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넥센 지명 김선기 “소속팀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17.09.21 12:38
‘27년 동안 안됐던 포크볼이 지금 되겠어?’
이 말이 김선기(넥센 지명)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그는 “구종이 단조롭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신인드래프트)지명 후 인터뷰에서 ‘포크볼을 던질 수 있다’고 했더니 댓글에 이런 말이 있더라. 그걸 보는 게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김선기는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넥센은 선발 즉시전력감이라는 측면에서 김선기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서기까지, 그는 힘든 시간을 오로지 버텨왔다. 2010년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손꼽혔던 김선기는 충주 세광고 졸업 후 미국행을 선택했다. 좋은 신체조건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한 부드러운 투구폼을 갖춘 김선기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시애틀 매리너스 측이 그의 영입에 공을 들였다.
미국에서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1년 만에 루키리그에서 싱글 A로 승격되면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심리적 부담감과 낯선 무대에서 느끼는 어색함에 팔이 말리기는 어려움까지 겪었다. 결국 그는 미국 진출 4년 만에 도전의 마침표를 찍어야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신인선수 해외 진출 규정상 2년간 KBO 소속 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던 그는 2014년에 한국에 돌아와 모교인 세광고에서 후배들과 함께 어울려 야구를 했다. 지난해에는 상무에 지원해 실기·신체·인성검사를 모두 통과하며 순수 해외파로서는 처음으로 상무에 입대했고, 올 9월에 전역했다.
넥센의 유니폼을 입게 된 김선기에 각오는 비장하다. 그는 “소속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 기대하는 것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선기와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 신인 드래프트의 지명 순위를 두고 말이 많았다. 낮은 순번이라는 말부터 예상 가능한 순번이었다는 것이 였는데.
“속으로는 ‘2차 1번도 쉽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드래프트를 앞두고 기대감이 높아져서 그런 것 같다. 순번이 어떻게 됐든, 이름이 불리고 팀이 생겼다는 점에서 행복했다. 시애틀에서 방출되고 3년 동안 팀이 없었다. 외롭기도 하고, 소속감이 그리웠다. 지명 받고 상무로 돌아왔는데, (문)성현이나 넥센 선수들이 함께 기뻐해줬다.
- 상무에 있는 넥센 선수들이 팀에 대해 조언을 해준 것이 있나.
“자율적인 분위기라고 들었다. 아는 친구들도 있어서 다른 팀보다 적응하기 쉽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 벌써 전역이다. 상무에 막 입단하고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와 지금, 많은 것이 달라져 있는 것 같다.
“처음에 상무에 들어왔을 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미국에 갔기 때문에 적응 부분에 있어 걱정을 했다. 다행히 좋은 감독님, 동료들과 함께 야구를 했다. 야구에만 집중하다보니 정말 2년은 금방 가더라. 전역을 앞두고는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냈다.(웃음) 상무에 있으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서 몸도 좋아졌다. 몸과 마음 모두 성장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 박치왕 상무 감독이 ‘지난해와 비교해 구위나 경기력 모두 좋아졌다’는 평가를 했다.
“입대 첫 해에는 공이 좋아서 마무리로 뛰다가 구위가 떨어지고, 성적이 안 좋아서 중간으로 갔다가 나중에 컨디션이 회복되면서 선발로 뛰었다. 첫 해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경기 감각을 회복했고, 올해는 한 시즌을 꾸준히 선발로 뛰면서 경험을 쌓았다. 내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확실히 알고, 채워가는 시간이었다.”
- ‘선발로 뛰기에 구종이 단조롭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건 나도 느끼고 있다. 올해 직구와 슬라이더만 가지고 (경기를)했다. 두 개의 구종만으로는 힘들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커브와 포크볼을 계속 던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완벽한 수준이 아니다. 제구력을 다져나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현재로써는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고 구종을 추가하는 것이 고민이다. 실제로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여러 변화구들을 실험하려다 밸런스 문제를 겪기도 했다. 그나마 포크볼은 커브에 비해 완성도가 높다.”
- 커브에 비해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타자를 상대로 던질 때 불안감은 덜하다는 얘기다. (신인드래프트)지명 후 인터뷰에서 ‘포크볼을 던질 수 있다’고 했더니 댓글에 ‘27년 동안 안됐던 포크볼이 지금 되겠어’라는 말이 있더라. 그걸 보는 게 더 잘 던지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웃음) 더 노력해서 내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 신인이지만, 적지 않은 나이(1991년생)다. 국내 프로 무대에서의 성공이 절실 할 텐데.
“나이에 대한 조급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생각하다가 괜히 무리해서 부상을 당하면 그건 정말 최악이다. 부상 없이 내 야구를 하는데 집중하는 게 현명한 것 같다.”
- 새로운 도전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나.
“내게는 야구인생에 있어 세 번째 도전이다. 미국에 갈 때에는 어려서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눈앞에 닥친 일들만 생각하고 이끌려갔던 게 컸다. 상무에 입대 할 때에는 군 복무를 하면서 운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좋았다. 세 번째 도전은 사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오랫동안 기다려왔기에 기대도 되고, 긴장감도 있다. 어떤 도전이었던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것은 늘 같았다. 지금은 그 간절함이 더 커졌다. 일단 내년에 1군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고. 한 시즌 부상 없이 모두 소화하고 싶다. 팀이나 팬들에게 ‘성실하고 꾸준히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김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