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다옹] 최형우에게 더할 나위 없던 2016(上)
16.12.06 14:49
최형우에게 2016년은 더할 나위 없었다. ‘성적과 FA(프리에이전트) 계약’, 두 마리 토끼를한 꺼 번에 잡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그는 138경기에서 31홈런 144타점‧타율 0.376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이에 지난 달 KIA와 4년 100억 원의 FA 계약을 맺으며 한국프로스포츠 역사상 첫 100억 시대를 열었다. 최형우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는 말로 기쁨을 표현했다.
최형우는 늦게 핀 꽃이다. 그는 프로 입단 후 송구 공포증에 시달리며 애정을 쏟았던 포수 마스크를 벗어야했고, 방출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경찰청 복무를 마치고 삼성에 복귀해 데뷔 6년 만에 늦깎이 신인왕을 타기까지 최형우는 매일같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성공에 대한 목마름을 느꼈다. 최형우는 “그때는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절실함과 절박함에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그가 피어낸 꽃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 긴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2월의 시작점, 서울 모처의 카페에서 최형우를 만났다. 그가 전하는 FA 계약에 대한 솔직한 심정부터 힘들었던 지난날의 회상과 앞으로의 다짐까지. 우여곡절 많았던 그의 인생만큼이나 들려주는 이야기 역시 풍성했다.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산다는 그는 평범하지 않은 노력 끝에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즐기고 있었다.
- 몸값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 후 큰 일을 끝낸 것처럼 홀가분했을 것 같은데.
최형우 “FA를 즐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팀을 옮겼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보다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KIA이기에 느껴지는 설렘도 있다. 김기태 감독님과 꼭 한 번 함께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와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야구를 했어도 프로 선수들에게 대해 둔감한 편이었는데, 김기태 감독님은 쌍방울 시절부터 굉장히 좋아했다.”
- KIA와 계약 한 후 김기태 감독과 얘기를 나눴을 텐데.
최형우 “일본에 계시는 중에 계약이 돼서 매니저를 통해서 전화를 해주셨다. 마무리캠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셨을 때에도 또 통화를 했다. 감독님이 ‘최 스타. 우리 큰 꿈을 이뤄보자’라고 하시더라. 감독님이 하고자하는 야구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 FA 계약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누군가.
최형우 “어머니다. 계약하고 나오면서 어머니한테 제일 먼저 전화를 했다. 내게 어머니는 특별한 존재다. 나를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힘든 시절에서도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성공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것 같다.”
- 복수의 팀들이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KIA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형우 “대구(삼성 홈구장)에 10년 동안 있으면서 지인들이나 어머니(전주)가 내 경기를 보러 오려면 큰맘을 먹고 와야 했다. 그때마다 ‘가까이 있으면 자주 얼굴도 보고 응원도 올 텐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KIA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보였고, 계약 기간 내내 나를 배려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KIA에서 뛰고 싶었던 마음과 모든 조건이 다 맞아떨어진 것이다. 물론 KIA에서 제시한 계약 조건도 상당히 좋았다. 그래서 선택하게 됐다.”
-삼성을 떠난다는 아쉬움은 없었나.
최형우 “계약을 진행하면서 삼성에서 나를 적극적으로 원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삼성을 떠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동료들, 특히 후배들과 헤어지는 것이다. 내가 잘 챙겨주기도 했고, 잘 따랐던 후배들이 많아서 그건 안타깝다. 동료들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와의 정도 남달라서 떠나는 게 마음 편하지는 않다.”
- 새로운 팀의 적응에 대한 걱정은 없나. 베테랑들이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한 경우가 많은데.
최형우 “그런 걱정은 없다. KIA랑 계약한 후에 (이)범호형이랑 (김)주찬이 형한테 먼저 전화를 했다. ‘잘해보자’고 반겨주더라. 특히나 (나)지완이는 자기가 직접 전화해서 팀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를 다해주더라. 덕분에 벌써 적응한 기분이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