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만 내줘도 패전투수’…LG 차우찬은 억울하다
17.09.17 00:40
LG 에이스 차우찬은 리그에서 가장 억울한 투수 중 한 명이다. 몸값에 걸맞는 호투를 펼치고도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6경기에 등판해 거둔 승수는 고작 8승(7패). 역시 8승에 머물고 있는 리그 평균자책점 1위 피어밴드와 비슷한 행보다.
하지만 피어밴드의 소속팀 kt는 리그 최하위팀. 전력이 약해 팀 승률이 3할대 중반(0.351)에 불과하다. 134경기를 치르는 동안 kt는 48승밖에 따내지 못했다. 낮은 팀 승률 탓에 승리를 챙기기 쉽지 않은 피어밴드다. 이와 달리 차우찬의 소속팀 LG는 정확하게 5할(64승) 승률을 기록 중이다. kt보다 전력이 훨씬 강한 팀이다. 그런데도 차우찬은 8승밖에 그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차우찬의 승리를 가로막은 걸까.
위의 표는 차우찬의 올 시즌 성적이다. 대부분의 투수 부문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성적표다. 특히 평균자책점(3.33)은 리그 2위다. 16일 경기에서도 7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뽑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차우찬은 승패없이 물러났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차우찬은 최근 5번의 선발 등판에서 단 3점을 지원받았다. 9이닝으로 환산하면 0.93점을 지원받은 셈. 즉, 차우찬으로서는 1점만 실점해도 패전투수가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기간 차우찬의 평균자책점도 4.34으로 그리 좋지 못했다. 평소보다 흔들릴 때가 많았다. 아무래도 타선이 침묵하다보니 외롭게 마운드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됐고, 1점도 주지 않으려는 피칭이 오히려 많은 실점으로 연결됐다.
반면 LG의 또 다른 선발투수 류제국은 좋지 않은 성적에도 많은 득점지원을 받고 있다. LG 타자들은 류제국이 나올 때 평균 6.44점을 뽑아내고 있다. 류제국은 5.35의 높은 평균자책점에도 차우찬과 같은 8승을 거두고 있다.
타자들도 분명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LG의 타선이 터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팀 득점 9위, 팀 OPS 9위, 팀 홈런 10위는 LG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타격 3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도 박용택(4위, 0.348)이 유일하다.
정말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면 남은 기간 LG 타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면 차우찬의 억울함도 해소되지 않을까.
어진명 인턴기자 gameover901@happyris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