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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불혹의 박용택, 베테랑으로 살아가는 것

16.11.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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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자 야옹미인 '[야옹다옹] 나이 잊은 박용택, 'LG 우승 꼭 한다!' ' 편 에 이어서 연재되는 기사입니다.

- 타격 기술에 있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평소 후배들에게 타격에 관한 조언도 많이 해주는 편인데, 나름의 정답이 있는 것인가.

박용택  “정답을 알면 나도 변화를 주고 여러 도전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야구를 오래 하면 쌓인 경험들 속에서 지금 겪는 슬럼프나 타격 사이클을 해소할 수 있는 답을 쉽게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전에 경험들 속에서 힌트는 얻을지언정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상대 투수가 다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러 변화를 겪는다. 거기에 환경이나 상황도 이전과는 다르다. 타격은 심리적인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매번 연구할 수밖에 없다. 답지가 있는 게 아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부분도 내가 다양한 경험들을 해봤기 때문에 여러 힌트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결국 답은 본인들이 찾는 것이다. 그게 선수 본인의 능력이다.”

- 통산 2,000안타를 기록한 타자지만, 여전히 타격에 대한 고민은 안고 있는 것 같다.

박용택  “정답이 있었으면 4할 타자뿐 아니라 5할 타자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야구가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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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운드 위에서 베테랑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애환이 느껴진다.

박용택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몸 관리 잘해서 야구 오래 오래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대한 오래오래 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박수 칠 때 떠난다’고 하는데, 나는 떠나는 게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또,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물러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도 별로다. 열어주는 길을 가는 선수들은 롱런할 수 없다. 프로에서 내가 가는 길은 실력으로 붙어서 쟁취하는 것이다. 후배들이 크고 싶고, 주전으로 발돋움하고 싶다면 실력으로 선배의 길을 빼앗으면 된다. (이)승엽(삼성)이형이 내년 시즌에 구자욱과 1루를 두고 경쟁을 한다는 기사를 봤다. 진정한 선배고 베테랑이라면 누가 밀리든 한 번 해보는 게 맞다. 그런 상황에서 후배가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 후배는 롱런할 수 있고, 그만큼 팀도 강해지는 것이다. 그게 제대로 된 세대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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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동료이자 선배인 이병규(LG‧등번호9)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박용택  “최근에는 매일같이 만나서 얘기를 나눈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후배이자 동료로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든다. 시즌 내내 안타까움이 컸다. 주위에서는 ‘네가 말 말해서 야구를 그만두게 해라’라고 하는데, 그것도 웃기다. 나는 (이)병규 형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의견을 존중하고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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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본인만의 야구 철학이 확고한 것 같다.

박용택  “몇 년 전부터 ‘나는 선수 이후에 야구 쪽에서 어떤 일을 할까’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조금 더 깊게 관찰하게 됐다.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사람들마다 다 다르다. 그런 것들을 지켜보면서 내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 옳은 것과 옳지 않는 것에 대한 기준이 세워졌다. 경험에서 오는 배움 같은 것이다.”

- 박용택도 두려운 것이 있을까.

박용택  “많다. 그중에서도 ‘언제, 어떻게 야구를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이 먹고 비참하게 은퇴하게 될까봐 두려운 것이다. 나는 그 전에 선방을 날릴 수 있을까. 많은 사례들을 봐도 선수의 마음과 구단의 마음은 늘 다른 것 아니겠나. 때문에 생각에 따라서는 쫓길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늘 위기의식을 갖고 야구를 한다. 예전에는 야구를 잘하고 싶어서 노력했지만,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서 더 연구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이건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베테랑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이)호준이 형이 인터뷰한 기사를 보니까 ‘나이 든 베테랑이나 고참은 감기에 걸려서도 안 되고 슬럼프에 빠져서도 안 된다’고 하더라. 그 말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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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라운드 삶 자체가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통달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박용택  “우리는 40대를 다른 말로 불혹이라고 부른다. 불혹은 ‘어떤 것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세상일에 통달한다’는 뜻인데, 바꿔 말하면 인생에 있어 40대에 가장 많은 일들을 겪는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고, 부모님의 건강문제도 조심스러워진다. 더욱이 야구선수들은 제 1의 인생을 끝내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평소 와이프에게도 ‘40대가 되면 더 많은 일들이 생길 것이다.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얘기를 한다.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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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어김없이 비시즌에 좋은 일들을 많이 한다. 팬미팅부터 기부까지,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는데.

박용택  “의미 있고 보람이 있는 일이라 힘든 줄 모르고 하고 있다. 올해는 안타 하나당 나뿐 아니라 와이프와 딸내미 이름으로 만원씩 기부를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어서 기쁘다. 힘이 닿는 한 여러 방법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다.”

- 내년에는 어떤 박용택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박용택  “평소 야구를 통계학적으로나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메트릭스를 좋아한다. 내년에는 타고투저에 맞게 세이버메트릭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야구를 해보고 싶다. 잘하고 싶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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