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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김평호 코치, '발에도 슬럼프는 있다!'

16.11.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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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미인 ‘달인을 만나다’] 열정과 투지가 넘치는 그라운드에는 자신만의 생존 방법으로 별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달인’이라 부릅니다.

 '도루는 종합예술이다.'

 주루코치로 7차례 도루왕을 만들어낸 김평호 NC 코치의 말이 뇌리를 강하게 스쳤다. 그는 “도루는 머리와 가슴을 함께 컨트롤해야한다. 그 결과물이 달리고, 안착하는 행위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결국 도루는 어느 하나가 아닌 다양한 생각과 행동들이 통합되어 새로운 미를 창조해낸다는 얘기였다. 김평호 코치의 21년 지도자 생활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철학이었다. 김평호 코치는 1986년 해태(KIA의 전신)에 입단해 통산 458경기를 소화하며 쌍방울에서 도루 3위(34개‧1991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발이 조금 빠른 선수였을 뿐 도루에 대한 철학도 관심도 크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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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도루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두산에 있으면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정수근(은퇴)을 4년 연속 도루왕으로 이끌었고, 이후 KIA와 삼성을 거치며 이용규, 김상수, 박해민 등 많은 선수들에게 ‘도루 DNA’를 심어줬다. 평범하지 않은 노력 끝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단 몇 초 안에 승부가 갈리는 도루의 특성상 더 나은 타이밍과 스타트를 위해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소속팀 선수들의 도루 기술은 물론 상대 투수의 세밀한 습관과 볼배합 등을 캐치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분석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시즌 중에는 하루 5경기, 총 720경기를 모두 챙겨보며 공부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방대해지는 데이터와 경험만큼이나 도루 기술도 늘어갔다. ‘도루철학가’다운 면모를 갖춘 것이다.

 '선수들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지도자'라고 말하는 그에게 도루에 대해 물었다. 김평호의 도루학개론이 돼버린 이번 인터뷰에서는 '발에는 슬럼프가 있다'부터 '도루하기 힘든 투수와 포수', '도루왕 탄생의 비밀', '2017년 도루왕은 박민우?'까지 엿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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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발에 슬럼프가 없다’고 얘기한다.

김평호  “그건 거짓말이다. 도루도 자주 뛰어야만 유지가 된다. NC가 올 시즌 전반기까지 '뛰지 않겠다'고 하면서 타격에 의해 점수를 냈다. 그러다 후반기부터 기동력을 가동시키려고 했지만, 뛰는 횟수도, 도루 성공률도 예전만 못했다. 그건 선수들이 도루 타이밍을 빼앗거나 뛰어야 할 때 자신감이 줄어들어서 그렇다. 뛰는 것도 슬럼프가 있다. 계속 뛰면서 유지를 시켜줘야 한다. 도루를 잘 하는 선수들에게 물어봐도 아마 같은 답을 할 것이다. 자주 뛰어야 자신감도 생기도 스타트를 잘 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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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루도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뛰어보라고 권하기도 하는데.

김평호  “실패를 해봐야한다는 것은 본 게임이 아니고 연습게임인 시범경기를 말한다. 자주 뛰어봐야 선수들이 뭐가 잘못됐고, 지금 하고 있는 게 잘하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고 고칠 수 있다. 계속 해보고 아웃이 되는지 사는지를 통해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시즌 중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무모한 도전을 할 수는 없다. 성공률이 높은 작전을 구사해야하기 때문이다. 시즌 중에도 뛰어보고 실패하면서 배우라는 것은 져도 된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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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시절 기록을 보면 도루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반면에, 코치로서 도루 부문에 관련해서는 지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김평호  “나는 선수시절에 기록이나 능력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선수 생명도 짧았다. 덕분에 일찍 지도자 생활을 했고, 두산에서 김인식 감독님을 만나 함께 했던 게 주루코치로서의 성장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는 지금만큼 코치의 역할이 세분화되지 않았다. 특히나 팀에서 막내 급 코치들은 여러 일들을 함께 했는데, 내가 그랬다. 외야 수비코치와 주루코치, 트레이닝 파트 일까지 함께하면서 선수들을 도왔다. 그러다 1997년에 1군에서 1루 베이스코치로 활동하게 됐는데, 당시 김인식 감독님이 ‘내가 너에게 뛰지 말라는 사인만 줄 테니까 투수의 견제습관이나 폼, 타이밍을 연구해서 네가 선수들을 뛰게 하라'고 하셨다. 처음 맡은 막중한 책임에 연구를 열심히 했다. 그때부터 쌓인 나만의 경험과 데이터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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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김평호  “마운드에서 투수의 사소한 습관도 놓치지 않는다. 투구를 할 때와 견제를 할 때 나오는 행동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한다. 여기에 포수의 볼배합도 파악이 돼야한다. 반대로 상대 배터리는 수를 읽히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공부하고 연구한다. 시간이 갈수록 알아야하는 양도 분석해야하는 양도 방대해진다. 도루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베이스까지 들어가는데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 도루하는 스타일도 자꾸 진화가 되는 이유다.”

- 도루를 하는데 있어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나 포수가 있나.

김평호  “대개 주자는 투수를 보고 타이밍을 잡고 움직인다. 때문에 통상적으로 왼손 투수들의 경우 뛰기 까다롭다. 물론 왼손 투수들 중에서도 특정 습관이 노출된 선수라면, 반대로 오른손 투수보다 뛰기 쉽다. 누구라고는 자세히 말을 못하겠다. 포수는 강민호(롯데)가 빠르고 강한 송구를 하기 때문에 뛰어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뛰는 선수들도 강민호가 포수 마스크를 쓴 경우에는 더 빠른 판단을 내려야한다.”

야옹미인 - 달인을 만나다 김평호 코치 편 2부에서는 ‘도루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과 ‘2017년 도루왕은 박민우?’등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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