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공룡군단의 맏형 '호부지' 이호준의 다짐
16.11.01 14:35
‘마음으로 뭉쳐보자.’
NC 이호준이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모바일메신저 상태메시지에 적어둔 문구다. 팀의 맏형으로서 시리즈 2패에 몰려있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자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자신의 가을 축제에 대한 다짐일 것이다. 그는 “유니폼을 벗기 전에 NC에서 꼭 한 번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13시즌을 앞두고 NC와 3년간 총액 20억 원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이호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나이 많은 베테랑에게 NC가 과감한 배팅을 했다는 평가였다. 이호준에게 더그아웃 사령관의 역할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그라운드 위에서의 활약은 힘들다고 예상하는 시선도 있었다.
이호준 “고참도 부진할 수 있고, 나이가 들면 더 아플 수도 있다. 팀에서는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싶어 할 것이고, 부진한 고참은 귀찮은 존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참은 자신을 내어주지 않아도 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그래서 늘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와 ‘미련 없이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물론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이 있다. 내가 노리고 들어간 직구를 타이밍이 안 맞아 못 친다면 과감하게 옷 벗을 각오를 하고 있다. 그 전까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NC에 합류한 직후 이호준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NC 선수들과 함께 우승하고 싶다. NC가 강팀이 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NC 이적 후 이호준은 자신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어린 선수들에게 전수하며 산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했다. 평소 경기 후 후배들을 집에 데려가 고기 파티를 하거나 밥을 사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흡사 부모가 자식을 어여삐 여기는 모습 같다고 해 선수들 사이에서 호부지(이호준+이버지)로 불리기도 했다. 이호준은 NC가 팀 창단 후 3년 연속 불꽃 튀는 가을 전쟁에 합류한 힘이자 버팀목인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마지막’이라는 얘기를 꺼냈다.
이호준 “내게는 마지막 한국시리즈가 될지도 모른다. 처음 NC에 올 때 우승으로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올해가 아니면 또 언제 우승을 해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다. 그만큼 올해 팀 전력이 상당히 좋았고, 선수들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기회가 왔을 때 후회 없이 즐기고 싶고, 목표에 도달하고 싶다. 우승이 간절한 만큼 끝까지 내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이호준은 포스트시즌 내내 상대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이어진 허리 통증이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세상에 있는 침은 다 맞아 본 것 같다’는 이호준의 말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우승을 향한 간절한 그의 마음은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이호준은 지난달 29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출장하면서 역대 한국시리즈 최고령 출장 신기록을 수립해나가고 있다. 그가 걸어가는 길이 곧 가을의 역사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NC가 우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모두 두산에 내주면서 수세에 몰리게 됐다.
이호준 “결국 단기전은 경험이다. 경험을 해본 팀과 안 해본 팀의 차이는 확연하다. 지난 2년 동안의 실패를 통해 우리도 교훈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격이 잘 안 풀리고 경기에서 지고 있다고 쳐져 있고, 또 잘 풀린다고 해서 붕 떠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더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그아웃에서 소리도 질러보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우리 팀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자신감도 있어야 한다. 평소 선수들에게 강조한 부분이다.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마음으로 뭉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