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김평호 코치, '2017년 박민우 도루왕 만들어주고 싶다'
16.11.28 18:31
11월 25일 야옹미인 김평호 코치, '발에도 슬럼프는 있다!' 편에 이어 연재되는 기사 입니다.
- 주루코치를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김평호 “도루 실패다. 도루를 하다 아웃이 될 경우 공격의 흐름이나 경기의 맥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팀에 따라 주루코치의 권한이 조금씩 다른데, 도루에 있어 전권을 받은 경우라면 더욱이 어깨가 무겁다. 선수가 뛰어서 실패를 할 경우 공수교대 때 벤치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근본적인 얘기지만, 도루 성공률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늘 어렵다.”
- 도루 성공률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김평호 “도루는 망설이는 순간 실패다. 선수들에게도 ‘도루가 망설여지면 이미 진거니까 참아라. 다음을 노리는 게 맞다’라고 얘기한다. 도루하는 선수가 망설이는 순간 뇌에서 전달이 늦어지고 동작도 느려진다. 1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망설임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때문에 도루는 머리와 가슴을 함께 컨트롤해야한다. 그 결과물이 달리고, 안착하는 행위를 만들어낸다. 어느 것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머리로는 상대의 동작과 수를 파악하고 가슴으로는 망설임을 없애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머리와 가슴에서 지면 아무 소용없다.”
- 도루와 관련해 본인만의 코칭 스타일이 궁금한데.
김평호 “기본적으로 선수는 스피드가 있어야 한다.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서는 스타트가 중요하고, 베이스에 들어가는 슬라이딩이 방법도 성패를 좌우한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상대를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선수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영업비밀이다.(웃음) 먹고 사는 문제이기도 하고, 팀과 관련된 일이니 나중에 내가 지도자 생활을 더 이상 안 하게 되면 오픈할 수 있을 것 같다.”
- 1996년부터 지금까지, 21년 동안 지도자로 현장에 있었다. 지도자로서 나름의 철학이 있을 것 같다.
김평호 “코치의 역할은 선수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가르치려고 들면 당장은 내가 아는 게 많아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다 똑같다. 선수를 도와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선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가 출근해서 뭘 하는지, 어떻게 훈련하는지, 어떤 투수에게는 타이밍을 잘 잡고, 또 어떤 투수에게는 약한지, 도루를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 동작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동작에 관한 부분은 영상을 보관해뒀다 함께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선수에게 동작에 관해 조언하고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관계가 필요하다.”
- 도루왕 제조기라는 애칭이 있다. 두산 시절 정수근(1998~2001년)을 비롯해 이용규(2012년‧당시 KIA), 김상수(2014년), 박해민(2015~2016년‧이상 삼성) 등 도루왕 탄생에 큰 도움을 줬는데.
김평호 “앞서 언급한 선수들 모두 습득 능력이 상당히 좋았다. 뭔가를 알려주면 자기 것으로 발전을 시키는 능력들이 있었다. 코치보다 선수가 잘 해낸 것이다. 그럼에도 선수가 인정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회에 주루코치로 갔는데, 거기에서 이대호 선수가 ‘코치님, 저도 도루시켜주세요. 코치님 잘 아시잖아요’라고 말하는데, 나름 뿌듯하더라.”
- 김경문 감독이 NC와 재계약 후 ‘내년에는 뛰는 야구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어깨가 무거운데.
김평호 “김경문 감독님과는 예전에 두산에서 함께한 경험이 있다. 그때 내가 하던 일과 역할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분이다. 이번에 NC에 왔을 때 감독님이 ‘해오던 대로 마음껏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어떤 보직의 코치든 감독이 믿어주고 파트에 대해 일임을 하면 그만큼 책임감이 커진다. 잘 만들고 이뤄내야 한다는 점에서 느껴지는 부담감보다 책임감이 더 큰 것이다. 그동안 전준호 코치가 젊은 선수들을 잘 가르쳐 놓았기 때문에 그 바탕에 내가 가진 노하우를 버무릴 생각이다. NC가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2014년과 2015년에 도루왕 경쟁에서 김상수와 박해민에게 연이어 고배를 마신 NC 박민우와의 호흡도 기대가 된다. 박민우는 ‘김평호 코치님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평호 “우연찮게 (박)민우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스포츠는 승부가 나는 곳이다. (김)상수나 (박)해민이도 예뻐했던 제자들이었지만, 이제는 상대팀 선수가 됐다. (박)민우가 내년에 도루왕 타이틀을 딸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다. 밖에서 민우를 봤을 때 재능이 충만한 선수라고 봤고, 약간의 자세 교정만 한다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도루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NC에 온 이후로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도루를 하는 데 있어 자세교정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박)해민이와 (김)상수처럼 영리하고, 습득 능력이 상당히 좋다.”
- 어떤 지도자이고 싶은가.
김평호 “평소에 ‘과연 성공한 지도자는 어떤 지도자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내린 답은 ‘선수들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도자’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왜 질문을 하는가. 그만큼 그 지도자를 믿고 신뢰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답을 알 것이라는 능력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언제든 선수들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도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