1989년 해태 시절 팀 한국시리즈 4연패에 일조하며 그해 한국시리즈 MVP와 더불어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바 있다. 박세혁은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야구 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야구를 시작했고, 지금은 아버지가 걸어간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대견스러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박철우 코치는 “세혁이가 처음에 야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걱정이 됐다. 내가 걸어온 길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잘 이겨내더라. 대견스러우면서도 커가는 동안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자 다짐했다. 서로를 위해, 팀을 위해. 그 마음을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엿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과 함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다는 사실만으로 자부심이 느껴질 만큼 기쁘다. 이런 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도 안 했는데, 네게 고맙구나.
나는 처음 네가 야구를 한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섰다. 내가 걸어온 길이 워낙 힘들었기 때문에 네가 같은 길을 걷는다는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살아보니 비단 야구만 힘든 게 아니더라. 네가 야구가 아니더라도 사회에 나가서 겪을 어려움을 생각해보면 이정도 쯤은 이겨낼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나는 자식이 좋다는 것을 만류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나중에 후회를 하더라도 ‘아버지 때문에’가 아니라 네 선택에 대한 후회가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네 능력을 믿었다.
생각만큼 잘해줬다. 욕심이 많은 아이라 안 되는 것이 있으면 새벽 1~2시까지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해내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힘들고 어려운 것을 앞에 두고 쉽게 도망가지 않은 것을 보고 대견스럽더라.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지방 팀에 있었던 터라 집에 가면 커 있고, 집에 가면 커 있는 너를 봤을 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로서 많은 것을 함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
누군가 내게 ‘세혁이가 언제 자랑스러웠냐’고 묻는다면 네가 고려대에 합격했을 때와 1군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쳤을 때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에 합격했을 때에는 ‘세혁이가 다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2루타를 쳤을 때에는 프로 선수로서 좋은 시작을 하는 것 같아 뿌듯했다.
올해 너는 참 많이 성장했다. 수비만 보면 이제 다른 팀 선수들하고 견주어도 상위 클래스에 올라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 공격 쪽에서 부족한 점은 있다. 다행히 전반기 때 힘들어하던 것과 달리 후반기 들어 타격폼도 안정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적도 많았다. 주위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줘도 결국 받아들이고, 네 것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조금씩이라도 후퇴보다는 전진을 했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껏 6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해보니 결국은 ‘누가 더 여유있냐’의 싸움이더라. 오버한다고 해서 특별하게 뭔가를 준비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더라. 세혁이도 그저 맡은바 소임을 다한다는 생각만 갖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이번 가을이 네게는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부자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겠지. 너를 위해서, 팀을 위해서 기회가 왔을 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아버지이자 타격 코치로서 건투를 빌마.
아들이 아버지에게
지난해 집에서 혼자 TV를 통해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아버지와 꼭 한 번 함께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료들을 보면서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목표와 욕심들이 올해 한국시리즈 무대를 경험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 무대를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영광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게 야구는 ‘당연한 것’이었어요. 야구를 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랐고, 가까운 곳에서 야구를 접할 수 있었으니까요. 야구선수의 길로 접어든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요.
사실 야구를 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부담감은 늘 있었습니다. ‘박철우 아들’이라는 주위 시선에 살아야했고, 두산에 함께 있으면서 작은 것에도 조심스러웠죠. 눈치가 보이기도 했구요. 그럼에도 아버지가 계셨기에 포기하지 않고 야구를 했고,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겠죠. 늘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제게 뛰어넘고 싶은 산이자 멘토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수 0순위이고, 정신적지주이기도 하죠. 요즘에 아버지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어렸을 때 무섭게만 느껴졌던 아버지와 이제는 이런 저런 얘기들을 편하게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합니다.
한국시리즈에서 부자(父子)가 같은 해에 한 팀에서 뛰는 것이 최초라고 들었어요. 그리고 함께 우승 반지까지 끼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 일을 아버지와 제가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버지와 꼭 함께 우승 반지를 끼고 싶습니다. 저는 비록 주전급 선수는 아니지만, 아버지 말씀대로 기회가 왔을 때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아버지 늘 감사하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