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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35살에 다시 맞은 전성기, KIA 주장 이범호

16.11.0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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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의 2016시즌은 ‘더할 나위 없었다.’

 그는 올 시즌 프로 첫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으며,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소속팀 KIA는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리면서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한 해가 됐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 후 첫 해는 부진하다’는 야구계의 속설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이범호는 “앞으로 매년 올 시즌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벼랑 끝 노력과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전 시즌까지 타격에 고민이 많았던 그는 올해 시즌 중에 방망이 무게와 그립에 변화를 줬다. 타석에서 세밀한 변화에도 큰 반응을 일으키는 타자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범호는 “마지막 발악이었다”고 했다.

 그의 변화는 적중했다. 가벼워진 방망이와 달라진 방망이 그립은 그의 공격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역대 개인 최고의 장타율(0.562)을 기록하면서 홈런과 타점 생산력이 폭증했다. 35살에 찾아온 또 한 번의 전성기였다.

 무엇보다 이범호는 팀 내 고참이자 주장으로서 팀 포스트시즌 진출에 제 역할을 다 해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비록 LG와의 와일드카드전에서 패하면서 가을축제를 일찍이 마감했지만, 짧은 경험이 팀 성장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범호가 “자신도 팀도 내년이 더 기대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 ‘회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범호  “올 시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은 시즌이었지만 팀 성적이 안 좋았다면 별 볼 일 없었을 것 같다. 내가 좋은 성적을 거둔 시즌에 팀이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서 무엇보다 기쁘다. 고참이자 주장으로서 뭔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낸 것 기분이다. 팬들에게도 잠실에서 2경기를 더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년에는 광주에서 시작하는 포스트시즌을 맞이하고 싶다.”

- 지난해까지 공격 면에서 갖고 있던 고민을 완전히 털어낸 모습이다.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변화를 준 부분이 있나.

이범호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 많았다. 내게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지난 4월 말 정도에 훈련을 마치고 경기 전에 우연찮게 (윤)완주의 방망이를 잡고 무심코 휘둘러봤는데, 느낌이 좋더라. 그때 ‘아, 이거다.’싶었다. 그래서 방망이 무게를 기존 900g에서 870~880g까지 낮추고 방망이를 잡는 그립도 바꿨다. 그러면서 슬럼프 없이 계속 좋았다. 시즌 중에 큰 변화를 주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방망이 무게 때문에 타구가 넘어가지 못하는 것은 한 시즌에 2~3개 정도밖에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선택했다. 그리고 내가 몇 년 동안 고생했던 방망이 무게라 이제는 바꿔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꾸고 난 뒤 공격이 잘 풀리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더라.”

- FA 계약 첫해 세운 좋은 성적이라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이범호  “늘 ‘20홈런 이상에 80타점, 130경기 이상 출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만약 내가 컨디션이 좋으면 매년 해왔던 것보다 조금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올 시즌이 잘 맞아떨어졌다. 사실 FA 계약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김기태 감독님이 늘 ‘부담 갖지 말고 해라. 끝나면 네 것이 나온다’라는 말을 해주시는데, 그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진리인 것 같다.”

- 앞서 언급했던 대로 개인 성적 뿐 아니라 팀 성적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는 시즌이 됐다. 시즌 전에 ‘우리 팀이 올해 일 낼 것 같다’고 했던 말이 현실이 됐다.

이범호  “그 말을 괜히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스프링캠프때 후배들한테서 간절함과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보이더라. 지난해에 대한 아쉬움을 떨치고 싶은 마음이 애들한테 많이 느껴졌다. 사실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한 발 더 뛰고 노력하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고참들이 자극을 받고, 또 후배들은 고참들을 보고 배워야한다. 그런 시너지효과가 나타나야 팀이 성공하는데, 올해 우리팀에서 그런 부분들이 보였다. 하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했기 때문에 해낼 줄 알았다.”

- 지난해 인터뷰에서 ‘어린 선수들이 자라 줘야한다. 그래야 KIA도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고 했는데, 올해 정규시즌이나 와일드카드전에서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유독 눈에 보였다.

이범호  “내가 봐도 그렇다. 와일드카드에서 어린 선수들이 보여준 집중력이 상당히 좋았다. 결국 시즌은 (김)주찬이나 나나 (나)지완이나 (윤)석민이, (양)현종이 등 중고참들이 끌고 가는 건데, 밑에 있는 후배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바뀐다. 우리도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보면서 ‘내가 저 나이 때 저 정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뛰게 되더라. 물론 어린 선수들이 아직은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자기 자리가 있을 때 확실히 잡아야만 앞으로 10년이 편하다는 생각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

- 주장 3년째다. 내외적으로 잡음 없이 팀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범호  “주장으로서 나름의 철칙이 있다. 내가 감독님 이하 코칭스태프를 잘 모셔야만 후배들도 보고 배운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감독님, 코칭스태프와 부딪히면 후배들도 똑같이 보고 배운다. 내가 내 선배에게 잘하는 모습, 성실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후배들도 잘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 살, 한 살 더 먹을수록 더 숙이고, 선을 지켜야 한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 이범호도 두려운 것이 있을까.

이범호  “이제부터는 야구를 잘해야만 하는 시즌으로 변해간다. 적어도 지난해까지는 ‘못해도 내년이 있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했는데, 이젠 아니다. FA 계약 기간은 3년이 남아있지만, ‘그거 채우면 끝’이라는 생각보다 나와의 자존심 싸움을 해야 한다.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하고, 팀에서 요구하는 내 위치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나는 뒤에서 자리만 채우다가 야구를 끝내고 싶진 않다.”

- 한화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했지만, 이제는 KIA의 빨간 유니폼이 누구보다 자 어울리는 사람이 됐다.

이범호 “예전부터 KIA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다. 한화에 있으면서도 ‘언젠가는 내가 KIA에서 야구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연락이 와서 ‘운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타이거즈가 전통적으로 팀 규율이 엄격한 팀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최)희섭이형이 ‘전혀 그런 팀 아니다. 나를 믿고 오라고’해서 왔다. 와보니 희섭이형 말이 맞더라. 팀 분위기도 너무 좋고, 후배들도 착하고 구단 사람들도 한 식구 같더라. 이제 타이거즈는 내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팀이 됐다. 한화가 나를 키워준 팀이라면, 타이거즈는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팀이다.”

- 한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하는 게 야구선수의 숙명인데.

이범호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이제 야구를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괴롭다. 그래서 매년 후회 없이 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2월부터 개인 훈련을 시작한다. 스프링캠프가기 전까지 몸 잘 만들어서 내년에는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역시 두산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되지만, 선수들과 똘똘 뭉치다 보면 좋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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