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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80억' 강민호는 왜 롯데가 아닌 삼성을 택했나

17.1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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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프랜차이즈 스타 FA(프리에이전트) 강민호를 놓쳤다. 같은 계약 조건에도 강민호는 입단 때부터 몸담았던 롯데를 떠나 삼성에 둥지를 틀었다. 강민호의 FA 계약에 물음표가 생기는 이유다.

롯데는 21두번째 FA자격을 갖춘 강민호 선수와 FA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계약이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강민호의 상징성을 고려해 480억원의 계약을 제시했으나, 강민호는 시장의 평가를 받기를 원하면서 합의점에 달하지 못했다. 이윤원 롯데 단장은 팀에 있어서 강민호의 중요성과 상징성을 고려하여 팀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동안 팬과 구단을 위하여 열심히 뛰어 준 것이 고맙다"고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같은 날 시간차를 두고 삼성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강민호와 계약 사실을 발표했다. 계약기간 4년에 총액 8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총액 40억원)의 조건으로 롯데가 강민호에게 제시한 계약 내용과 같았다. 강민호가 14년 간 입은 롯데의 유니폼 대신 삼성을 택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2013년에도 있었다. 당시 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한 정근우가 친정팀 SK와 최종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SK구단 FA 자체 최고 금액인 4년간 70억원을 최종 제시했으나 정근우는 4년간 80억원 이상을 요구했다면서 정근우가 팀의 상징적인 존재라는 점을 고려해 잔류를 위해 노력했으나 더 이상의 지출은 앞으로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불가피하게 협상을 종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SK와의 협상 결렬이 알려진 몇 시간 뒤 정근우는 한화와 4년간 총액 70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FA 계약을 체결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원 소속구단이 제시했던 계약조건과 같은 내용이었다. 이에 정근우는 계약 조건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팀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한화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강민호는 롯데의 상징적인 선수다. 2004년 롯데에 입단한 그는 2006년부터 줄곧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팀 내에서 입지를 견고히 했다. KBO에서 14시즌 동안 1495경기에 출전해 218홈런 778타점 통산타율 0.277를 기록했으며,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한 강민호는 강력한 '티켓 파워'까지도 지녔다. ‘롯데의 강민호로 시작되는 응원가는 팀 대표곡이 될 정도였다. 그만큼 강민호가 없는 롯데의 안방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때문에 롯데는 4년 전 첫 FA 자격을 취득한 강민호를 4년 총액 7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로 잔류시켰다. 올해도 롯데는 두 번째 FA 자격을 행사한 강민호를 잡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테이블을 차렸다. 유독 내부 FA가 많은 해였지만, 우선순위에는 강민호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강민호와 삼성의 계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고 있다. 발표된 계약조건 외에도 다른 옵션들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그 외에도 계약조건을 넘어 구단과 선수간의 신뢰와 가치판단의 중요성 등이 언급되고 있다. 롯데가 강민호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적극성이 부족해 강민호의 마음을 떠나게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강민호는 삼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10년 넘게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저의 미래 가치를 인정해주고, 진심으로 다가온 삼성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리송하지만, 표면적으로 강민호와 삼성의 계약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롯데는 당장 포스트 강민호찾기에 나서야한다. 이윤원 단장은 이제 구단은 앞으로 주축이 될 투수들과 함께 성장할 포수를 육성하고, 다른 FA선수를 비롯한 여러 방향의 전력보강과 세대교체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쉽지는 않아 보인다.

김유정 기자

사진=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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